[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사업부가 테슬라에 22조원 규모 ‘빅딜’ 수주를 체결하며 신뢰도 측면에서 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만드는 메모리 사업부도 AMD의 차세대 인공지능(AI) 가속기에 대한 높아진 판매가격이 호재로 다가올 전망입니다. 그동안 부진을 겪어온 삼성 DS부문이 수혜 ‘랠리’를 주고받는 등 반전의 발판이 한층 뚜렷해졌다는 관측입니다.
리사 수 AMD CEO가 지난달 신형 AI 가속기 MI350 시리즈를 소개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29일 업계 및 외신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대항마로 꼽히는 AMD가 최근 출시한 신형 AI 가속기인 ‘MI350’ 시리즈 중 ‘MI355X’의 평균 판매 가격이 예상보다 높은 수요로 2만5000달러(약 3500만원)로 형성될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이는 이전 추정치(1만5000달러)보다 1만달러 높은 금액입니다.
글로벌 투자은행 HSBC의 프랭크 리 연구원은 지난 10일 “AMD가 최근 출시한 MI350 시리즈가 고가 정책과 성능 면에서 엔비디아의 최신 AI GPU 제품군인 ‘HGX B200’과 견줄 만하다”며 “AI GPU 수요가 예상보다 높은 가격 프리미엄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내다봤습니다.
앞서 리사 수 AMD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린 ‘AI 어드밴싱 2025’ 행사에서 신형 AI 가속기 ‘MI350X’와 MI355X를 공개한 바 있습니다. 아직 글로벌 AI 가속기 시장 점유율 5% 수준인 AMD는 이번 MI350 시리즈를 앞세워 엔비디아가 사실상 독점하는 시장 구조에 균열을 낼 목적입니다. 리사 수 CEO는 당시 “MI355X가 성능 면에서 엔비디아의 블랙웰 칩을 능가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삼성전자 HBM3E 12H. (사진=삼성전자)
특히 MIX350 시리즈에는 삼성전자의 ‘HBM3E(5세대)’ 12단 제품이 탑재됩니다. 만약 예측에 따라 M1350 시리즈의 흥행으로 AMD의 수익 폭이 커질 경우, 조달받는 부품인 HBM의 공급가도 함께 올라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AI 시장에서 AMD의 AI 가속기 수요 확대에 따라 삼성전자의 HBM 가격 협상력이 강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주문 물량이 많아질수록 공급사의 영향력도 커지게 됩니다. 향후 삼성전자가 AMD와 기존에 체결했던 HBM 공급 금액보다 높은 가격으로 계약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AMD뿐만 아니라 차세대 HBM 제품을 통해 ‘엔비디아 공급망’에 진입할 복안입니다. 업계는 삼성전자가 이번 분기 안으로 엔비디아와 AMD를 비롯해 주요 고객사에 ‘HBM4(6세대)’ 샘플을 보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두고 전문가들은 삼성 DS부문이 HBM과 파운드리 사업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이어갈 수 있다고 예상합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AMD도 현재 AI 쪽에 집중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AMD의 AI 가속기 물량이 늘어나면 삼성전자의 HBM 생산량도 높아지기 때문에 계약가 인상이나 협상력 강화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병훈 포항공대 반도체공학과 교수는 “대만 TSMC가 높은 AI 칩 수요를 못 쫒아가서 삼성 파운드리가 기회를 잡은 것으로 수주(테슬라 AI 칩 생산)에 의미가 있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양산을 하다보면 경쟁력이 올라 또 다른 수주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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