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진하 기자] 대선 패배 후 지지율 부진을 면치 못하는 국민의힘이 8·22 전당대회를 한 달도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극우 논란'과 '특검(특별검사) 공포'에 휩싸였습니다. 내부적으로는 전직 대통령 윤석열씨의 탄핵을 둘러싼 찬탄(탄핵 찬성)과 반탄(탄핵 반대) 세력 간 갈등으로 내홍이 계속되고 있는데요. 여기에 극우성향 전한길씨의 입당을 둘러싼 논란까지 더해져 당내 혼란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통일교·신천지 등 특정 종교단체가 집단으로 당원에 가입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특검의 수사 가능성까지 언급돼 당내 위기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당대표 출마를 선언한 조경태 의원(왼쪽부터)과 양향자 전 의원은 '찬탄파'로 분류되며,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과 장동혁 의원은 '반탄파'로 알려졌다. (사진=뉴시스)
3대 특검, 국힘 의원 줄줄이 압수수색
28일 정치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김건희 특검(특별검사 민중기)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국회의 재보궐선거 당시 김영선 전 의원 공천과 관련해 대통령 당선인이었던 윤석열씨와 통화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관련 내용은 지난해 10월 야당이었던 민주당이 윤씨와 '정치브로커' 명태균씨의 통화 녹음 파일을 통해 알려졌습니다.
해당 녹음은 2022년 6월1일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20여일 앞둔 5월9일로 17초 분량의 통화 내용입니다. 통화에서 윤씨는 "공관위에서 나한테 들고 왔길래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부터 열심히 뛰었으니까. '(공천을) 김영선이 좀 해줘라'고 말했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라고 말한 내용입니다. 이 같은 윤씨의 언급 뒤에 실제 윤 의원이 이 전화를 받았다는 사실은 인정한 것입니다.
윤 의원은 전날 김건희 특검에 소환된 뒤 15시간 동안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는데요. 윤 의원실이 압수수색(8일) 된 지 19일 만에 소환조사를 받은 것입니다. 지금까지 3대 특검은 윤 의원을 비롯해 국민의힘 의원 5명을 압수수색했는데요. 권성동(18일)·김선교(25일, 이상 김건희 특검), 임종득(11일)·이철규(18일, 이상 채해병 특검) 의원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에 따라 앞으로 특검팀이 해당 의원들을 줄소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찬탄'파 당권 주자들은 수사 대상에 오른 의원들을 향해 당을 떠나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조경태 의원은 지난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특검 수사 대상에 오른 의원들을 향해 "당을 방패 삼으면 안 된다"며 "즉각 떠나 달라"고 직격했습니다. 이날 출마 선언을 한 양향자 전 의원은 이들과 함께 거리에 나섰던 전한길씨를 향해 "우리 국민의힘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이 그분이 가고자 하는 방향과 정반대이기에 물러나시라"고 말했습니다.
전직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지난 5월30일 경기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청사 앞에서 공정선거 보장을 촉구하는 보수단체 집회에 참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반탄파' '찬탄파' 내홍에 종교 개입설까지
당내에서는 대선 패배 뒤 줄곳 윤석열씨 탄핵에 대한 입장을 놓고 '반탄'과 '찬탄'으로 나눠져 내홍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이른바 '윤석열 어게인'을 외쳤던 전직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를 둘러싼 갈등이 더욱 극명해졌습니다. 특히 당대표 출마 선언을 한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과 장동혁 의원이 전씨의 유튜브에 출연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당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조경태 의원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의원들이 있다"며 "우리 당이 절연할 3대 세력은 '부정선거 음모론자', '전광훈 추종자 및 특정 종교 세력', '윤석열 어게인 추종자'"라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 조 의원은 특검 수사 대상은 아니지만, 윤씨를 엄호했던 45명의 의원도 혁신의 대상이란 점을 강조했습니다.
종교 개입설도 불거졌습니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26일 페이스북에 "대선 경선 국민여론 조사에서 내가 10.27%포인트 차이로 윤석열 후보에 압승했는데, 당원 투표에서 참패했다"며 "당시 윤 전 대통령 측 총괄본부장으로 지휘하던 권성동 의원이 당원 투표에서 압승한다고 큰소리친 배경이 신천지, 통일교 등 종교집단 수십만의 집단 책임당원 가입이 그 원인이었다는 걸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고 주장했습니다.
홍 전 시장의 주장에 국민의힘은 적극 반박에 나섰습니다. 최수진 수석대변인은 "2021년 총선 당시 민주당은 당원 80만명, 그 중 권리당원이 40만명이 늘어났고, 우리 당은 58만명이 늘었다. (그 중) 책임당원 26만명이 정확하게 늘어났던 것"이라며 "이준석 전 당대표가 그 당시 살펴봤을 때 특정 지역이나 특정 세력으로 가입한 것이 포착되지 않았고, 이걸 추적하는 것은 어렵고 근거도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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