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귀순 부산인권플랫폼 파랑 이사장(가운데)이 16일 서울 종로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25 한국노동대상' 시상식에서 수상소감을 말하고 있다. (사진=김태은 기자)
[뉴스토마토 김태은 기자] "이주민 인권 현장의 주요 이슈를 따라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귀한 활동가들이 많은데 '왜 저일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심사위원들께서 제 삶의 여정을 조금 더 눈여겨보신 게 아닐까 싶습니다" (정귀순 파랑 이사장)
고려대학교 노동대학원·노동문제연구소가 주관하는 '2025 한국노동대상' 시상식이 1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19층 매화홀에서 열렸습니다. 올해 대상 수상자로는 정귀순 부산인권플랫폼 파랑 이사장이 선정됐습니다.
정 이사장은 1980년대 민주화운동을 시작으로 1996년 부산 최초의 외국인노동자 인권단체 '외국인노동자인권을위한모임(현 (사)이주민과함께)'을 설립했습니다. 이후 30여 년간 지역에서 이주·여성·해고 노동자 등 취약 노동 계층을 위한 권익 보호와 정책 제안 활동을 이어왔습니다.
2003년에는 시야를 이주민들이 떠나온 본국으로 확장해 '아시아평화인권연대'를 설립하고, 캄보디아·베트남 등 활동 영역을 넓혔습니다. 또 2004년부터는 '민들레 기금'을 운영하며 지역 활동가의 국내외 연수를 지원해 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정 이사장은 '사람을 지키지 않는 운동에는 미래가 없다'는 문제의식을 확립했고, 2022년 부산인권플랫폼 '파랑'이 출범했습니다.
안종기 고려대 노동대학원·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단순한 봉사 차원을 넘어, 지역 인권운동의 구조적 기반을 만들어 온 정 이사장의 활동은 한국 노동운동의 외연 확장과 방향성 설정에 있어 귀감이 될 만하다는 것이 심사위원회의 공통된 평가"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습니다.
정 이사장은 "이주민들과 함께하며 제 세상이 넓어졌다"며 "사람을 중심으로 보면 국적이라는 것이 얼마나 불합리하고 우리를 편협하게 만드는지 봤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주민 인권운동은 여전히 도전과 변화의 한가운데 서 있다"며 "민주주의와 인권, 존엄의 가치를 소중하게 여기는 이들이 마음껏 일하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더 넓고 촘촘하고 단단한 기반을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습니다.
김진영 고려대 노동대학원 원장은 "정 이사장은 정책을 제안하고 비판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글 교육·법률·주거 상담 등 실질적인 지원 체계를 직접 만들고 끌어왔다"며 "이번 수상은 단지 한 개인의 활동을 치하하는 것을 넘어 헌신의 기간을 기억하고 한국 사회가 앞으로 지향해야 할 가치를 되새기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한국노동대상은 노동 분야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이룬 인물에게 수여하는 상으로, 1999년 '노동문화상'으로 시작했습니다. 이후 '한국노동문화대상(2019~2022)'을 거쳐, 2023년부터 '한국노동대상'이라는 이름으로 시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기존에는 △노사관계 △문화예술 △노동학술 △노동정책·복지 분야별로 수상자를 선정했으나, 올해부터는 후보자 중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1인에게만 대상과 상금 1000만원을 수여합니다.
정귀순 부산인권플랫폼 파랑 이사장(가운데)이 16일 서울 종로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25 한국노동대상' 시상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김태은 기자)
김태은 기자 xxt19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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