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이재명정부 첫 달인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두 달 만에 다시 2%대로 올라섰습니다. 실생활에서 바로 체감되는 먹거리 물가, 가공식품을 비롯한 식품 가격 인상이 전반적인 물가 상승을 이끌었습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콕 집어 언급한 라면 가격은 7% 가까이 올랐습니다. 정부는 체감 물가 안정을 위해 채소류 공급 확대, 축산물 할인 행사 등을 진행하기로 하면서 물가 잡기에 적극 나서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중동 정세 불안으로 석유류 가격도 상승 전환하는 등 하반기 물가 불안 요소가 곳곳에 상존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향후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으로 편성한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시중에 풀리면 물가 상승 압력이 더 커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물가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물가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꼽은 이재명정부의 물가 대응 역량이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안 잡히는 가공식품 가격…체감 물가 '고공행진'
통계청이 2일 발표한 '2025년 6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6.31(2020년=100)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2% 상승했습니다. 올해 1월(2.2%) 이후 가장 높은 상승폭입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5월(1.9%) 5개월 만에 1%대로 낮아졌지만, 한 달 만에 다시 반등한 것입니다.
소비자물가가 2%대로 올라선 것은 라면이나 빵, 커피 등 소비자들이 자주 구매하는 가공식품 물가가 급등한 영향이 컸습니다. 실제 지난달 가공식품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4.6% 상승했습니다. 2023년 11월 이후 19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두 배를 넘어섰습니다. 외식 물가 역시 1년 전보다 3.1% 올라 5개월 연속 3%대를 유지하면서 물가 상승을 견인했습니다.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가 전체 소비자물가에 미친 영향은 각각 0.39%포인트와 0.44%포인트로, 두 항목이 전체 물가 상승률 중 0.83%포인트를 차지했습니다. 이는 전체 상승분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수치입니다. 가공식품 가격은 73개 품목 중 62개가 상승했습니다. 오징어채(48.7%), 양념소스(21.3%), 차(20.7%), 초콜릿(20.4%)의 상승률이 두드러졌고, 김치(14.2%), 커피(12.4%), 맛김(12.0%) 등도 큰 폭으로 올랐습니다.
특히 이 대통령이 언급했던 라면 가격은 6.9%나 상승하면서 5월(6.2%)보다 더 큰 폭으로 올랐습니다. 빵과 소시지 가격도 각각 6.4% 상승했습니다. 박병선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최근 커피, 차, 시리얼, 라면 등에서 출고가 인상이 순차적으로 소비자 가격에 반영됐다"며 "출고가 인상은 원재료 가격과 인건비 상승이 주요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여기에 석유류 가격도 중동 정세 불안 여파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0.3% 오르며 상승세로 돌아섰습니다. 체감 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지수도 1년 전보다 2.5% 올라 전달(2.3%)보다 오름 폭이 확대됐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민생회복 소비쿠폰' 물가 자극 우려…정부, 물가 잡기 '총력'
정부는 물가 안정 대책 마련에 나서며 물가 잡기에 총력을 다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앞서 이 대통령도 취임 일성으로 물가 안정을 강조하며 물가와의 전쟁을 선포했습니다. 하지만 하반기 물가 불안 요소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유가·환율 불안은 물론, 이르면 이달 중 지급되는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비롯한 추경 예산까지 대거 풀릴 경우 물가 상승을 자극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통상 이론적으론 시중에 돈이 풀리면 소비심리가 반등하고 주거비 상승 등의 영향으로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합니다.
다만 정부는 추경 예산이 물가를 자극할 가능성은 작다고 판단합니다. 임기근 기재부 2차관은 전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추경이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라는 질의에 "내수가 부진하고, 총수요 자체가 잠재 수준에 미달해 물가를 자극할 여지는 극히 제한적"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웅 한국은행 부총재보도 이날 물가상황점검회의를 열고 "유가의 일시 급등과 농축수산물 등의 기저효과에 기인해 상승률이 전월보다 높아졌다"면서 "7월에는 지금같은 국제유가·환율 안정세가 이어질 경우 물가 오름 폭이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습니다.
정부는 우선 이형일 기재부 장관 대행 1차관 주재로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열고 추석 전까지 배추 3만6000톤을 방출하고 사과, 배 등의 정부 가용 물량을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또 여름 휴가철을 맞아 한우 최대 50% 할인 행사를 진행하고 수입 소고기도 냉장구이류를 40% 할인 판매하기로 했습니다. 이 밖에 여름철 휴가지 먹거리 물가·숙박요금 등에서 바가지 요금이 없도록 민관합동 물가점검반을 가동해 현장 점검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기재부 관계자는 "2% 내외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유지하고 있지만, 누적된 인플레이션으로 물가 수준 자체가 올라와 있는 데다 먹거리 물가 상승률이 높아 생계비 부담이 큰 상황"이라며 "체감 물가 안정에 방점을 찍고 물가 관리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박병선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이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5년 6월 소비자물가동향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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