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보고 '거푸 무산'에 궁지 몰린 검찰…해법도 ‘갑갑'
뾰족한 묘수없는 검찰…국회 입법만이 해법
2025-06-26 16:05:33 2025-06-26 16:09:35
[뉴스토마토 오승주 선임기자] 검찰이 이재명정부 업무보고에서 연거푸 퇴짜를 맞았습니다. 이재명정부의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위원회(국정위)의 검찰청 업무보고가 연속으로 두 번이나 무산된 겁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검찰의 수사권·기소권 분리와 검찰개혁을 약속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중대범죄수사청을 설립해 검찰 수사 기능을 이전하고, 검찰은 공소 즉 기소에만 전념하는 공소청으로 분리시키겠다는 구상을 내놨습니다. 대신 검찰보다 수사력이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았던 고위공직자수사처엔 힘을 실어줌으로서 검찰개혁에 따른 수사력 공백을 줄이겠다는 방침입니다. 
 
하지만 검찰로선 수사권을 내줄 의도가 없어 보입니다. 국정위가 두 차례나 검찰의 보고를 반려했다는 데는 검찰 스스로 수사·기소분리를 위한 자정을 위한 고민을 하지 않았다는 걸 방증합니다. 검찰개혁의 거센 파도 앞에 검찰은 궁지에 몰린 셈인데, 자체 해법은 물론 뾰족한 묘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참여연대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구성원들이 6월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정기획위원회 앞에서 검찰개혁 5대 핵심 과제 제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연거푸 미뤄진 검찰 업무보고
 
국정위는 25일 검찰에 대한 업무보고를 또다시 연기했습니다. 20일 업무보고 연기에 이어 두 번째입니다. 국정위는 검찰에 대한 다음 보고를 7월2일로 잡았습니다.
 
조승래 국정위 대변인(민주당 의원)은 2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검찰의 두 번째 업무부고가 무산된 것에 관해 “충분히 숙고하고 준비할 시간을 갖자는 취지에서 (검찰 보고를) 일주일 미뤘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국정위는 지난 20일 검찰의 첫 업무보고 때도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인 수사·기소분리 내용이 누락돼 있다면서 회의 시작 30분 만에 보고를 중단한 바 있습니다. 
 
검찰 업무보고를 준비한 대검찰청은 두 번째 보고 전날(24일) 다시 마련 보고서를 국정위에 제출한 상태였습니다. 그럼에도 국정위가 보고를 미룬 건 검찰의 보고 내용이 국정위의 ‘성에 차지 않는다’라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조 대변인은 “문제가 가진 사안의 중대성 등을 고려해 고민할 시간을 (검찰에) 주고 우리도 갖기로 한 것”이라고 말한 건 이런 맥락입니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의 모습 (사진=뉴시스)
 
국정위는 새 정부 공약에 맞춰 검찰에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를 뼈대로 한 개혁안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는 국가의 범죄대응 역량을 떨어뜨린다는 이유 등을 들어 미지근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검찰은 문재인정부의 검·경 수사권 조정 당시에도 수사역량 등을 이유로 거세게 반대했습니다. 검찰이 아닌 경찰 등 다른 기관의 수사역량과 자질이 부족해 억울한 피해자만 양산할 것이라는 논리였습니다. 사법시험을 통과하고 연수원까지 마친, 수사 전문성을 갖춘 검찰이 현재처럼 수사권과 기소권을 함께 보유하고 사건을 다뤄야만 범죄 대응에 대한 효율성을 확보할 수 있으며, 발 빠르고 정확한 수사가 가능하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검찰청이 개청한 이래 검찰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부여함에 따라 과도한 권력집중이 일어났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역대 정권마다 정적을 제거하는 칼로 검찰을 부렸고, 이는 검찰이 권력에 편승하는 정치검찰 현상까지 만들었습니다. 
 
특히 문재인정부에선 윤석열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한 검찰권력이 조국 법무부 장관의 비위 혐의를 포착해 압수수색 등을 진행하는 사상 초유의 검란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이후 등장한 윤석열정부는 검찰 출신 인사들을 정부 요직에 기용하고 검찰 공화국을 만들었고, 이는 12·3 계엄으로까지 이어졌습니다. 
 
결국 이재명정부로 정권이 교체되면서 검찰개혁을 막을 수 없는 시대적 과제가 됐습니다. 문재인정부에선 검찰의 반발을 우려해 검찰의 수사권만 일부 조정해 수사범위를 축소시키는 데 그쳤고, 검찰은 여전히 수사지휘권 등을 통해 경찰을 통제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법조계와 시민단체 등에선 문재인정부에서 했던 '미완의 개혁'에서 더 나아가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분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배적입니다.  
 
이한주 국정기획위원회 위원장이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 브리핑실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뾰족한 수가 없는 검찰
 
검찰 입장에서는 수사권이 박탈되면 ‘종이호랑이’로 전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수사권·기소권 동시 보유는 검찰로서는 조직의 명운을 걸고 저항할 수밖에 없다는 게 중론입니다. 
 
그렇다고 검찰도 마냥 저항할 수도 없어 갑갑하기는 매한가지입니다. 가뜩이나 국회는 민주당이 167석을 확보한 압도적 여소야대 형국입니다. 설사 정부는 뒷짐을 지더라도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국회가 법률개정을 통해 검찰개혁이라는 대통령 공약을 실천하려고 나서면 검찰로서도 별다른 방법이 없는 겁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국정위가 아무리 재촉해도 검찰이 따르지 않을 공산이 크다”며 “정밀한 입법을 통해 수사·기소권을 분리시키는 과정도 시끄러울 터지만 국회를 통한 입법만이 해법”이라고 말했습니다.
 
오승주 선임기자 seoultubb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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