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김태은 기자] 국정기획위원회가 이재명정부 초기 '군기반장'을 자처하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역할을 하고 있는 이한주 국정기획위원회 위원장이 있는데요. 국정기획위는 검찰과 방송통신위원회, 해양수산부 업무보고를 중단하고 '재보고'를 요구한 상황입니다. 여기에 전 부처에 대한 업무보고 자체를 '재보고' 수준으로 다시 진행하기로 하면서 이재명정부의 관료 사회 '군기 잡기'가 본격화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한주 국정기획위원회 위원장이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 브리핑실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한주 "부처 총평 '실망스럽다'" 직격
이 위원장은 22일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에서 국정기획위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주 부처별 업무보고에 대한 총평은 전반적으로 노력에 비해 실망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직격했습니다.
앞서 국정기획위는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사흘간 전 부처 업무보고를 진행했는데요. 지난 20일에는 검찰청과 방송통신위원회, 해양수산부의 업무 보고를 중단시켰습니다. 해수부의 경우 자료 유출이 문제가 됐고 검찰청과 방통위는 이재명정부의 국정 철학 이해도가 낮은 것은 물론 준비 자체가 부족했다는 이유로 각각 중단했습니다.
특히 국정기획위는 검찰의 문제를 짚었는데요. 검찰은 이번 업무보고에서 기소권과 수사권의 분리, 검사의 기소권 남용 문제 등 이재명정부의 주요 검찰개혁 과제 자체를 누락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국정기획위는 오는 25일과 26일 이틀에 걸쳐 검찰과 방통위, 해수부 등에서 서면 자료를 제출받고, 업무보고를 다시 진행할 예정입니다. 이들 기관은 윤석열정부 당시 민주당과 대립한 바 있어, 사실상의 '기강 잡기'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국정기획위는 이들 3개 부처 외에도 기획재정부 등 부처 전반의 업무보고가 부실하다는 입장입니다. 이미 대선 과정을 거치면서 이재명정부의 정책 공약이 구체화됐음에도, 각 부처가 구체적인 대안 마련에 미흡했다는 겁니다. 이에 대해 조승래 국정기획위 대변인은 "안타깝게도 윤석열 정부 3년, 비상계엄 사태 6개월 동안 공직사회가 얼마나 혼란스럽고 많이 무너졌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이라고도 했습니다.
이 위원장은 윤석열정부를 거치면서 공직사회가 무너진 것이라는 지적도 내놨습니다. 그는 "국민들의 보다 나은 삶을 찾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도 다소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면서 "이것은 특별한 문제라기보다는 지난 정부 3년 동안에 이완된 국정 운영 상태의 반영이라고 생각한다"고 꼬집었습니다.
이 위원장은 직접 각 부처 업무보고에도 참석했는데요.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벤처기업부 등의 업무보고에 대해서도 "흐트러져 있다", "공약 이해도가 떨어진다"며 비판했습니다.
국정기획위의 이 같은 직격이 사실상 '기강 잡기'라는 평가가 일반적인데요. 야당 일각에서는 '갑질'이라는 주장도 내놓고 있습니다. 다만 국정기획위는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귀담아듣겠다는 입장을 나타내면서도 "윤석열정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법무부의 업무보고 자체를 거부하고 별도의 기자회견을 분노를 금할 수 없다라는 과격한 표현까지 쓴 바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국정의 실패와 계엄 이후의 국가를 정상화하기 위한 노력을 정치적으로 매도하면 안 된다"고 반박했습니다.
이한주 국정기획위원회 위원장이 20일 서울 종로구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열린 정치행정분과 검찰청 업무보고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태업' 지적…관가 내 긴장감 '확산'
국정기획위의 전방위 압박에 관가는 진땀을 빼는 모양새입니다. 부실 보고와 국정 철학 이해 부족이 업무보고 퇴짜의 근거지만, 관가에서는 친윤(친윤석열) 관료들에 대한 개혁의 과정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국정기획위가 부처 업무보고를 기반으로 향후 5년의 국정을 설계하는 과정을 진행 중인데, 벌써부터 관료들의 '태업'을 문제 삼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 경제 부처 과장급 관계자는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다그치기보다 업무보고 전에 명확한 방향을 줬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토로했습니다.
기재부의 한 서기관은 "검찰 업무보고를 중단시켰다는 것을 보니 조직 개편하려는 부처를 더 세게 잡았나 싶기도 하다"고 했습니다.
지난 20일 국정기획위의 업무보고 중단 소식이 들리자 같은 날 업무보고를 진행한 부처의 실장급 관계자는 "중단되지 않고 무탈하게 보고는 마쳤다"며 안도하기도 했습니다.
사회부처 관계자 "국정기획위에서 각 부처에 개별적인 발표를 자제하라는 분위기이고, '업무보고가 실망스럽다'고 하는 등 군기를 잡고 있어 언론 대응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부처 내 긴장감이 확산하고 있는 겁니다.
내부에서는 입단속하는 분위기도 감지됩니다. 다른 경제 부처 관계자는 "정책혼선 우려 때문에 국정기획위로 언론 대응 일원화한다고 해서 보도자료로 확인해달라"면서 언론 대응 자체를 피하기도 했습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도 "업무보고 내용 등이 이미 유출된 곳도 있어 자료 유출 자체를 조심하고 있다"고 부처 내 긴장감을 전했습니다. 부처에서 자료유출이 빈번하게 발생한 영향입니다.
이 위원장은 "업무보고 중단의 이유가 과거 정부에서 무엇을 했기 때문이 아니다"라며 "다른 측면에서 보자면 공무원 사회를 신뢰하고 있는 것으로, 공약 이행 계획을 함께 짜고 있는 과정으로 이해해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김태은 기자 xxt19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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