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태은 기자] 4월 출생아 수 증가율이 동월 기준 3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혼인 건수가 늘고 30대 여성 인구 증가 등으로 4월 출생아 수가 3년 만에 2만명대를 회복한 영향입니다. 인구 문제가 저성장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되는 가운데, 새 정부가 현금성 지원 정책뿐만 아니라 구조개혁과 맞닿은 인구 정책을 골몰해야 하는 시기라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출생아·혼인 건수 증가세 유지…합계출산율 0.79명
25일 통계청이 발표한 '4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지난 4월 출생아 수는 2만717명으로 1년 전보다 1658(8.7%) 증가했습니다. 2022년 4월 2만1164명을 기록한 이후 3년 만에 다시 2만명대로 올라선 겁니다. 증가율 자체도 1991년(8.7%) 이후 4월 기준 34년 만에 가장 높았습니다.
올해 들어 4월까지 누계 출생아 수 또한 8만5739명으로 작년보다 7.7% 증가했습니다. 월간 출생아 수는 작년 7월 이후 10개월 연속 증가했습니다. 지역별로는 제주를 제외한 모든 시도에서 4월 기준 전년 동월 대비 출생아 수가 증가했습니다.
4월 기준 합계출산율은 0.79명으로 전년동월대비 0.06명 증가했지만, 여전히 0명대를 벗어나진 못했습니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1명이 가임기간(15~49세)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입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혼인 증가와 30대 초반 여성 인구 증가,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의 출산 지원 정책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입니다.
4월 사망자 수는 2만8785명으로 전년동월대비 225명(0.8%) 증가했습니다. 출생아 수가 사망자 수를 밑돌면서 지난 4월 인구는 8066명 자연 감소했습니다. 세종을 제외하고 모든 시도에서 자연감소했습니다.
결혼 증가 추세도 유지됐습니다. 4월 혼인 건수도 1만8921건으로 집계되면서 1년 전보다 884건(4.9%) 늘었습니다. 지난해 4월 이후 13개월 연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1~4월 누적 혼인 건수도 7만7625건으로 전년 동월 대비 7.5% 늘었습니다.
통계청 관계자는 "지역별로 보면 혼인 지원금을 주는 대전에서 혼인 건수가 높게 나타나는 등 정책적인 효과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해 4월 혼인건수 증가율이 20%대로 매우 높았는데 올해 4월에도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어 이 추세가 당분간 이어지지 않을까 전망한다"고 언급했습니다.
다만 이혼 건수는 7299건으로 1년 전보다 402건(5.2%) 줄었습니다. 지난해 5월부터 12개월째 감소하고 있습니다. 1~4월 누적 이혼 건수는 2만8778건으로, 작년 동기보다 5.5% 감소했습니다.
경기도 고양시 CHA의과학대학교 일산차병원 신생아실에서 간호사가 신생아들을 돌보고 있다. (뉴
현금성 양육 지원 예고…전문가 "출산율 반등엔 역부족"
출범부터 2차 추경으로 확장재정을 펼친 이재명정부는 저출산 대책으로 아동수당 확대, 세제 혜택 등 주로 현금성 지원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 현재 8세 미만 모든 아동에게 매월 10만원씩 현금으로 지급하고 있는 아동수당의 지급 대상을 18세로 단계적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정부가 아동 명의로 펀드를 개설하고, 부모도 매칭 방식으로 납입할 수 있는 '우리아이자립펀드'도 도입을 예고했습니다. 양육 비용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비공개로 진행된 국정기획위 경제1분과 업무보고에서 부부·가족 단위로 소득세를 부과하는 세제개편 방안이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현행 '개인' 단위의 소득세 과세표준 체계의 단위를 '가족'으로 넓혀 기혼·다자녀 가구의 실질 세 부담을 줄이는 방안입니다. 이와 함께 다자녀 가구에 월세 세액공제, 자녀세액공제 등을 확대하는 방안과 '초등학교 저학년'의 예체능 학원비에는 교육비 세제혜택을 주는 방안이 검토될 것으로 보입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경북행복재단 대표)는 "출산을 망설이는 '비용' 부담은 기본비용이 아닌 사교육비 같은 압박비용에 있다"며 "이는 단순히 현금성 지원을 늘린다고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닌,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정 교수는 "현금성 지원은 결혼과 출산의 '선택'을 놓고 고민하는 사람들에게는 유인책이 될 수 있지만, 아예 선택 자체를 포기하는 구조적 문제에 놓여있기 때문에 저출산 흐름을 전환하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어 "중산층에게 유리한 대책들이 많다"며 "예체능 세액 공제 등은 오히려 사교육 시장을 확대해 계층 간 격차를 확대시키고 사교육비 부담만 증가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세제혜택 등 인센티브 정책은 출산율 직접 견인 효과보다는 출산한 가구를 지원하는 제도에 가깝다"고 평가했습니다. 출산율 개선 방안으로는 거버넌스를 꼽았습니다. 석 교수는 "인구 문제에 대한 거버넌스 논의와 새 정부가 인구 문제를 의제화하는 것이 정책 지속성과 힘을 끌어내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금성 지원으로 인한 재정 건전성 우려에 관해선 "기본적으로 출생아 수가 감소하면 재정의 지속가능성은 없는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우 교수는 "저출산 문제는 복합적 사안이므로, 재정 투입으로 시작하되, 궁극적으로는 일·가정 양립이 가능한 문화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태은 기자 xxt19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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