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심' 놓고 정청래-박찬대 신경전
박찬대 23일 당대표 출마선언…정청래와 찐명 대결
'대통령 당무 개입' 해석 낳을까 대통령실 경계
2025-06-22 17:32:05 2025-06-23 10:08:44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국민 개표방송 행사에서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상임 총괄선거대책위원장에게 꽃다발을 받고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김유정 기자] 민주당의 차기 당대표를 놓고 정청래 의원과 박찬대 의원이 맞붙는 가운데, 관건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으로 보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을 지지하는 일부 강성 당원들은 명심이 박찬대 의원에게 있는 것으로 보고, '박찬대 당대표 만들기'에 돌입했습니다. 정청래 의원으로서는 부담일 수밖에 없는 대목인데요. 정 의원 측에서는 이 대통령이 국정기획위원장에 박 의원을 염두에 두고 일종의 교통정리를 시도했다는 면에서 박 의원이 명심을 거스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난 20일 이 대통령과 전 원내지도부 간 만찬이 전격 취소된 것을 놓고도 두 의원 측은 아전인수 격 해석을 내놓으며 물밑 신경전을 고조시키는 양상입니다.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의 당무 개입 해석을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한껏 경계한 채 지켜보는 입장입니다. 
 
정청래 대 박찬대…2파전 '찐명 대결'
 
박찬대 의원이 23일 당대표 출마선언을 공식화하면서 민주당 차기 당대표 선거는 정청래 대 박찬대 양자 대결로 치러질 전망입니다. 앞서 정청래 의원은 지난 15일 당대표 도전을 선언했습니다. 당 안팎에선 두 의원 모두 '친명(친이재명)계'로 분류됩니다.
 
박 의원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당 대표 출마 기자회견을 가집니다. 이 대통령의 주요 7개국(G7) 회의 순방 일정과 22일 진행된 여야 지도부 초청 오찬 일정을 피해 출마 회견 날짜를 잡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손학규계'로 정치에 입문한 박 의원은 20대 대선에서 이재명캠프 수석대변인을 맡았고 이재명 당대표 1기 지도부에서 최고위원을 지냈습니다. 이어 이재명 당대표 2기 지도부에서 원내대표를 맡으며 비상계엄 및 탄핵 정국 등에서 안정적 리더십을 보여줬습니다. 무엇보다 정권교체는 그의 당대표 도전의 최대 자산으로, 일찍이 그는 인천시장 도전을 염두에 뒀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당 대표 출마선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 의원은 지난 15일 당대표 출마를 선언하며 가장 먼저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정 의원은 출마선언 기자회견에서 "민주당 당대표로 이 대통령과 한 몸처럼 행동하겠다. 이재명이 정청래이고, 정청래가 이재명"이라며 "시대적 과제는 조속한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으로, 제가 당대표가 돼 그 임무를 완성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정 의원은 최근 일부 지지자들로부터 '왕수박'이라는 비난을 받은 것과 관련해 "너무 억울하다. 저보고 왕수박이라는데 이건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습니다. 수박은 겉과 속이 다르다는 의미로, 일부 '비명(비이재명)계'를 일컫는 용어인데요. 정 의원은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뒤 전해철 의원과 웃고 나오는 사진이 있다. 정청래가 이럴 수 있냐'더라"며 "그 장면은 체포동의안 투표 직전 의원총회에 들어가는 장면"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정 의원은 지난 19일 호남을 찾은 데 이어 21일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는 등 사실상 선거 운동에 뛰어들었습니다. 정 의원은 이재명 당대표 1기 지도부에서 수석최고위원을 맡으며 2년간 이 대통령과 호흡을 맞췄습니다. 또 22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장을 맡으며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여러 쟁점 법안을 처리했습니다. 
 
민주당은 오는 8월2일 전당대회를 개최하기로 확정했습니다. 이번 전당대회는 이 대통령의 대선 출마로 당대표 궐위가 발생해 실시하는 선거인데요. 차기 당대표는 이재명정부 출범과 함께 집권여당을 이끄는 상징성이 있는 데다, 내년 6월 지방선거 공천권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민석 최고위원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통령실 불개입 원칙 속…막 오른 명심 대전

이번 당대표 선거도 직전 원내대표·최고위원 선거와 마찬가지로 누가 '명심'에 더 근접한 후보인지 여부에 달렸다는 게 중론입니다.
 
앞서 이재명 당대표 1기 시절 최고위원 선출을 주목하기도 합니다. 지난해 민주당 전당대회 최고위원 선거에서 지역순회 경선 초반, 중위권에 머물던 김민석 의원이 이 대통령의 지원사격으로 1위에 오른 것을 말합니다. 이로 인해 초반 선두를 달린 정봉주 전 의원은 급격한 하락세를 겪어야 했습니다. 결국 김 의원은 여타 경쟁자들을 제치고 최종 득표율 1위(18.23%)로 수석최고위원에 선출됐습니다.
 
이를 놓고 정 전 의원은 사석에서 "이 대표 같은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안 된다"고 발언한 내용이 당원들에게 알려지며 이 대통령의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반발을 샀습니다. 선거 초반 득표율 1위를 기록했던 정 전 의원은 6위(11.70%)로 밀리며 지도부 입성에 실패했습니다. 
 
다만 이 대통령이 이번 당대표 경선에서 명심을 드러낼지는 미지수입니다. 대통령실도 대통령 당무 개입 논란을 의식, 지난 20일 박 의원을 포함한 직전 원내지도부 초청 만찬을 전격 취소했습니다. 
 
김유정 기자 pyun9798@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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