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국내 2위 대형마트 업체인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지 100일을 맞이했지만 여전히 답보 상태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이 기간 동안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은 물론, 오히려 경영진을 향한 검찰의 수사, 임차 점포 폐쇄, 납품 업체 이탈 등 나날이 늘어나는 악재들이 기업 정상화에 발목을 잡은 까닭인데요.
법원의 회생계획안 제출 기간 연장 결정에 따라 현재 홈플러스에는 1개월의 시간이 주어졌는데요. 일단 홈플러스는 인수합병(M&A) 추진 계획을 반영한 새 주인 찾기에 나선다는 방침까지는 마련한 상태입니다. 다만 홈플러스를 둘러싼 난제들을 해결하기에 시간이 넉넉지 않고 대형마트 업계 자체의 침체도 심각한 만큼, 계획대로의 회생을 위해선 각고의 노력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기업회생 100일째지만…진전 없는 홈플러스
홈플러스는 11일부로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지 100일째에 접어듭니다. 지난 3월 4일 홈플러스는 신용등급 하락에 따른 자금 이슈 대응 차원에서 선제적 구조조정 차원의 기업회생절차를 개시했고, 법원은 신청 11시간 만에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한 바 있습니다.
특히 홈플러스는 회생절차 개시 10일 후 조주연 홈플러스 대표와 대주주인 MBK파트너스 김광일 부회장까지 나서며 확고한 정상화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는데요. 당시 이들 고위 경영진들은 법정관리 절차 이후 불안해하는 협력사, 임대점주 및 채권자들에게 상거래 채권 지급 진도율과 상품 공급 안정화 현황 등에 대해 공유하고, 책임 있는 자세로 모든 채권을 변제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100일이 지났지만 홈플러스의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시일이 흐를수록 잡음이 많아지며 회생 절차가 도리어 지연되는 모양새인데요.
지난달 17일 검찰은 인천국제공항에서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고, 이후 김 회장의 출국도 정지시켰습니다. 홈플러스와 MBK파트너스 경영진이 신용등급의 강등을 예측한 상황에서 기초유동화증권(ABSTB)을 발행하고 판매해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입힌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습니다.
특히 김병주 회장은 지난 3월 16일 논란에 대응하기 위해 사재 출연을 약속한 바 있는데요. 아직까지 구체적인 사재 출연 방안이나 일정 등에 대해서는 논의되지 않고 있습니다. 게다가 사정 기관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는 만큼, 김병주 회장의 사재 출연 약속에 대한 의문의 시선도 제기되는 실정입니다.
임차 점포의 무더기 폐점 위기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홈플러스가 매장을 임차해 운영한 점포 68곳 중 27곳에서 임대료 협상이 결렬된 상태인데요. 홈플러스는 계약 해지를 통보했던 27개 점포들 중 7개 점포와의 임대료 조정 추가 합의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외형 축소에 따른 경쟁력 손실은 불가피합니다.
납품 중단 사태가 반복되고 있는 점도 불안감을 키우는 요소입니다. 대전충남양돈농협은 지난 3월 말부터 납품을 아예 중단했고, 일시적이긴 했지만 오뚜기, 동서식품, 롯데칠성음료, 빙그레, 매일유업 등은 납품을 중단했다 재개한 바 있습니다.
M&A 추진 계획 반영…업황 침체는 부정적 변수
현재 홈플러스에 남은 시간은 약 1개월입니다. 서울회생법원 회생4부는 홈플러스의 회생계획안 제출 기간을 당초 예정일이던 이달 12일에서 내달 10일로 연장했는데요. 이는 회사 유지 가치를 판단하는 조사위원의 조사보고서 제출 기한이 지난달 22일이었지만 이달 12일로 변경됐기 때문입니다.
일단 홈플러스는 M&A 추진 계획을 반영한 새 주인 찾기로 방향을 굳혔습니다. 홈플러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회생계획안을 내달 10일까지 법원에 제출하기로 했다고 밝혔는데요. 삼일회계법인은 이달 12일 법원에 홈플러스의 자산, 부채 규모, 현금 흐름 등을 토대로 계속기업가치와 청산가치를 판단한 조사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입니다.
홈플러스 부채는 메리츠 계열 3개사에서 빌린 1조2000억원을 포함해 2조원대입니다. 또 자가 보유 점포의 가치를 더한 부동산 자산은 4조7000억원 규모에 달하는데요. 홈플러스는 청산가치보다 계속기업가치가 커 기업회생에 성공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사실 홈플러스는 회생 개시 후 영업에 집중하고 회생계획 인가 전 M&A를 추진하지는 않은 상태였는데요. 결국 회생계획안에는 M&A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으로 방향을 선회했습니다. 회생계획안 인가 결정이 내려지면 MBK가 본격적으로 새 주인 찾기에 나서게 됩니다.
홈플러스 측은 회생절차 개시 이후로도 정상 영업을 통해 현금 창출을 하고 있고, 근로자의 급여와 퇴직금, 복지도 차질 없이 이뤄지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다만 유통가 M&A 시장 전반에 걸쳐 냉기류가 감돌고 있고, 대형마트 업황의 침체가 심각한 점은 부정적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데요.
한 오프라인 유통 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분할 매각된다면 그나마 매력적인 매물이 될 수는 있다"며 "그렇다 해도 저성장 국면과 내수 침체 지속으로 대형마트 업황의 경쟁력이 예년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인수하려는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이 상당한 상황"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을 신청한 지 100여일이 됐지만 뚜렷한 성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남은 1개월 동안 비효율 점포에 대한 분석 등 경제 효율화 방안을 마련하고, 홈플러스를 둘러싼 부수적 걸림돌들을 빠른 시일 내 해결하는 등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조언했습니다.
경기 고양시의 한 홈플러스 매장 앞으로 시민이 지나가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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