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저축은행 간판.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신수정 기자] 대형 저축은행과 중·소형 저축은행 간 신용평가모형(CSS) 수준 격차가 갈수록 심화하고 있습니다. 충분한 자금력을 갖춘 대형사는 주기적인 업데이트와 개발로 CSS를 고도화해 건전성을 제고하고 있지만, 자본이 부족한 중·소형사는 투자를 하지 못해 계속 뒤쳐지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CSS는 개인이나 기업의 신용도를 종합 평가해 대출 여부를 결정하는 시스템으로, 저축은행들은 연체율과 건전성 관리로 부실채권을 줄이기 위해 금융권 CSS 고도화 추세에 올라탔습니다. 그러나 투자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저축은행 사이에선 우량 차주를 선점하지 못하고, 건전성과 수익성이 악화하는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옵니다.
11일 저축은행업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 79개 저축은행 중 자체적으로 개발한 CSS를 보유한 저축은행은 대형(자산 1조원 이상) 저축은행과 지주사 계열 저축은행 등 33곳으로 확인됩니다. 이 중 자산 기준 상위 5개 저축은행(SBI·OK·애큐온·웰컴·한국투자)은 2010년대부터 CSS를 선제적으로 마련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들 저축은행은 10년 이상 축적된 고객의 신용평가 데이터를 바탕으로 CSS 정교화 및 고도화 작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했습니다. 그 결과 인공지능(AI)·빅데이터를 활용한 특화 CSS나 통신비 납부 내역,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용 빈도, 마이데이터 등 대안 정보를 활용한 자체 개발 CSS를 확보하게 됐습니다.
나아가 독자적인 CSS를 가진 다른 금융사와 전략적 업무협약(MOU)을 맺고, 자체 개발한 CSS와 중첩해 사용하는 등 CSS를 통한 대출심사 역량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한국투자저축은행이 네이버파이낸셜과 MOU를 통해 자사 대출 상품의 공급 시 심사 단계에서 대안 신용평가모형인 ‘네이버 스코어’를 적용한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반면 지방에 몰린 중·소형 저축은행 46곳은 자체 CSS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채 저축은행중앙회가 나이스신용평가정보에 의뢰해 구축한 ‘표준 CSS(3.0)’를 이용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표준 CSS 구축 전 주먹구구식으로 신용대출이 이뤄졌던 걸 감안하면 개선된 셈이지만, 자체 CSS를 사용하는 곳을 따라가기엔 역부족입니다.
저축은행의 건전성 관리는 CSS 고도화를 통해 대출심사에서 차주에 대한 변별력을 갖추는 것이 관건으로 지목됩니다. 대출 차주의 신용정보와 상환 능력 등을 고려해 연체율을 낮추고 자금 운용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통상 70억~80억원의 초기 구축 비용에 3~5년 주기의 업데이트에 들어가는 유지 비용까지 출연해야 하므로 유동성과 자본력이 떨어지는 중소 저축은행은 CSS 시스템을 갖추기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주된 견해입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대형사는 디지털과 비대면 채널을 확보하고 CSS 정교화를 통해 시장 대응력을 높였다"면서 "반면 소형사는 이러한 시스템을 갖추기 쉽지 않은 환경”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CSS를 고도화해 대출 경쟁력을 높여야 건전성 관리와 수익성 개선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주기적으로 대규모 비용을 태워야 하는 특성으로 인해 CSS 개발 격차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신수정 기자 newcrystal@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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