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변호인단, 민정수석실 장악?
검찰 등 사정기관 장악력 강화…인사검증 부실 우려 목소리도
2025-06-10 17:34:47 2025-06-10 17:35:56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이선재 인턴기자] 대통령실 인선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민정수석실의 비서관 자리에 이재명 대통령의 변호인단을 기용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검찰 등 사정기관에 대한 장악력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읽히는데요. 특히 이 대통령의 '레드팀'(조직 내 확증 편향을 막기 위해 의무적으로 반대 의견을 내는 역할)을 담당해야 할 민정 라인이 이 대표의 변호인단으로 채워질 경우 향후 인사 검증이 더 부실해질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10일 여권에 따르면, 최근 오광수 민정수석 산하 비서관 자리에 이 대통령의 변호인 출신 인사들이 대거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서 대통령실 조직개편에 의해 사법제도비서관이 신설되면서 민정수석실 비서관 자리는 4명으로 늘어났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사진=연합뉴스·뉴시스·법률신문·법무법인 에스)
 
이태형·전치영·이장형…민정라인 곳곳에 '대통령 변호인'
 
오광수 수석과 합을 맞출 민정비서관에는 이태형 민주당 법률위원장이 내정된 것으로 전해집니다. 수원지검 공안부장과 의정부지검 차장을 지낸 이 위원장은 이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법조인 중 한 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2018년 의정부지검 차장검사를 끝으로 공직을 떠난 후 당시 이재명 경기지사의 '혜경궁김씨' 사건을 변호했습니다. 이후 이 대통령 대장동·백현동·대북송금·공직선거법 사건 변호인단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 위원장은 민주당에 입당해 당 법률위원장을 역임했습니다. 윤석열정부 출범 때부터 최근까지 민주당의 대여 법률 대응, 이 대통령 사법리스크 관리에서 실력을 인정받았습니다. 이 위원장은 이 대통령이 어려운 처지에 놓일 때마다 가장 가까이에서 도움을 주면서 이 대통령의 신뢰가 굳건해졌다고 합니다. 오 수석이 민정수석 임무를 다한 뒤 이 위원장이 그 자리를 이어받을 것이란 관측도 나옵니다.
 
민주당 내 법조인 출신 한 의원은 "이태형 위원장의 경우 민정수석 이야기도 나왔다"면서도 "다만 민정수석의 경우 예전 관행대로 하면 검사장 출신들이 많이 했다. 관행에 따라 차장검사까지만 한 이 위원장이 민정비서관을 하는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대통령실 직원들의 비리 감찰과 고위공직자 인사검증을 맡은 공직기강비서관엔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 변호를 맡은 전치영 변호사가 내정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전 변호사는 이태형 위원장과 법률사무소에서 근무하기도 했습니다.
 
이번에 새로 도입되는 '국민추천제'를 통해 장·차관 등으로 추천된 인사들은 공직기강비서관의 인사 검증과 공개 검증 절차를 거쳐야 정식으로 임명됩니다. 그만큼 공직기강비서관의 역할이 중요해진 것인데요. 이명박·박근혜정부에선 수사 경력이 있는 검찰 출신이 인사가 주로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낸 반면에, 노무현·문재인정부 땐 비검찰 출신 인사가 공직기강비서관을 맡았습니다. 이재명정부도 과거 민주당 정부의 인사 기조를 따라가는 모양새입니다.
 
사법 개혁 과제를 다룰 법무비서관엔 이장형 변호사가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부장판사 출신인 이장형 변호사는 이 대통령의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을 변호했습니다. 통일부에서 근무한 이력도 있습니다. 통일부 파견 근무를 통해 대북 문제에 대한 전문성을 강화했습니다.
 
민정수석실에 신설되는 사법제도비서관에는 조상호 변호사 기용 가능성이 거론됩니다. 조 변호사는 이 대통령 대장동 사건 변호인으로, 지난해 22대 총선 출마를 위해 당내 서울 금천 경선에 나섰지만 낙마했습니다. 이후 국회의장실에서 제도개혁비서관을 지내다 올해 선대위에 합류했습니다. 조 변호사가 사법제도비서관에 최종 임명되면, 민정수석실 4명의 비서관 모두 이 대통령의 변호인 출신 인사들로 채우는 셈입니다. 
 
지난 3월26일 당시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통령실 내 '레드팀' 못한다면…"봐주기식 검증 우려"
 
일각에선 이 대통령 변호인 출신 인사들이 민정수석실에 입성하게 되면 향후 대통령을 수사한 검사의 인사에 관여하는 상황을 만들 것이란 지적이 나옵니다. 민정수석실의 주 업무는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인데, 여기엔 검찰 인사 검증도 포함됩니다.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 변호인의 민정 라인 기용에 대해 "대통령실과 헌법재판소까지 개인 로펌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대한민국 전체를 본인 방탄 로펌으로 전락시키는 우를 범하지 말길 바란다"고 지적했습니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 변호인의 민정수석실 입성에 대해 "대통령의 의중에 따른 인사 검증을 하다 보면 오히려 검증에 더 소홀해질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김철현 경일대 특임교수는 "대통령이 (인사를) 추천했을 때 (그 인사에 대한) 검증이 제대로 잘 이뤄질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조금 봐주기식 검증이 될 수도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이선재 인턴기자 seonjaelee96@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
0/300

돼지xx 대통실에 비하면 아주 앙호하다

2025-06-10 19:00 신고하기
0 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