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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5월 29일 17:50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이재혁 기자] 의약품판매대행(CSO) 체제로 전환을 선택한 명문제약이 외형성장엔 성공했지만, 지급수수료 비용 부담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체제 전환 초기 직원 구조조정으로 인한 급여 절감 효과는 힘을 잃었고, 매출 대비 약 40% 수준에 달하는 지급수수료는 영업 실적에 독이 됐다. 이에 지난 2년간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마저 감당하지 못하게 된 회사 입장에서는 올해 '한계기업' 분류 오명을 피하기 위해 비용효율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사진=명문제약)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 감당 못하는 '한계기업' 분류 위기…어쩌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명문제약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9억원으로 집계되며 직전 분기 대비 적자전환했다. 같은 기간 발생한 이자비용은 12억원으로 집계되면서 이자보상배율은 -0.75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으로, 기업의 부채 상환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다. 해당 지표가 1 미만일 경우 기업이 한 해 동안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조차 갚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하며, 통상 이 같은 상태가 3년간 이어지면 자체적인 생존능력이 없는 '한계기업'으로 간주된다.
명문제약의 연간 영업이익은 2022년 64억원으로 집계되며 전년 대비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이듬해 바로 10억원으로 감소한 뒤 지난해 다시 19억원 수준으로 회복됐다. 다만, 같은 기간 이자비용이 37억원에서 54억원으로 불어나며 영업이익을 상회했고, 이자보상배율은 2023년 0.2, 2024년 0.4를 기록했다.
즉, 명문제약이 '한계기업' 오명을 피하기 위해선 올해 이자비용보다 더 많은 영업이익을 거둬야 한다. 그러나 상황이 녹록지만은 않은데, 올해 1분기 첫 손익계산서에서도 회사의 이자비용 부담은 전년 동기 13억원과 동일한 수준을 이어갔다.
우선 이자비용 부담은 과도한 부채에서 기인한다. 명문제약은 지난 2022년 실적이 적자로 돌아서면서 영업활동현금흐름도 음수로 전환, 올해 1분기까지 이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금창출력이 악화되면서 차입 부담이 커져 회사가 보유한 장·단기차입금 규모는 2022년 말 809억원에서 올해 1분기 말 886억원으로 늘었다. 유동비율과 부채비율로 살펴봐도 올해 1분기 말 기준 각각 85.5%와 156.5%로 집계되며 적정 기준을 벗어나고 있어 부채가 과다한 상황임을 알 수 있다.
현금창출력을 개선해 차입 부담을 완화하고, 이를 통해 이자비용을 줄이기 위한 해법은 결국 영업이익을 흑자로 전환시킬 수 있는 수익성 개선으로 귀결된다. 다만 지난 2020년 수익성 개선 차원에서 단행한 CSO 체제 전환이 다시금 회사의 수익성 개선의 발목을 잡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매출 대비 40% 수준 지급수수료 발생…CSO가 도리어 수익성 '발목'
통상 제약회사가 직접 영업직원을 통해 의약품 판매를 하면 판매량과 관계없이 일정 수준의 급여를 제공하게 된다. 이에 따라 매출이 저조할 경우 고정비인 급여가 부담이 될 수도 있는데, CSO 체제를 도입하면 판매한 만큼 수수료만 지급하면 되기 때문에 비용 절감의 효과와 함께 대행사의 거래처 기반과 전문적인 영업 및 마케팅을 통한 외형성장도 기대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영업이익률 악화를 지속해오던 명문제약은 2020년 하반기 직접영업에서 CSO 체제로의 전환이라는 승부수를 띄웠고, 같은 해 1279억원으로 저점을 찍었던 매출액은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기 시작하면서 2024년 1864억원을 기록, 외형 성장에 성공했다.
다만 비용효율화에는 실패한 모양새다. 체제 전환 전후로 전체 직원 수가 2019년 534명에서 2024년 297명으로 줄어들면서 판매비와관리비 내 급여가 258억원에서 128억원으로 줄어드는 효과도 있었지만, 2023년 직원 수가 현재와 비슷한 수준까지 내려온 이후로 급여 절감 효과는 더 이상 없는 상태다.
반대로 2019년 41억원에 그쳤던 지급수수료는 2024년 750억원까지 늘어나면서 매출액(1864억원) 대비 40.24%에 달했으며, 전체 판관비가 1000억원을 돌파하면서 수익성 악화일로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지급수수료는 170억원으로 같은 기간 매출(459억원)의 37.04%를 차지했다.
결국 고정비용 지출 감소와 외형 성장을 기대하고 시행한 체제 전환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수익성이 악화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온 셈이다. 특히 명문제약의 영위 사업은 의약품/바이오 부문과 서비스 부문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 중에서 의약품/바이오 부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97.2%인 점을 고려할 때 전체 매출의 증가는 필연적으로 지급수수료의 증가를 야기하는 만큼 또 다른 구조조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IB토마토>는 명문제약 측에 과도한 지급수수료 지출 비율에 대한 입장과 영업이익률 개선 방안에 대해 질의했으나, 답변을 듣지 못했다.
이재혁 기자 gur9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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