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사이언스)"에너지 정의(Justice)로 에너지 개념을 바꾸다"
시민단체 '에너지나눔과평화'의 조용한 혁신
국내외 저소득가구 지원금 50억원 돌파 기록한 김태호 대표 인터뷰
2025-05-28 09:43:12 2025-05-28 16:00:31
처음 보는 전등을 신기한 듯 바라보는 베트남 초등학생(사진=에너지나눔과평화)
 
[뉴스토마토 임삼진 객원기자] “지난 2017년 베트남 하노이에서 북쪽으로 200킬로미터 떨어진 산골학교에 우리 단체가 태양광과 풍력발전기를 설치했습니다. 전기가 없던 이곳에 전등이 켜지자 신기해하며 바라보던 초등학생의 눈망울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사단법인 에너지나눔과평화의 김태호 대표는 에너지 정의(Energy Justice)의 가치를 전면에 내세우며 “모든 사람이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를 누릴 권리가 있다”고 강조합니다. 신재생에너지를 통한 에너지 복지 실현을 목표로 활동해 온 이 단체는 저소득층과 에너지 취약계층을 위한 ‘나눔발전소’ 설치 확대를 위한 노력에 더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에너지나눔과평화’는 2009년 설립된 이후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에너지 빈곤층 지원 ▲개발도상국 에너지 자립 지원 등을 꾸준히 실천해왔습니다. 특히 태양광 패널과 같은 분산형 전원을 지역사회에 직접 설치하는 ‘나눔발전소’ 프로젝트는 단순한 기부를 넘어 지속가능한 자립 기반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아왔습니다.
 
김 대표는 “그동안 에너지 정책은 대부분 산업 중심이었지만, 우리는 사람 중심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봅니다”라며 “복지, 환경, 평화를 함께 아우르는 에너지 접근이 요구됩니다”라고 말합니다.
 
2016년 영국의 친환경 비영리단체 ‘그린 오가니제이션’으로부터 환경상 ‘그린애플 어워즈’를 수상한 김태호 대표(오른쪽 두번째). (사진=에너지나눔과평화)
 
에너지나눔과평화는 한국 사회 내 에너지 취약계층뿐만 아니라, 캄보디아·몽골·네팔·베트남·인도 등 아시아의 여러 나라들에도 태양광 전력 시스템을 설치해왔습니다. 단순한 장비 지원에 그치지 않고, 현지 기술자 교육과 관리 시스템까지 통합해 운영함으로써 ‘기술 독립’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와도 일맥상통합니다.
 
이 단체는 또 최근 ‘에너지 교육’을 새로운 활동 축으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전국 초·중·고등학교 및 지역아동센터 등을 대상으로 에너지와 환경, 기후 위기 등을 주제로 한 체험형 교육을 제공해, 미래 세대의 인식 변화에도 앞장서고 있습니다. 김 대표는 “기후위기 시대에 에너지는 단지 편의가 아니라 생존의 기반”이며, “모두가 이 문제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합니다.
 
지난 16년간 ‘에너지나눔과평화’가 운영해온 ‘나눔발전소’는 단체의 공익 비즈니스 모델을 대표하는 사례입니다. 전국 21곳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소(총 7MW 규모)는 연간 2만6000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기를 생산하며, 지금까지 약 4만4000톤의 이산화탄소를 줄여왔습니다. 이는 소나무 540만 그루가 1년간 흡수할 수 있는 양에 해당합니다.
 
2019년 베트남 10번째 지원학교에서 직접 태양광발전기를 설치하고 있는 김태호 대표(사진=에너지나눔과평화)
 
“이들 발전소에서 창출된 수익은 철저히 사회에 환원된다. 수익 중 일부는 대출금 상환과 투자금 회수에 사용되지만, 나머지는 에너지 복지와 교육, 국제 지원 등 다양한 공익사업에 투입된다. 특히 이 같은 공익사업은 발전소가 가동된 이듬해부터 바로 시작되며,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라며 사업 모델을 설명하는 그의 표정에는 단호함이 느껴집니다.
 
2009년부터 2024년까지 이 단체가 기부한 금액은 무려 50억6000만원에 이릅니다. 시민단체로서는 이례적 성과입니다. 이를 통해 국내외 7만6400명의 취약계층에게 실질적인 지원을 제공해왔습니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약 4억3500만원이 7918명에게 전달되었습니다. 사업별로 살펴보면 에너지복지사업에 총 39억690만원이 투입되어 6만5976명에게 전기 공급, 에너지 효율 개선, 안전용품 지원 등이 이루어졌습니다. 아동청소년 지원사업에는 6억1378만원이 사용되어 5747명의 학생들에게 교육과 정서지원을 제공했습니다. 해외 지원 사업에는 5억4565만원을 투입하여 베트남, 인도, 몽골 등의 학교와 병원에 재생에너지 설비와 생활용품을 전달했습니다.
 
‘에너지나눔과평화’는 태양광 발전이라는 친환경 사업과 기부 활동을 동시에 실천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공익성과 투명성을 유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단체는 발전소를 운영하는 영리 자회사들의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으며, 수익이 특정 개인에게 귀속되지 않도록 원천 차단하고 있다. 모든 의사결정은 집단 지도 체제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정관에 따라 사업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2019년 에너지나눔과평화는 몽골 중부 자르갈란트군에 위치한 학교에 풍력, 태양광 병합발전기 3kW를 지원했다. (사진=에너지나눔과평화)
 
그러나 김 대표는 현행법상 비영리단체가 영리회사 지분을 5% 이상 소유하는 것이 제한돼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저희 같은 공익비즈니스 모델이 제대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법과 제도의 뒷받침이 꼭 필요하다”고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합니다.
 
현재 에너지나눔과평화는 홈페이지(https://www.energypeace.or.kr)를 통해 후원 및 자원봉사 신청을 받고 있으며, 최근에는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태양광 크라우드펀딩도 활성화하고 있습니다. 
 
김태호 대표는 지구 온난화 해결과 에너지 빈곤층 지원을 위해 25년 넘게 활동해온 환경·에너지 전문가입니다. 그는 에너지 이론에는 약자의 삶을 보듬고자 애쓰는 철학이 온전히 담겨 있습니다.
 
“에너지를 통해 우리는 사회적 고립을 줄이고, 지역 공동체를 회복하며, 지구의 미래를 지킬 수 있습니다. 에너지는 단지 전기만이 아닙니다. 그것은 연결이고, 연대이고, 삶입니다.” 김태호 대표의 이 말은, 오늘날 우리 사회가 마주한 에너지 전환의 본질이 어디에 있는지를 성찰하게 합니다. 
 
 
에너지나눔과평화는 2019년도 인도의 아루나찰 프라데시주 인도-중국 간 국경 분쟁지역에 위치한 차크마 학교에 태양광발전기를 설치하여 불을 밝혔다. (사진=에너지나눔과평화)
 
임삼진 객원기자 isj2020@kosns.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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