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재정 우려에 다시 트럼프 '관세 압박'…한국경제 '한숨'
'협박' 모드 미국…신용강등 빌미로 속도전 시사
2025-05-19 17:54:48 2025-05-19 17:54:48
[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미·중 간 긴장 완화로 숨통이 트였던 한국의 대미 관세 협상이 다시 악재를 만났습니다. 재정적자 문제로 미국이 최고 신용등급 지위를 박탈당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외 관세 압박 수위를 높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높은 관세를 통해 세수를 확보하고 국가채무를 상환하겠다는 구상을 수차례 밝혀왔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감세'도 '부채 인상'도 난항…코너 몰린 트럼프
 
19일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미국의 2024 회계연도(2023년 10월~2024년 9월) 재정적자 규모는 1조8330억달러(약 2543조원)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미국 역사상 3번째로 큰 규모의 적자로, 코로나19 확산 당시였던 2020·2021 회계연도를 제외하고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미국 재정 적자는 2019년까지 1조달러(1388조원)를 밑돌았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2020년과 2021년 각각 3조1320억달러(4347조원), 2조7700억달러(3844조원)로 늘어났는데요. 2022년 1조3700억달러(1901조원)로 다시 줄었지만 이후 다시 급증 추세입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도 증가세입니다. 2023년도 6.2%에 이어 2024년 6.4%로 더 커졌는데요. 미국 의회예산처(CBO)는 이 수치가 2025년 6.2%에서 2055년 7.3%까지 늘어날 걸로 예상했습니다. 
 
경기 침체나 세계적 전쟁이 없는 상황에서 이 수치가 6%를 넘기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입니다. 지난 30년(1995~2024년) 평균은 3.9% 수준이었습니다. 미국의 재정적자는 막대한 국가 부채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재무부는 부채를 유지하는 데만 6840억달러(950조원·2025년 4월 기준)가 들어가며 이는 2025 회계연도 정부 지출의 16%를 차지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로써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 활성화를 위해 추진하는 감세 정책엔 제동이 걸린 상태입니다. 특히 무디스가 연방정부 부채 증가, 감세 정책으로 인한 재정수입 감소 등을 거론하며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최고등급인 'Aaa'에서 'Aa1'으로 강등했다는 점이 악재입니다. 미국의 재정건전성 문제는 전혀 새로울 게 없지만,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실제 같은 공화당 의원들마저 재정건전성을 이유로 반대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법안은 1차 관문인 하원 예산위원회에서 한 차례 부결됐다가 18일(현지시간)에야 가까스로 통과됐습니다. 전망은 밝지 않습니다. 대표적인 강경파인 칩 로이(텍사스) 의원은 예산위 표결 뒤 "주말 사이 논의에 진전을 이뤘지만, 충분히 멀리 가지는 못했다"며 추가 협상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법안이 통과되면 향후 10년 동안 미국 국가부채가 3조∼5조달러(4196조~6993조원)가량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앞선 미국 의회예산처(CBO) 추산은 올해 말에 만료 예정인 TCJA의 주요 조항들이 연장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작성된 수치입니다.
 
미국 부채한도 인상 시점도 불명확한 상태입니다. 스콧 베센트 재무부 장관은 지난 9일(현지시간)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7월 중순까지 연방정부의 부채한도를 상향하거나 적용을 일시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는데요. 이는 8월 중 정부의 현금이 바닥날 수 있다는 경고와 함께 나온 발언으로, 부채한도 인상이 난항을 겪는 상황이라는 점을 시사합니다. 
 
앞서 바이든정부 시절이던 2023년 5월엔 부채가 의회가 정한 한도에 도달해 더는 국채를 발행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자, 미국은 국가 부도 위기까지 내몰리기도 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 대선 후보이던 지난해 10월15일 애틀랜타 선거 유세 행사에서 춤을 추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관세로 재정 적자 해소"…한국, 중국 수준 관세 부담 우려
 
재정적자의 악화일로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트럼프정부의 통상정책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베센트 재무장관은 18일(현지시간) <NBC뉴스> 인터뷰에서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강등과 관련해 "부채가 증가하는 것보다 빠른 속도로 GDP를 늘리면, GDP 대비 부채 비율이 안정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강조해 온 관세 전략과 맥을 같이하는 것으로, 재정건전성 문제의 해법은 결국 '관세'라는 얘기입니다. 미국은 지난달 관세로 역대 가장 많은 163억달러(23조원)를 벌어들이기도 했는데요. 베센트 장관은 이날 "협상에 성실하게 임하지 않으면 유예된 상호관세율을 그대로 적용받게 될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미·중 관세 휴전을 지켜본 국가들이 미국과의 협상 속도를 최대한 늦추려고 하자, 사실상의 협박에 나선 건데요. 앞서 트럼프 대통령도 "150개국과 동시에 협상할 수는 없다"며 몇 주 내 관세율 일방 통보를 예고한 상태입니다.
 
한국으로선 트럼프 행정부가 이번 신용등급 강등을 빌미로 한국 등 대미 무역 흑자국에 "미국 정부의 세수 확대에 필수인 상호관세율 인하는 불가능하다"며 맞설 우려가 생겼습니다. 미국은 지난달 한국에 대한 25%의 일방적인 상호관세율을 통보했는데, 만약 해당 관세를 그대로 물게 될 경우 한국 상품은 중국산(90일간 관세율 30%)과 사실상 차이 없는 관세를 물고 미국 시장에서 경쟁하는 처지가 됩니다. 
  
미국이 압박을 통해 한국과 협상을 타결할 경우엔, 자국 내 여론전에도 도움이 됩니다. 판정패 당한 중국엔 속도조절에 나서더라도, 이외의 국가와의 협상에서 속도전에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이로써 한국 정부의 전략도 변화가 불가피해졌습니다. 
 
미국과의 협상은 '분야'(균형 무역·비관세 조치·경제안보·디지털 교역·원산지·상업적 고려)만 정해졌을 뿐, 분야별 세부내용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앞서 정부는 미국 측이 19개국과 동시에 협상을 진행하면서, 협상 속도가 느려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협상 시한을 조정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었습니다.
 
장성길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정책국장을 수석대표로 한 정부 대표단은 이르면 20일 출국해 워싱턴 D.C.에서 무역대표부(USTR) 중심의 미국 정부 대표단과 '2차 기술협상'을 할 예정인데요. 이 자리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산 제품 구매 확대, 농산물 시장 개방, 비관세장벽 철폐 등의 구체적 요구를 내놓을 전망입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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