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연장’, 대선 앞두고 뜨거운 감자
이재명·김문수 '정년 연장' 평행선 입장
재계, '정년 연장' 반대…"퇴직 후 재고용"
'절충안' 마련한 정부…단계적 고용 의무
전문가들 계속 고용 강조…"사회적 합의"
2025-05-16 17:17:30 2025-05-16 17:17:30
[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고령화 시대를 맞아 현재의 고용 체계 개선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정년 연장이슈가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재계와 노동계의 입장이 극명히 갈리는 가운데 대선을 앞두고 여야 후보들 역시 사뭇 다른 공약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사회적 합의를 통한 단계적 정년 연장을,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청년 고용 문제를 들어 반대 의견을 피력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고령층의 고용 확대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사회적 합의를 통한 해결이라는 총론에는 동의하면서도 퇴직 후 재고용, 정년 연장 법제화 등 각론인 추진 방식에선 이견을 보였습니다.
 
지난해 12월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 계단에서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조합원들이 65세 정년연장 법제화 국회입법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다른 공약과 함께 노동 관련 주요 사안인 정년 연장에 있어서도 여야 대선후보들의 입장 차는 뚜렷합니다. 이 후보는 10대 공약의 한 꼭지로 노동 존중 사회 구현을 꼽으며 법적 정년 연장을 주요 공약으로 담았습니다. 국민연금 수급 시점(현재 63, 203365)에 맞춰 법정 정년(현재 60)을 단계적으로 65세로 연장하겠다는 것입니다. 이 후보는 특히 법적 정년 연장에 대해 사회적 합의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이 후보는 지난 8일 경제5단체와의 간담회에서도 정년 연장 문제를 기업이 책임지라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방치할 수도 없다산업·기업의 상황이 다르니까 차등을 줘야 하고 일시적 시작이 부담이면 단계적으로 해야 한다고 정년 연장 필요성 입장을 거듭 강조한 바 있습니다그동안 정년 연장과 관련해 퇴직 후 재고용, 법적 명시 등 다양한 방안이 거론돼 왔는데, 노동계와 민주당은 법적 정년 연장을 주장해 왔습니다.
 
반면, 김 후보의 입장은 다릅니다. 윤석열 정부 고용노동부 장관 출신인 김 후보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전면에 내세우며 법정 정년 연장에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김 후보는 정년 연장이 청년 고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기업이 자율적으로 재고용·연장·폐지 등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제21대 대통령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2일 서울 관악구 신림2교에 이재명 민주당 후보,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는 재계 입장과도 결을 같이 합니다. 재계는 정년 연장이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심화할 뿐만 아니라 기업의 청년 고용 여력을 줄여 세대간 갈등을 심화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또한 연공형 임금 체계로 생산성과 임금 간 괴리가 커지며 고용 비용이 늘어나는 등 경영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내다봅니다. 경총은 법정 정년 연장보다는 퇴직 후 재고용 방식을 활성화해 고령자의 일할 기회를 확보하고 동시에 청년 일자리도 함께 보장하는 세대 공존 방안이 적극 검토돼야 한다고 했습니다.
 
정년 연장과 관련해 국책기관은 고용 안정성과 노년 빈곤 문제, 두 목표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 임금체계 개편과 고용 연장을 제안했습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한국은행은 15초고령사회의 빈곤과 노동심포지엄을 열고 정책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법정 정년 연장 문제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피력했습니다. 조동철 KDI 원장은 고령층 계속근로에 관해서는 퇴직 후 재고용 등의 조기 퇴직 구조 완화 방안을 우선 추진하되 법정 정년 연장은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와 연계해 점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정부도 마냥 손을 놓고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최근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는 정년 연장 문제와 관련 2033년까지 단계적으로 기업에 65세까지 근로자 고용 의무를 지우는 제언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기업에 고용 의무를 부과해 법정 정년을 현행 60세에서 65세로 올리자는 노동계의 요구를 일부 수용하면서 노사 협의로 근로 시간과 직무를 조정할 수 있도록 해 기업 요구도 들어준 일종의 절충안입니다정년 연장에 대한 노사 합의가 없는 사업장의 사업주에게는 고령자 계속 고용 의무가 부여됩니다.
 
8일 서울 종로구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서 열린 '고령자 계속고용의무 제도화 공익위원 제언' 브리핑에서 권기섭 경사노위 위원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초고령화 시대, 고령층의 계속 고용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법적·제도적 장치의 뒷받침과 함께 사회적 합의 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뉴스토마토>와 한 통화에서 점진적으로 계속 고용을 통해 정년 연장을 하자는 경사노위의 방향성이 맞다고 생각한다다만 연령 차별 금지와 갱신기대권 등 법적인 쟁점이 아직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먼저 해소하고 사회적 합의와 논의를 통해 좀 더 구체화시켜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에서 나아가 정년 연장을 법에 명시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배규식 전 한국노동연구원장은 중소기업의 경우 여러가지 이유 등으로 정년까지 장기 근속하는 사람이 별로 없어 실제 정년 연장 시 혜택을 누리는 사람들은 소득이 높은 대기업과 공공부문에 불과하다자칫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이중 구조를 더 굳히게 하는 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달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5 중견기업 일자리 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채용공고 게시물을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어 고령층의 계속 근로를 유지해야 하기에 고용 계약을 종료하고 재고용 형태로 진행하는 방향이 맞다고 본다며 재고용 형태로 진행하다 인식의 변화와 (사회적 합의를 통한임금 체계 개선 등이 이어진 뒤 정년 연장을 진행해야 한다고 했습니다배 전 원장은 재고용 형태의 계속 근로와 관련해서 기업마다 상황이 다르기에 의무화는 하지 말고 문제를 면밀히 고려해 노사가 타협해 자율적으로 하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반면, 현재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의 변화에 맞춰 정년 연장을 서둘러 법제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현재 연금 개시 연령과 정년 제도를 공식적으로 불일치시키는 나라는 없어 사실상 무책임한 것이라며 아직 2033년까지 시간이 있기에 사회적 합의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서 단계적으로 이행이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특히 김 교수는 재고용 방안을 두고는 전반적으로 고용노동 시장이 불안정하고 임금 수준도 낮은데 재고용을 고령층 소득 공백 문제 해결을 위한 유일한 선택지처럼 얘기하는 것은 지나치게 기업의 편의만 고려한 발상이라며 “2033년까지 정년 연장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인건비 부담과 청년 고용 등 충돌하는 문제를 방지하는 제도적 정비를 같이 완료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