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명신 기자] 중후장대 산업인 조선과 철강의 1분기 실적 희비가 교차했습니다. 조선업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수혜 산업으로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지만, 철강은 트럼프 관세 폭풍에 휩쓸린 상황입니다. 다만 조선업은 현지 생산라인 구축이 어려운 반면 철강업은 대미 수출 감소를 다변화의 계기로 삼을 수 있어 업황을 속단하긴 이르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철강업계의 주요 생산 제품 중 하나인 후판. (사진=포스코).
25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1분기 실적에서 조선업계와 철강업계가 엇갈린 실적을 냈습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연결기준 매출 6조7717억원, 영업이익 8592억원을 기록해 8개 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고 밝혔습니다. 삼성중공업 역시 연결기준 1분기 매출 2조4943억원, 영업이익 1231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각각 6.2%, 58% 증가했습니다.
반면 철강업계는 고배를 마셨습니다. 포스코홀딩스는 1분기 연결기준 매출 17조4370억원, 영업이익 5680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3.4%, 1.7% 줄었습니다. 현대제철은 1분기 영업손실이 190억원으로 적자전환했습니다.
두 업계 모두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 조선업을 부활시키고 중국과 해군 격차를 줄이기 위해 조선업계에 잇달아 러브콜을 보내고 있습니다. 여기에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선박에 입항 수수료를 부과하면서 선주사들은 중국 대신 한국 조선사에 관심을 가지게 될 수 있습니다.
반면 철강업계는 트럼프의 관세 폭탄으로 1분기 미국 철강제품 수출이 10% 넘게 감소하는 등 보릿고개를 넘고 있습니다. 상황에 따라 관세율이 더 높아질 가능성도 보여 불확실성은 날로 커지는 상황입니다.
다만 중국산 후판에 대해 정부가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고, 후판 가격 상승이 기대되면서 두 업계는 다시 한번 희비가 교차할 것으로 보입니다. 후판은 두께 6mm 이상의 강판으로 선박 전체 원가의 약 20%를 차지합니다. 이에 후판 가격이 오르면 철강업체들은 실적이 개선되지만, 조선사들은 원가 부담이 커집니다.
철강업체들은 먼저 후판을 공급한 뒤 조선사와의 협상을 통해 가격을 결정하는데, 후판 공급가는 최근 하락세였습니다. 2023년 상반기 톤당 100만 원 수준이던 가격은 지난해 하반기 70만 원 후반까지 내려갔습니다.
올해 상반기 후판 가격은 직전 협상 대비 소폭 인상한 수준에서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포스코홀딩스 관계자는 24일 콘퍼런스콜에서 "2분기(공급 물량)까지 조선 3사와 협상을 마무리 지었다"며 "가격 인상 트렌드에 맞춰 합리적 수준에서 타결했다"고 밝혔습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상반기 기준의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며 "지난해 4분기 가격에 비해 인상하는 것에는 서로 이해하고 있으나 인상 폭에 이견이 있어 조정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에 따른 업황을 속단하긴 이르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트럼프의 조선업 러브콜은 기본적으로 미 국익을 위한 것인데다 한국과 인프라 차이가 있어 현지 생산라인 구축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장현 인하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미국은 소재 조달, 숙련공, 생산 체계 등에서 차이가 있다”며 “이런 문제들을 현지에서 해결하려면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라고 했습니다.
반면 철강은 관세 부과로 대미 수출에 타격을 입었지만,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수출 품목을 조정하는 ‘내실 다지기’의 기회로 삼을 수도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동남아 지역 등 신흥국 수출도 확대하는 추세”라며 “미국은 쿼터제 폐지로 일부 품목에 대해서는 가격과 물량을 조정해볼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명신 기자 si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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