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데스크칼럼)반복되는 알짜 쪼개기, 제도는 왜 눈감고 있나
주요 기업 자회사 중복 상장으로 소액 주주 피해
해외 상장까지 진행…주주 전체 의견 모아야
2025-04-23 19:03:09 2025-04-23 19: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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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국내 주요 상장 대기업들이 자회사를 중복 상장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최근에는 국내 주식시장뿐 아니라, 해외 주식시장에 자회사를 상장시키는 등 새로운 유형까지 만들어 중복 상장 논란을 피하려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그러나 국내 주식시장이 아닌 해외시장에 상장하더라도 기존 모회사의 기업 가치를 훼손한다는 근본적인 논란을 피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중복 상장으로 가장 크게 이슈가 된 사례는 LG에너지솔루션(373220)이다. 지난 2022년 최대주주인 LG화학(051910)이 전기차 시장 급성장으로 배터리 사업부를 분할해 상장하면서 주주이익 침해 논란을 키웠다. 이후로도 SK(003600)그룹 및 두산(000150)그룹 등 주요 대기업들이 중복 상장으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여기에 현대차(005380)는 지난해 10월 인도법인을 인도 주식시장에 상장했고, LG전자(066570)도 인도법인을 상장했다.
 
한국 증권거래소 모습. (사진=뉴시스)
 
사실 국내 주식시장에서 일명 ‘쪼개기 상장’이라고 비판받는 중복 상장 문제는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중복 상장 문제는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의 연쇄 파산을 방지하고, 구조조정을 쉽게 하기 위해 만들어진 ‘물적 분할’ 제도가 악용된 것으로 평가한다. 기업들이 중복 상장을 통해 사업 확장 및 몸집 불리기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알짜 사업부를 ‘쪼개기 상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중복 상장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중복 상장이 모기업 가치를 희석해 기존 투자자에게 막대한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알짜 사업이 따로 상장되면 알짜 사업에 대해 새로운 주주가 생기고, 기존 모회사 주주들은 물리적으로 알짜 사업에 대한 통제권을 상실하게 된다. 알짜 사업을 보고 모회사에 투자했던 주주들이 중복 상장을 ‘사기’라고 비판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결국 투자자 신뢰에 크게 타격을 주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그럼에도 기업들이 중복 상장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외부 자금을 이용해 기업 덩치를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기업들은 투자를 위해 알짜 사업부 상장이 필요하다며 중복 상장에 대한 명분을 찾기도 한다. 특히 자회사 상장으로 모기업 지배력이 낮아지지만, 지배주주 지위만 잃지 않는다면 자회사에 대해 얼마든지 목소리를 낼 수 있고, 얼마든지 지배주주에게 유리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논란을 의식한 듯 한국거래소도 최근 자회사 중복 상장에 대해 부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킵스파마는 올해 안에 자회사 배터리솔루션즈 상장을 추진했지만, 최근 상장예비심사 청구 계획을 연기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투자자 반대지만, 사실상 투자자 반대가 높은 상황에서 한국거래소와 논의를 이어가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 한국거래소는 최근 중복 상장 논란을 우려해 기술특례상장을 추진한 제노스코의 상장을 미승인했다.
 
이에 상법 등을 개정해 중복 상장을 막을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회에서는 지난달 상법에 ‘주주 충실 의무’를 규정한 상법 개정안이 통과됐지만, 정부의 재의요구권이 행사되면서 제동이 걸린 상태다. 업계에서는 대통령 선거 이후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소액주주 보호 움직임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렇다고 모든 자회사 상장을 중복 상장으로 낙인찍기는 무리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렇기에 더욱 중요한 것은 전체 주주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을 수 있는 장치다. 현재처럼 형식적인 의견 수렴을 넘어 주주총회 의결 의무화 등 실질적으로 의견을 반영 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 중복 상장이라는 칼날을 지배주주의 손에만 쥐게 할 수는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기업의 명분이 아닌 주주의 신뢰다.
 
최용민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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