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정례회의 멤버 줄줄이 공석…정책 결정 지연 불가피
2025-04-10 11:34:46 2025-04-10 16:13:59
 
[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6·3 대선을 앞두고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 고위직들이 줄줄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습니다. 문제는 전원합의체 방식으로 중요 정책 결정을 내리는 당국 의사결정 구조상 주요 인사들의 공백으로 형식적 조건을 갖추기 어려워진다는 점입니다. 부처 간 의견 조율이 필요하거나 강한 드라이브가 필요한 금융정책은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정례회의 휴지기 가질 수도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내달 16일, 이복현 금감원장은 오는 6월6일 임기가 종료됩니다.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서는 차관급 정무직 인사 임명이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윤석열 파면 이후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인사권 행사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금융당국 후임 인사는 더욱 어려워 보입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임기가 끝나고도 후임자가 지목되지 않으면 금융위 사무처장이 부위원장을, 금감원 수석부원장이 금감원장의 직무를 대행하게 된다"며 "주요직에서 대행 체제가 가동되는데 부처 간 조율이 필요한 정책에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최근 간부회의에서 "국정에 공백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당초 계획대로 정책 과제들을 차질 없이 추진하는 한편 맡은 바 소임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당장 금융위 정례회의가 정상 개최될지도 불투명합니다. 금융위원회는 합의체 행정기관으로 9인으로 구성된 정례회의에서 금융정책을 비롯해 금융기관 감독 및 제재, 금융기관 설립, 합병 등의 인허가를 만장일치 방식으로 결정합니다. 정례회의를 구성하는 주요 위원들이 공석이 발생할 경우 주요 의사결정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습니다.
 
금융위 정례회의 구성원은 5명의 금융위 위원과 당연직 위원 4명으로 돼 있습니다. 금융위원회 위원장과 부위원장, 상임위원 2명과 비상임위원 1명, 금감원장, 기획재정부 차관, 한국은행 부총재, 예금보험공사 사장이 위원에 포함돼 있습니다.
 
정례회의는 격주로 갖는 자리지만 정례회의 멤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을 경우 휴지기를 가질 수도 있습니다. 지난 2017년에도 금융위원장 인선이 지연되고 일부 상임위원 임기 만료가 맞물리면서 약 한 달가량 정례회의를 열지 않기도 했습니다. 급박한 사안이 있을 경우 개최하는 임시회의도 소집하지 않았습니다.
 
금융위 정례회의 구성원인 김소영(사진 왼쪽) 금융위원회 부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오른쪽)은 각각 내달 16일, 6월6일 임기가 종료된다. (사진=뉴시스)
 
주요 현안 6월 몰려
 
금융당국 수장들의 임기 만료가 현실화하면서 결정을 앞둔 주요 현안들의 향방이 주목됩니다. 금융위는 ‘제4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절차는 오는 6월 중 인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었지만, 조기 대선 확정과 정권 교체 가능성이 맞물리면서 일정에 변동이 생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금융권에서는 정권 교체 가능성과 인사 공백 등 여러 변수가 맞물리면서 일부 정책의 일정 조정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위기입니다. 
 
우리금융지주(316140)의 동양·ABL생명 인수·합병(M&A) 승인 여부, MG손해보험 매각 무산에 따른 후속처리도 불투명합니다. 당초 업계에서는 당국이 우리금융의 조건부 인수를 승인하고 '계약이전' 형태로 MG손보를 타 보험사에 넘길 것으로 전망해왔습니다. 그러나 당국도 조기 대선 전 민감한 현안에 대한 결정을 내리기 부담스러운 상황입니다.
 
리더십 부재로 당국의 시그널이 약해질 경우 가계부채 관리도 차질을 빚게 됩니다. 금융당국은 연초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화, 가계부채 총량관리,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 등을 통해 과열 재진입을 막겠다는 방침을 세웠습니다. 하지만 금리 인하 기조와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맞물리면 대출 수요가 급증하며 부채 총량 관리에 실패할 수 있습니다.
 
금융위가 가계부채 문제 해결 방안으로 내놓은 '지분형 모기지(주택담보대출)'는 표류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지분형 모기지는 집을 살 때 지분형식으로 공공 부문이 같이 투자해 주택의 소유권을 정부와 개인이 지분에 따라 나눠 갖는 개념입니다. 김 위원장은 오는 6월 로드맵을 공개하겠다고 밝혔지만, 부처 간 조율이 필요한 이 정책이 제대로 추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금융당국 수장들뿐만 아니라 금융공공기관의 인사도 불투명합니다. 금융정책의 실질적 가동을 책임지는 유관기관장의 임기가 줄줄이 만료되는데 정책 공백이 발생할 가능성이 큽니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의 임기가 내달 마무리되고 윤희성 수출입은행장은 오는 7월 임기가 종료됩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사장과 서민금융진흥원장의 임기는 지난 1월 이미 만료됐습니다. 인사검증을 위해 필요한 시간과 정치적 상황을 고려했을 때 조기 대선이 마무리된 후에도 연말까지 '대행 체제'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립니다.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결정이 나온 지난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긴급 간부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사진=금융위원회 제공)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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