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3월 14일 17:13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NH투자증권(005940)이 최근 금융권에서 확산 중인 ‘탈 MBK’ 흐름 속에서 깊은 고민에 빠졌다. 그동안 NH투자증권은 MBK파트너스와 여러 주요 딜을 함께하며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정치권을 비롯해 금융당국과 국민연금, 여론 등 MBK파트너스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강해지면서 양측 관계에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금융권에 불고 있는 '탈 MBK'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달 27일 국정감사 결과 보고서를 통해 "대체투자 자산에 대한 ESG 관련 기준 적용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는 기존 재무성과와 운용 수익률 중심의 정량 평가에 더해, 수익 실현 과정에 대한 정성 평가를 강화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실제로 국민연금은 향후 위탁운용사 선정과 관련해 "국내 사모투자 위탁운용사 선정 시 정성적 평가를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선정 및 관리 기준의 투명성을 높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MBK파트너스의 국민연금 위탁운용사 지위가 위태로워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번 기준 변경으로 인해 MBK파트너스가 불이익을 받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기존에는 수익률 등의 지표 중심으로 평가했지만, 이제는 투자 과정에서의 ESG 요소와 사회적 영향까지 고려할 경우 홈플러스 사태로 논란이 된 MBK파트너스가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7월 국내 사모펀드 출자 사업을 통해 4곳을 최종 위탁운용사로 선정했으며, MBK파트너스도 포함됐다. 당시에도 정치권과 시민단체에서는 MBK파트너스의 도덕성 문제를 거론하며 선정 기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 바 있다.
박희승·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MBK파트너스는 부도덕한 투기자본"이라며 "위탁운용사 선정 기준이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연금은 MBK파트너스와의 거래로 인한 직접적인 손실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2015년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인수 당시 상환전환우선주(RCPS) 5826억 원, 보통주 295억 원 등 총 6121억 원을 투자했다. 현재까지 리파이낸싱 및 배당금 수령을 통해 3131억 원을 회수했으나, 인수금융 차입금 상환이 지연되면서 미상환 금액이 1조654억 원에 이른다. RCPS 7000억 원 중 80% 이상이 국민연금 몫으로, 국민연금이 홈플러스로부터 회수해야 할 상환액은 5000억 원대로 추산된다.
파트너 NH투자증권의 딜레마
금융권의 '탈 MBK' 움직임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MBK파트너스와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해온 NH투자증권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주요 딜을 주관해 온 것은 물론, 인수금융 대출에서도 신뢰성이 흔들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2023년 홈플러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홈플러스의 1500억 원 규모 후순위 대출을 주선했다. 이 대출은 홈플러스 대주주인 한국리테일투자, 한국리테일투자이호, CPP Investment Board Private Holdings가 보유한 지분증권과 관련 유형자산(보험·예금 등)을 담보로 설정했다. 또한 지난해 메리츠증권 등 메리츠금융그룹과 1조 3000억 원 규모의 차입 약정을 체결했으나, 홈플러스가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하면서 NH투자증권의 원금 회수가 불투명해졌다.
(사진=NH투자증권)
자본 조달 시장에서 금융사 간 협력은 흔한 일이지만, 신뢰가 기반이 되어야 지속 가능하다. 주관 증권사는 리스크를 감수하면서도 발행사가 자금을 원활히 조달하도록 지원하며, 발행사 또한 금융사와의 신뢰를 바탕으로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과거 미래에셋증권과 CJ그룹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신뢰가 훼손되면 동맹 관계도 쉽게 약화될 수 있다. 미래에셋증권(037620)은 CJ CGV(079160)가 발행한 미매각 전환사채로 인해 평가손실을 기록하면서 CJ그룹과의 협력 관계가 소원해졌으며, 이후 CJ그룹 계열사의 자금 조달 과정에서 미래에셋증권은 배제됐다.
NH투자증권은 홈플러스 관련 장기 차입 건에 대해 "리스크 관리가 충분히 이뤄지고 있다"고 해명했다. 해당 대출은 홈플러스 부천 상동점과 해운대점 재개발 관련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건으로, 대부분 셀다운(대출 분산 판매)이 완료되고 본PF로 전환됐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홈플러스 사태로 촉발된 MBK파트너스에 대한 금융권의 불신은 NH투자증권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MBK와의 동맹설에 대해 "근거가 부족하다"며 선을 그었지만, 완전한 해명으로 보기는 어렵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홈플러스 대출은 셀다운이 상당 부분 진행돼 리스크가 관리되고 있다"라면서 "최근 고려아연 딜 등 MBK와의 협력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이어 "MBK의 현재 행보가 NH투자증권에 부담스러운 점은 사실이나, 이는 특별한 동맹 관계 때문이 아니라 국내 최고 수준의 인수금융 플랫폼을 갖춘 NH투자증권을 MBK가 활용한 결과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