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의 시대가 진행 중이다. AI는 삶의 가능성을 확장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테크기업 주도의 현행 흐름을 방치할 경우 일자리가 격감하고 부의 불평등 또한 악화할 우려가 크다. 민주당의 이재명 대표가 제안한 소위 ‘K-엔비디아’ 구상은 여기에 선제적으로 대비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이는 정부와 국민이 미래 먹거리를 제공할 첨단 혁신기업에 자금을 집중적으로 제공해 성장을 지원하고, 그 열매와 수익을 국가공동체가 고루 나누려는 ‘공유부 전략’이기도 하다.
이러한 구상에 대해 비판의 소리도 들린다. 말꼬리 잡기에 불과한 정략적 반대가 대부분이지만, 정부 주도 투자의 비효율, 관료적 경직성과 무책임성, 예산 확보의 어려움 등과 관련해 불확실성이 큰 것은 사실이다. 게다가 우리 사회는 경제성장의 둔화나 일자리 축소뿐 아니라 지방소멸, 저출산·고령화, 돌봄과 안전 문제, 기후위기, 공동체 해체 등 복합적 위기를 동시에 겪고 있어 ‘첨단전략산업 육성’은 유효한 해법이 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K-엔디비아’의 실효성을 높이는 데는 ‘임팩트투자’와 ‘혼합가치금융’이 도움을 줄 수 있다. 임팩트투자는 재무적 수익과 리스크에 더해 사회적·환경적 영향의 창출을 의식적으로 고려하고 추구하며 그 임팩트를 측정·관리하려는 새로운 투자 접근법이다. 혼합가치금융(blended finance)은, 자본 투자로 창출된 가치를 그 소유자들이 모두 가져가는 전통적 금융과 달리, 정부 등 공공투자자가 창출된 가치의 일부를 다른 투자자들에게 양보함으로써 수익-위험에 대한 기대치가 상이한 각종 민간 투자자들의 유입을 유도한다. 결과적으로 정부는 제한된 예산으로 더 큰 사회적 임팩트를 창출하고, 시민은 적정 수익을 얻으며 부의 창출과 사회문제 해결에도 동참하게 된다.
이에 대해 반시장적이라거나 효율적 자원배분을 해친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그러나 임팩트투자는 주류 금융에서도 그 필요성과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는데, 골드만삭스 출신으로 영국 중앙은행 총재를 역임한 마크 카니(Mark Carney)의 <초가치: 돈으로 살 수 없는 미래>가 눈에 띈다. 이 책에서 그는 “The price of everything the value of nothing”이라는 오스카 와일드의 경구를 인용하며, 물질적 가치에 대한 과도한 집착과 진정한 가치에 대한 완벽한 무지가 위기의 근본 원인임을 역설한다. 카니에 따르면, 이러한 흐름을 강화한 주범이 금융의 과도한 수익성 추구인데, 가격과 가치 또는 시장 가치와 사회적 가치 사이의 균형을 회복할 가능성을 임팩트투자가 제공한다.
향후 국부펀드 조성 사업에 싱가포르의 국부펀드인 테마섹(Temasek)과 같이 임팩트투자가 효과적으로 결합될 경우, 투자 목적의 다변화를 통해 우리 공동체를 위한 종합적이고 다층적인 처방을 마련할 수 있다. 예컨대 펀드의 70%는 AI·반도체 등 ‘재무트랙’에 투자하고, 나머지 30%는 지방활성화 프로젝트, 친환경사업, 노동친화적인 기술혁신 기업, 가사·돌봄 자동화 사업 등 ‘임팩트트랙’에 투자하는 식의 구조를 설계해 볼 만하다.
흥미롭게도 카니는 최근 또 다른 중책을 맡았다. 위기에 처한 조국 캐나다의 총리로 취임할 예정이다. 그는 금융위기와 양극화로 캐나다 국민들이 시스템에 배신당했다고 느낀다는 점을 가장 우려한다. 지난 수년간 난폭한 통치로 시스템이 망가진 한국은 더 엄혹한 상황이다. 신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복원하는 게 대한민국의 새로운 지도자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책무일 터이다. 그중 하나의 수단으로 임팩트투자에 주목해 본다.
박종현 경상국립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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