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외식 시장의 침체로 인해 주류 소비가 전반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이러한 소비 감소는 단순히 경기 위축 때문만은 아니다. 경제 상황이 악화되기 이전부터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회식 자리에서 술을 마시지 않거나 저도수 및 무알코올 음료를 찾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이러한 흐름은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독일의 맥주 소비량은 30년 전과 비교해 약 25% 감소했으며, 미국에서는 무알코올 맥주 시장이 최근 몇 년 사이 35%나 성장했다. 한국도 OECD 통계에 따르면, 1인당 연간 주류 소비량은 1981년 14.2L에서 2021년 7.7L로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이는 단순한 수치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한때 모임과 회식에서 빠질 수 없었던 술이 점차 일상에서 멀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음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화하면서 지나친 음주를 지양하고 적당히 즐기는 문화가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점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전통주에 대한 관심은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는 이전 세대와 달리 술을 단순한 음료가 아닌 새로운 방식으로 즐기며, 자신이 좋아하는 술맛을 찾고자 다양한 술을 경험하려 한다. 기존의 국산 맥주나 희석식 소주 대신 위스키, 와인, 하이볼 등 다양한 주종으로 선택의 폭을 넓혔다. 거기에 더해 전통주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있는 중이다. 전통을 '올드한 것'이 아닌 '힙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전통주를 색다른 경험과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매력적인 선택지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들에게 전통주는 단순한 술이 아니라 일상 속 작은 사치이자 개인의 취향을 드러내는 도구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전통주 소비의 중심 층으로 떠오른 MZ 세대는 술을 고를 때 단순히 도수만을 고려하지 않는다. 맛과 향, 제품의 디자인, 그리고 제품에 담긴 이야기까지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지역마다 다른 맛과 향을 지닌 전통주는 대량 생산되는 제품과는 달리 마시는 경험 자체가 다르고, 소비자에게 특별한 가치를 제공한다.
SNS 역시 전통주 붐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독특한 병 디자인이나 지역 특산물이 담긴 전통주는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mable,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이라는 뜻)'한 콘텐츠로 주목받는다. 친구들과 전통주를 즐기는 모습을 사진으로 남겨 SNS에 공유하면,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소비자들은 SNS를 통해 자신의 트렌디함을 표현하고, 독특하고 새로운 제품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탐색한다. 실제로 이러한 문화 덕분에 전통주는 '힙한' 술로 자리 잡았으며, 그 결과 편의점에서 전통주 매출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편의점 업계도 전통주 기획 상품과 자체 브랜드(PB) 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이며 소비층 확대에 힘쓰고 있다.
이러한 전통주 소비 트렌드를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지속적인 제품 개발과 혁신이 필수적이다. 주류 시장은 변화의 속도가 빠르고 신제품에 대한 관심도 높다. 따라서 더 나은 품질, 다양한 맛, 그리고 매력적인 스토리를 지닌 전통주가 끊임없이 등장해야만 MZ세대의 관심을 꾸준히 끌 수 있다. 술 소비가 전반적으로 줄어드는 시대에 전통주는 오히려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전통주 시장의 미래는 현재 MZ세대의 취향을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이를 제품에 반영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이들이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전통주를 소비하는 계층으로 같이 성장하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 전통주는 변화하는 트렌드에 빠르게 적응하고 소비자와의 소통을 강화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주류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노력해야 할 시점이다.
이대형 경기도농업기술원 지방농업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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