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법원이 지난 1월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에서 의결한 안건 중 집중투표제만을 제외하고, 다른 안건들에 대해서는 효력을 정지시켰습니다. 이로써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측이 상호주 규제 방식으로 제한시켰던 영풍의 의결권은 되살아났습니다. 다만, 집중투표제가 올해 정기 주총부터 도입되면서 최 회장측과 영풍·MBK파트너스(MBK) 연합 중 누가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확보할 지 결과를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고려아연 지난 1월23일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사진=고려아연)
서울중앙지방법원 제50민사합의부(김상훈 부장판사)는 7일 영풍·MBK측이 제기한 임시 주총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관련해 고려아연 임시주총 결의 중 집중투표제만 효력만을 유지하고, 나머지 안건 결의에 대해선 모두 효력을 정지하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사실상 양측의 손을 모두 들어준 셈입니다. 경영권 분쟁은 이달 말 정기주총 표 대결 결과에 따라 결정될 전망입니다.
최 회장측은 지난 1월23일 열린 임시 주총에서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시키고 상정된 안건 표 대결을 진행했습니다. 당시 최 회장측이 제안한 안건들은 줄줄이 통과된 반면, 영풍·MBK측이 제안한 집행임원제 도입과 사외이사 14명 선임 등 안건을 모두 부결됐습니다.
임시 주총에서 영풍·MBK측이 제시한 핵심 안건은 사외이사 선임이었습니다. 임시 주총에서 제안한 14명을 이사회에 모두 진입시켜 과반수를 넘기고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가져올 전략이었습니다. 하지만 최 회장측은 고려아연의 호주 손자회사 선메탈코퍼레이션(SMC)를 통한 영풍 주식 취득으로, 이 계획을 무산시켰습니다.
SMC는 앞서 고려아연 임시 주총 하루 전날 영풍 주식 10.33%를 최씨 일가와 영풍정밀로부터 매입했다고 공시했습니다. 고려아연은 호주 중간 지주사 역할을 하는 선메탈홀딩스(SMH)를 통해 SMC를 100% 지배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고려아연→SMH→SMC→영풍→고려아연’의 순환구조가 형성됐습니다. 이미 영풍이 고려아연 지분 25% 가량 보유한 상황에서 SMC가 영풍 주식을 매입하자 고려아연이 영풍 주식을 간접적으로 보유한 것과 같은 효과가 발생한 것입니다.
이에 회사와 모회사 및 자회사 또는 자회사가 다른 회사의 발행주식의 총수의 10분의 1을 초과하는 주식을 가지고 있는 경우 그 다른 회사가 가지고 있는 회사 또는 모회사의 주식은 의결권이 없다고 규정한 상법 369조 3항을 명분으로, 최 회장측은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 의결권을 제한시켰습니다.
영풍은 고려아연의 최대주주지만, 임시 주총에서 권한을 쓰지 못해 이사회 장악에 실패했습니다. 그러나 영풍·MBK측은 상호주 소유에 관한 상법 조항들이 ‘국내 법인’인 ‘주식회사’들 사이에만 적용된다며,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고 지난 1월31일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습니다. SMC는 외국기업이자 유한회사라 상법상 상호주 의결권 제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아울러 SMC를 동원해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한 행위가 공정거래법과 대법원 판례에도 배치된다며 최 회장측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상호출자 금지·탈법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신고한 상태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번 재판부 결정으로 다음 정기주총에서 집중투표제 효력은 유지됩니다. 집중투표제는 주식 1주당 이사 선임 안건 수에 맞춰 1주씩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본래는 소수주주의 권리를 보호하는 데 의의가 있습니다.
현재 고려아연에 대한 지분율은 영풍·MBK측이 최 회장측보다 높은 상황입니다. 집중투표제는 주주들이 특정 이사 후보에게 의결권을 몰아 줄 수 있습니다. 최 회장측 소액 주주들이 보유표를 집중시켜 영풍·MBK측의 원하는 이사 진입을 막을 가능성이 있는 것입니다. 최 회장측은 이 제도를 활용해 영풍·MBK측과 지분 차이를 좁히고 경영권 방어에 전념할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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