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펀드 직상장 '난항'…증권사 LP '시큰둥'
기존 3곳 외에 나서는 증권사 없어
"규제 늘어나는 반면, 실익 없어"
2025-03-06 16:02:53 2025-03-06 16:15:28
[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이 야심 차게 추진 중인 공모펀드 직상장 사업이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공모펀드 상장에 필수적인 유동성 공급자(LP)가 나타나지 않아서입니다. 상장 공모펀드는 헤지(hedge·위험 회피)가 어렵다는 점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힙니다. 업계에서는 상장지수펀드(ETF)가 각광받는 상황에서 상장 공모펀드가 투자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을 표하고 있습니다. 
 
6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금융투자협회는 공모펀드 직상장에 필요한 유동성 공급자(LP) 역할을 할 증권사들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애초에 이 사업에 참여 의사를 밝힌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006800) △한국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SK증권 정도였으나 1300억원 규모의 운용 손실을 낸 신한이 여기서 제외되며 3곳으로 줄었습니다.
 
20여 곳 넘는 운용사가 참여하는 만큼 추가 LP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현재까지 참여 의사를 밝힌 곳은 없습니다. 금투협 관계자는 "증권사들에 LP 의향이 있는지 확인하고 있고, 일부 증권사가 내부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다만 아직까지 3곳 이외 추가 확정된 곳은 없다"고 전했습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1월 24개 자산운용사, 3개 증권사 등에 대해 '공모펀드 상장 거래'를 혁신금융서비스(샌드박스)로 지정했고,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협회 등은 관련 제도를 정비하고 있습니다. 2분기 상장이 목표지만, 시기가 늦춰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한국거래소는 우량 공모펀드를 중심으로 상장을 추진하기 위해 상장클래스(X클래스)를 포함한 전체 펀드설정액(500억원) 이상 등의 요건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서 협회장은 지난달 초 간담회에서 2분기 내 공모펀드 직상장을 자신했습니다.
 
하지만 대다수 증권사들이 LP 참여를 꺼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LP는 호가를 제공해 유동성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지만 증권사들은 LP의 손실 위험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호가를 유지해야 하는 등 의무 규제를 감수하고서라도 뛰어들 실익이 없다는 겁니다. 자칫하면 손실을 떠안을 수도 있습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유동성 공급을 위해 해당 펀드를 보유하다가 제대로 헤지를 못해 손실이 발생하면 해당 부서가 이를 떠안게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거래소는 최근 공개한 상장 공모펀드의 투자 종목 정보 공개 범위를 70% 선으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TF의 경우 편입종목이 매일 공개돼 이를 헤지할 수 있지만 종목 공개가 이뤄지지 않는 공모펀드의 경우 불가능하다는 설명입니다. 
 
금투협은 액티브 ETF 성격을 지닌 공모펀드가 상장되면, 투자자금이 몰리고, 장차 시장이 커질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회의적인 의견이 대다수입니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상품 자체 경쟁력을 찾아 공모펀드를 활성화해야지, 단순히 플랫폼을 늘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한 증권사 대표는 "ETF 운용 경험이 없는 운용사 중심으로 요구가 있었던 것 같다"며 "상장 공모펀드는 보수와 결제일 측면에서 ETF에 비해 투자자에게 유리한 점이 없어서 매우 회의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이 지난 2월 초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금융투자협회)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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