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식의 K-국방)'국내용 국방'만 하지 말고 글로벌 업무 확대해야
국방력 순위 세계 5위 불구 시야는 주로 국내에
국제 무대 국가 이익 증진에 국방도 기여 필요
유엔 평화유지활동(PKO) 적극 확대해야
개도국 등 글로벌 사우스 상대 평화적 군사협력도 중요
2025-03-04 14:12:25 2025-03-04 17:51:58
한국은 글로벌 무대에서 경제 강국, 제조업 강국, 문화 강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다행스러운 일이죠. 국방 분야는 어떤가요? 예산을 꾸준히 늘리고 국방 분야 구성원들이 노력한 데 힘입어 2024, 2025년 세계 5위(미국 연구기관 글로벌 파이어파워 GFP 기준)로 국방력 순위가 올라갔습니다. 그런데 국방 업무는 국내에서 북한 위협을 억제하는 게 거의 전부입니다. 북한 위협 억제는 당연히 중요하죠. 하지만 앞으로는 거기에만 집중할 게 아니라, 글로벌 차원으로 국방 업무를 확대해야 합니다.
 
국가 대외 전략을 잠깐 살펴볼까요? 윤석열정부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와 손잡고 한·미·일 협력,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협력 위주로 일종의 진영 외교를 폈습니다. 그 결과 한국은 대외 관계 폭이 좁아지는 부작용이 생겼죠.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바이든 대통령 시절과 전혀 다른 외교 노선을 택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우리 환경도 달라집니다.
 
"'한·미 동맹 기반' 4강 외교 복원·강화해야"
 
이번 계기에 우리는 한·미 동맹을 기반으로 4강 외교를 복원하고 강화해야 합니다. 신남방 정책과 신북방 정책 아이디어를 신아시아 정책으로 발전시키고, 글로벌 사우스 접근을 확대하자는 제안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죠. 지금부터 30년 전 대한민국은 선진국 시장으로 70% 수출하고, 개도국으로 30% 수출했습니다. 지금은 개도국이 70%, 선진국이 30%로 구도가 역전됐습니다.(김흥종 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수출 시장 변화만 봐도 한국은 세계 여러 나라와 고루 가깝게 지내고 협력해 나가야 합니다.
 
국방 차원에서 할 일이 있습니다. 첫째로, 유엔 평화유지군(Peace Keeping Operation, PKO) 활동을 적극적으로 확대해야 합니다. 평화유지활동은 분쟁 현장에서 치안을 안정시키고 재건 지원을 돕는 등의 일을 합니다. 주로 아시아, 아프리카 개도국을 상대로 유엔이 임무단을 구성하죠.
 
한국은 1991년 남북한이 함께 유엔에 가입한 이래 유엔 PKO 활동에 참여했습니다. 첫 사례로 1993년 내전을 벌이던 아프리카 소말리아에 건설공병인 상록수 부대를 보냈죠. 그 뒤 한국은 17개국 21개 유엔 PKO 임무단에 개인 및 부대 단위로 1만9000여명을 파병했습니다. 동티모르가 인도네시아에서 독립할 때 동티모르인들이 안전하게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한국군 파병 부대가 치안 유지와 행정 업무를 도왔죠. 한국군이 외국에서 민주주의 증진에 기여한 훌륭한 사례입니다. 2025년 현재 한국군은 레바논에 동명부대, 남수단에 한빛부대를 유엔 PKO에 보내고 있습니다.
 
 
우리 군인들은 해외 파병 활동 현장에서 인간 존중과 배려의 유전자(DNA)를 발휘했습니다. 한 개도국 사례인데요. 어떤 선진국 부대는 원조를 준다고 자국산 트랙터를, 쓸 줄도 모르는 현지 농민에게 그대로 던져주었습니다. 한국군 파병 부대는 트랙터 사용 설명서를 현지 언어로 번역해서 트랙터와 곁들여 제공했죠. 현지 농민을 한국으로 데려다가 트랙터 사용 방법을 교육한 다음에, 트랙터를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한국군의 국제평화협력 30년 역사를 보면 외국 군대와 달리 한국군 파병 부대가 한국인 특유의 유전자를 발휘해 현지인의 마음을 파고 들어간 사례가 숱하게 많죠.('대한민국 유엔 가입 30년, 군 국제평화협력 발자취' 국방홍보원, 2022)
 
한국은 유엔 평화유지 활동에 2022~2024년 기준 2.574%의 분담금을 내고 있습니다. 1위는 미국, 2위는 중국이고 한국은 분담금 순위 9위입니다. 2021년에는 평화유지 활동을 논의하는 최대, 최고위급 정례 협의체인 유엔 평화유지 장관 회의를 서울에서 국방부와 외교부 공동 주관으로 열기도 했죠.
 
유엔과 국제분쟁 현장에서는 요즘 중국이 부쩍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2018년까지 유엔 재정 분담률에서 일본이 2위, 중국이 3위였는데 2019년부터 중국이 일본을 제치고 2위로 올라섰죠. 분쟁 현장에서 중국 군인들이 유엔 글자를 새긴 블루 헬멧을 쓰고 활동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중국 평화유지군이 분쟁 지역에서 인명을 구조한다고 활약하는 스토리를 담아, 중국 영화 제작사들이 액션 영화를 만드는 것도 요즘 풍속도입니다. 중국이 아시아, 아프리카에서 영향력을 넓히려고 '매력 끌기'를 시도하는데요. 평화유지 활동도 그 수단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유엔 PKO 활동을 강화해야 합니다. 파병 인원을 늘리자는 게 아닙니다. 인원 숫자 위주 파병은 개발도상국이 도맡고 있죠. 개도국 군인들은 PKO에 가면 유엔 지원금 때문에 봉급을 많이 받는다고 좋아합니다.
 
우리는 기술과 자산 중심의 선진국형 파병을 추진해야 합니다. 정보통신 기술을 PKO 활동에 접목해 시설과 장비를 네트워크 기반으로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유엔 스마트 캠프' 사업을 개발해, 유엔과 회원국들에 전수할 수도 있죠.
 
유엔본부 사무국 DPKO(Department of Peace Keeping Operation)에서는 한국이 상당한 분담금을 내고도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는데요. 우수한 장교를 DPKO 같은 국제 조직에 많이 보내, 실력을 발휘하도록 해야 합니다.
 
둘째, 군사 협력 시야를 넓혀야 합니다. 한국은 방산 수출과 연계해 여러 아세안 회원국들과 평화적인 양자 군사 협력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말래카해협 해운 안전을 위한 다자 안보 협력에도 참여하고 있죠. 동남아와 중남미 국가에 퇴역 해군함정도 공여하고 있습니다. 아시아와 글로벌 사우스 접근을 강화하는 국가적 과제에 맞춰 군사협력 대상과 협력 내용을 구상하는 데도 시야를 넓혀야 합니다.
 
해군 청해부대 함정과 대원들이 중동 아덴만 해역에서 해적 출몰에 대비해 해상 순찰을 하고 있다. (사진=국방일보 갈무리)
 
"국방에서도 북극항로 개척에 적극 참여해야"
 
셋째, 북극 항로에 주목해야 합니다. 북극 항로는 지구 온난화로 바다얼음이 녹으면서 새로운 교통로로 주목받고 있죠. 세계 여러 나라가 북극 항로 탐사 활동과 군사적 활동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북극 이사회에 옵서버로 참여하고 있죠. 정부 차원에서 쇄빙연구선인 아라온호가 북극해 탐사 활동을 벌이는데, 여기에 해군 장교가 동승하고 있습니다. 국방 영역에서도 북극 항로 개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합니다.
 
국방부 차원에서 국가 대외 전략을 더욱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목표를 기본 정책 문서에 구체적으로 반영하고 실행해 나가야 합니다. 국방 분야 구성원들은 4대 강국과 아시아, 글로벌 사우스 등 국제 정세에 관심을 늘리고 업무 능력을 길러야 합니다. 국내용 국방만 하지 말고 글로벌 차원으로 국방 업무를 확대해야 합니다.
 
■필자 소개/박창식/언론인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동국대, 광운대에서 언론학 석사와 박사를 했다. 한겨레신문 문화부장 정치부장 논설위원을 지내고 국방부 국방홍보원장으로 일했다. 국방 커뮤니케이션, 말하기와 글쓰기, 언론 홍보와 위기관리 등을 주제로 글을 쓰고 강의하고 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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