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통계청이 게임 이용 장애 질병코드(WHO ICD-11)의 한국표준질병분류(KCD) 도입 근거로 국내 효력이 없는 문서를 내세웠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26일 더불어민주당 게임특별위원회 위원장인 강유정 의원에 따르면, 지난 20일 국무조정실이 개최한 '게임 이용 장애 민관협의체' 회의에서 통계청은 WHO의 'ICD-11 사용 조건 및 라이선스 계약'을 근거로 게임 이용 장애 코드를 그대로 실어야 한다는 입장을 냈습니다. 2019년 7월 민관협의체가 출범한 지 6년만입니다.
강유정 민주당 의원. (사진=강유정 의원실)
통계청이 제시한 WHO 라이선스에 따르면, 회원국은 ICD-11을 라이선스에 따라 사용해야 하며, '각색(adaptations)'이 금지됩니다.
하지만 여러 법률 전문가가 통계청 주장을 비판하고 있다는 게 강 의원실 측 주장입니다. 우선 WHO의 라이선스 계약이 국내에 강제 효력이 없다고 합니다.
통계청의 주장은 이미 수년간 민관협의체에서 논의한 사안의 절차적 정당성을 훼손하는 행위라는 주장도 폈습니다.
통계청의 주장은 그동안 보인 입장에 대한 전면 부정이기도 합니다. 통계청은 2024년 7월17일 설명자료에서 "게임 이용 장애 질병코드 도입 여부는 아직까지 결정된 바 없으며, 질병코드 등재를 기정사실로 하고 논의한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못박았습니다.
또 "국내 여건과 상황을 감안하여 우리 실정에 맞는 분류체계를 작성하여 운영하고 있다"며 "민관협의체는 게임 이용 장애 질병코드 도입 여부가 사회적 논란이 큰 만큼 연구 결과 및 실태조사, 다양한 의견 수렴 등의 절차를 거쳐 과학적 근거를 통해 합리적인 결정을 도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나갈 계획"이라고 약속했습니다.
강 의원실은 통계청의 주장이 사실이라 해도, 중요 정보를 지난 6년 간 한 번도 공개하지 않다가 내놓은 태도 역시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강유정 의원은 "통계청이 그동안 '국내 여건을 반영하겠다'며 협의를 진행해 놓고, 결정적 시점에 국제 라이선스를 근거로 한국형 분류체계 마련 가능성을 차단하는 건 거대한 국민 사기극"이라며 "통계청이 먼저 WHO와 문제를 협의해도 모자를 판에 복지부동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이어 "게임산업과 콘텐츠 강국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린 일이 날림 처리돼선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강유정 의원실은 법률 전문가 의견을 종합해 "국제기구의 가이드라인이나 라이선스 계약이 국내법 체계에서 직접적인 구속력을 갖는 건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게임 이용 장애 질병 코드 제외가 ICD-11의 체계나 분류 구조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특정 조건 아래 국내 상황에 맞는 코드 체계를 따르기 위한 선택이라면, 이 경우 '각색'으로 간주하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습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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