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도 안보도 모두 '거래'…'트럼프 덫'에 빠진 세계경제
압박 수위 높여가는 '관세맨'…넙죽 엎드리는 각 국·기업
외교·안보도 '거래적 관점'…국제질서 대신 실리 추구
2025-02-24 17:07:18 2025-02-24 17:07:18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김태은 인턴기자]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거침없는 행보에 전 세계가 요동치고 있습니다. 관세를 무기로 경제 분야에 이어 외교·안보마저 거래 본능을 숨기지 않으며 미국의 이익을 추구하고 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 발발 3년째를 맞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 협상마저도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힘의 논리'를 보여줬습니다. 경제·안보 등 전 분야에서 세계 각 국이 '트럼프 덫'에 빠진 형국인 가운데, 미국 대외정책도 트럼프 시대를 맞아 상업적 거래 관계로 바뀌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관세 무기로 거래 나선 트럼프…한국 기업에도 "10억달러는 투자해야"
 
<폭스뉴스>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23일(현지시간) 인터뷰에서 상호 관세와 관련해 "그것(상호 관세)은 (향후) 진행 경과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할 수 없다"면서도 "만약 그들(다른 나라)이 불공정 거래 관행을 지속하고자 한다면 그들이 협상하려고 할 때까지 관세는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 재무 수장의 발언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성향을 고스란히 보여주는데요. 결국 각 국의 대응에 따라 관세를 유연하게 적용하겠다는 의미입니다.
 
이 같은 발언은 매일 관세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와 일맥상통합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8일 미국으로 수입되는 자동차·반도체·의약품에 대한 관세가 25% 수준이 될 것이라고 밝히면서 해외 기업들을 향해 "들어올 시간을 주고 싶다. 미국에 와서 공장을 세우면 관세가 없기 때문에 그들에게 약간의 기회를 주고 싶다"고 말한 바 있는데요. 대미 투자를 압박하기 위해 장사꾼 본능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지난 19~20일 이틀간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한 국내 민간 경제 사절단 역시 미국의 높은 벽을 실감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거래의 기술'을 엿봤습니다. SK·삼성·현대차·LG·한화 등 재계 경제사절단은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을 만나 대미 투자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러트닉 장관은 "10억달러(약 1조4400억원)를 투자하면 패스트트랙 등의 혜택을 주겠다"며 일종의 '기준선'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같은 날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국가안보대통령각서(NSPM)에 서명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대중 견제 역시 한층 강화하며 세계 각 국의 긴장감을 높이기도 했습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중국 선사 및 중국산 선박과 관련한 해상 운송 서비스에 수수료를 매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는데요. 이번 계획은 중국 선사의 선박이 미국 항구에 입항할 때마다 선박당 최대 100만달러(약 14억원), 또는 선박 용적물에 톤(t)당 최대 1000달러(약 144만원)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내용 등을 담았습니다. 세계 조선·해운시장에서 막강한 중국의 영향력을 낮추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이 구체화한 것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우크라 광물마저 눈독…외교·안보도 '장사꾼 본능'
 
트럼프 대통령의 '거래의 기술'은 외교·안보 분야에서도 드러납니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3주년인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 지원의 대가로 우크라이나 광물 수익 절반을 미국에 넘기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의 대외정책 핵심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로, 미국의 이익·힘의 논리를 엿볼 수 있습니다.
 
실제 뉴욕타임스(NYT)가 지난 22일 키스 켈로그 미 대통령 우크라이나·러시아 특사가 전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전달한 '우크라이나 광물 협정 수정안'을 입수해 보도한 것을 보면, 미국은 최근 우크라이나에 전쟁 지원금 대가로 우크라이나가 가진 희토류 중 5000억달러(약 720조원) 상당을 요구하는 광물 협정 체결을 제안했습니다. 높아진 미국의 압박 수위에 우크라이나도 협정 체결로 기우는 분위기입니다.
 
이를 두고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초강대국 미국이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의 위기를 이용해 자원을 침탈하려 한다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메릴랜드에서 열린 보수정치행동회의(CPAC) 연설에서 "우크라이나가 우리가 준 모든 돈에 대해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주기를 원한다"며 "희토류와 석유, 우리가 얻을 수 있는 다른 것들을 요구하고 있다. 내 생각에 우리는 합의에 매우 가까이 와 있다"고 언급하면서 거래 본능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이주시키고 미국이 가자지구를 장악해 재건하겠다는 구상 역시 장사꾼의 본색을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그는 지난 4일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주민을 인근 아랍 국가에 영구적으로 재정착시킨 뒤 미국이 가자지구를 소유하면서 개발해 "중동의 리비에라(지중해 휴양지)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는데요. 아랍권 반발에 트럼프 대통령은 한 발짝 물러섰지만, 국제질서 대신 극한의 실리를 추구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미국 매체 악시오스는 "트럼프 1기와 달리 계산된 이 혼란은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제도화하고, 대통령의 적들을 마비시키고, 워싱턴의 기득권층을 영원히 무너뜨리기 위해 설계됐다"면서 "강력하고 완고하며 역사적으로 인기 있는 마가 대통령의 지난 4주간 광란의 임기 속에 조 바이든이 1월20일에 남긴 미국은 더 이상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지워졌다"고 평가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흑인 역사의 달' 리셉션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김태은 인턴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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