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 '서울 편입' 시도에 경기북도 내건 김동연 '당혹'
김동연 "GH 이전 백지화 검토"…이재명과 '선긋기' 해석
김 지사 '북부자치도' 추진 난항…오세훈 시장까지 공격
2025-02-21 14:54:32 2025-02-21 14:54:38
[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경기도 구리시가 서울 편입에 속도를 내자 경기도청은 경기주택도시공사(GH)를 구리시로 이전하려고 했던 계획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GH를 구리 이전하는 건 경기북부 활성화를 위한 구상이었는데, 구리가 서울로 편입되면 GH 굳이 옮길 이유가 없다는 겁니다. 하지만 경기북부특별자치도를 도정 성과로 삼아 대권에 도전하려고 했던 김동연 경기도지사로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고영인 경기도 경제부지사는 21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백경현 구리시장이 여전히 '구리시 서울 편입과 GH 구리이전을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이에 김 지사는 '구리시가 서울 편입을 추진하는 한 GH의 구리시 이전 백지화를 검토하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했습니다.
 
고영인 경기도 경제부지사가 21일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고영인 부지사는 아울러 "경기도는 구리시장의 서울 편입 추진에 유감을 표명하며 그에 상응하는 조치로 GH 분리 이전과 관련한 모든 절차를 전면 중단하겠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GH 구리 이전은 단순히 구리시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침체된 경기북부를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원동력으로 도약시킬 북부개발의 상징"이라면서 "구리시가 서울에 편입되면 경기도 공공기관인 GH가 구리시에 갈 아무런 이유가 없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실제로 GH의 정관 제3조(사무소의 소재지)에는 '공사의 주된 사무소는 경기도 수원시에 두고 필요에 따라 경기도지사의 승인을 얻어 필요한 곳에 지사 또는 사무소를 둘 수 있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경기도에 따르면, 김 지사가 GH의 구리 이전 백지화를 검토하라고 지시한 건 지난달 10일쯤입니다. 구리시는 2024년 22대 총선을 앞두고 경기도 지방자치단체의 서울 편입론 이야기가 나올 때부터 가장 적극적으로 서울 편입을 추진하는 곳입니다. 경기도는 구리에 서울 편입 시도 철회를 지속해서 요청하기도 했으나 구리의 의지는 완강하기만 한 걸로 전해졌습니다. 이에 김 지사로선 GH 이전 중단이라는 초강수까지 꺼낸 겁니다.  
 
GH 등 경기도 남부의 공공기관을 북부로 이전하는 건  앞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경기도지사로 재임하던 시절에 수립한 정책입니다. GH의 경우 오는 2026년까지는 사장과 경영본부 등 주요 부서 100여명이 구리시로 이전할 예정이었습니다. 주 사무소까지 이전을 마무리하는 시기는 2031년입니다. 이에 대해 김 지시가 GH 이전 백지화 검토를 지시한 건 조기대선을 앞두고 이 대표와 선긋기를 하려는 걸로 풀이되기도 합니다. 
 
취재진이 고 부지사에게 '경기도가 왜 이제 와서 이런 입장을 밝히느냐'라고 묻자 그는 "저희들이 섣부르게 또는 예민하게 반응하는 건 주민들과의 관계도 있기 때문에 입장을 좀 미뤘던 것"이라며 "(서울 편입) 추진이 자꾸 진행됨에 따라서 (김 지사가) '(이전) 재검토를 해봐야 되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라고 전했습니다.
  
이어 "이후 한 달 반 정도 더 지났는데 (구리시가) 동별 위원회도 구성하고 (서울 편입을) 꺾지 않고 있다(는 게 보였다)"며 "(백 시장이) 정치적으로만 좀 이용하다가 멈출 것인지 본 건데, 더는 우리(가) 아무런 대응도 없으면 (구리의) 모순된 행동에 우리 모습이 더 우스워질 수도 있는 상황이 돼버린 것"이라고 했습니다.
 
특히 경기도청은 김 지사의 북부자치도 구상에 맞춰 GH를 배분하는 아이디어도 내놨습니다. 고 부지사는 "만약 북부자치도가 시행되면 GH를 북부와 남부의 발전을 위해서 어떻게 할 것인가를 논의할 것"이라며 "GH를 공동 소유로 둘 것이냐 아니면 여러 자산과 인력과 이런 모든 것들을 나눌 것이냐(는) 상호 협의하에 남부와 북부의 발전 효율성과 주민들 요구에 맞게 재편해 나가는 그런 논의를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고 부지사는 이날 오세훈 서울시장도 공격했습니다. 고 부지사는 "오 시장은 지방분권에 역행하고, 갈등을 부추기는 구리·김포 서울편입 추진을 포기하는 선언을 조속히 하길 바란다"면서 "수도권은 분리적 관점에서 논의돼야 하며, 경기도는 분권을 통한 자립적 발전을 지향하는 북부자치도 설치를 준비했다"고 설명했습니다.
 
20일 오후 ㈜예선테크에서 열린 경기도 수출 중소기업 현장 간담회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경기도)
 
한편, 김 지사는 임기 초부터 북부자치도 설치를 추진했으나 아직까지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북부자치도 신설을 뒷받침하는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 등에 관한 특별법안'이 국회를 통과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와중에 구리가 서울로 편입, 북부자치도에서 이탈하겠다고 하자 경기도청은 반발하는 중입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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