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경기신보 직원 채권추심 업무 과로사 인정…"실적 압박 심했다"
인력난·실적 압박에 심근염 악화돼 사망
유족, 근로복지공단 상대 급여청구 소송 1심 승소
2025-02-20 16:41:11 2025-02-21 09:08:22
 
[뉴스토마토 이효진 기자] 경기신용보증재단(경기신보)에서 근무하다 심근염으로 사망한 직원에 대해 과로사가 인정됐습니다. 유족이 산업재해가 아니라는 이유로 장례비 등 급여 청구를 반려한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의 1심에서 승소했습니다. 인력난과 실적 압박으로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은 점이 병세 악화의 원인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스트레스로 심근염 악화"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가 경기신보에서 11년간 일하다 지난 2023년 숨진 A씨에 대해 과로사를 인정했습니다. 1심 법원은 A씨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 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유족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21년 2월24일부터 경기신보 군포지점에서 채권관리팀 과장으로 근무했습니다. A씨는 해당 지점에서 중소기업, 소상공인 등 채무자들이 금융기관에 채무를 변제받지 못해 신보재단이 대신 변제하는 경우 채무자들로부터 변제금을 회수하는 업무를 맡았습니다. 
 
지난 2022년 12월1일 상세불명의 심근염 진단 후 치료를 받던 A씨는 두 달 뒤인 2023년 2월11일 사망했습니다. 직접 사인은 심근염에 의한 폐렴으로 밝혀졌습니다.
 
A씨 유족은 업무 스트레스로 인한 산업재해를 주장했습니다. 근로복지공단에 장례비 등 급여를 청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습니다. 
 
1심 법원은 "업무와 관련된 급격한 스트레스가 망인의 심근염 발병에 기여했거나 자연적인 경과 이상으로 악화시켜 그 결과 고인이 사망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습니다. A씨가 사망 당시 40대 초반 남성으로 특별한 기저질환이 없던 데다 업무상 요인 외에는 심근염이 악화할 원인이 없다는 판단에서입니다.
 
근로복지공단은 재판 결과에 즉각 항소했습니다. 근로복지공단 관계자는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서 따로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라고 말했습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가 경기신보에서 11년간 일하다 지난 2023년 숨진 A씨에 대해 과로사를 인정했다. 사진은 서울행정법원 모습.(사진=뉴시스)
 
홀로 채권관리 업무
 
유족에 따르면 A씨는 업무 과중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해당 지점의 채권관리팀 직원은 A씨를 포함해 3명이었으나 2022년 3월1일 1명이 전출됐습니다. 2명이서 업무를 보던 중 같은 해 5월 남은 1명도 자리를 옮겼습니다. 팀에 신입사원이 투입됐지만 교육훈련 기간이었기 때문에 사실상 A씨 혼자 업무를 처리하던 상황이었습니다.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경기신보가 무리하게 '관리증강운동'을 벌여 A씨의 스트레스가 심각해졌다고도 주장합니다. 관리증강운동은 지점마다 채권회수 달성률을 집계하고 평가순위를 매기는 운동입니다. 실적이 낮은 지점은 점검 대상이 됩니다. A씨가 있던 군포지점은 2021년 1위 평가를 받았지만, 인력이 빠져나간 2022년 하반기 하위 3개 지점 중 하나로 급락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A씨는 큰 부담감을 느낀 것으로 보입니다. 유족이 법원에 제출한 고소장에 따르면 A씨가 같은 부서원에게 "우리가 잘못해서 지점장이 불려가면 안 되지 않느냐"라는 말을 자주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A씨와 함께 근무한 한 직원도 "관리증강운동에 따른 실적 압박으로 편법적인 방법까지 사용하며 채권을 회수했다"라며 "직원들이 그와 같은 비윤리적 업무 행태에 대해 자괴감을 느끼고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라고 증언했습니다.
 
문제는 회사가 관리증강운동을 '자산건전화프로모션'으로 이름만 바꿔 여전히 운영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전처럼 과도한 대면보고나 문책 대신 인센티브 지급 방식으로 바뀌었는데요. 하지만 직원들은 "실질적으로 실적 압박에 대한 체감은 기존 제도와 다르지 않다"라며 반발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기신보 노동조합 관계자는 "회사가 악랄하게 회수 활동을 강조하게 내부적으로 경쟁시켜 압박으로 인해 아픈 직원들이 많았다"라며 "게다가 채권 관리량은 점점 늘어나는데 정원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어려움을 호소했습니다.
 
경기신보 관계자는 "같은 동료였기에 안타까운 부분은 있지만 경기신보가 소송 주체가 아니다보니 따로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A씨 유족은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경기신보가 무리하게 '관리증강운동'을 벌여 A씨의 스트레스가 심각해졌다고 주장한다. 사진은 경기신용보증재단 모습.(사진=연합뉴스)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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