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윤석열씨 재판 지연'을 비판해 오던 민주당이 명분을 잃었습니다. 이재명 대표도 본인의 '선거법 사건 항소심'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통해 '재판 중단'을 꾀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그 결과를 최대한 늦춰, 대선 가도에 미칠 파장을 최소화하겠다는 포석입니다. 윤씨도 이 대표도 최종 목표도 오롯이 '권력'에 가 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결국 '위헌심판 제청'까지…"3월 항소심 피하기"
5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이재명 대표는 전날 자신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2심 재판부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습니다. "허위사실 공표 처벌 조항이(공직선거법 제250조 1항)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주장인데요. 만약 법원이 받아들이면, 헌법재판소 결정이 날 때까지 재판은 멈춥니다.
그는 이날 서울고법에 들어서면서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을 재판부가 기각하면, 헌법소원을 낼 계획이냐'는 기자의 물음에 "재판은 전혀 지연되지 않고, 신속히 끝날 것"이라고만 답했습니다.
'위헌법률심판을 신청한 법 조항이 이미 합헌 결정이 났던 선례가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엔 답하지 않았습니다.
황정아 대변인은 이날 국회 최고위원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위헌법률심판 제청은 당의 입장이 아니고, 변호인이 판단해서 진행했다"며 "이는 피고인의 정당한 권리"라고 논란을 일축했습니다.
결국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정치 검찰'과 '잘못된 법'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입니다. 이 논리대로라면 재판이 지연되더라도, 이 대표와 민주당의 책임은 없는 겁니다.
그러나 허위사실 공표 처벌 조항이 위헌법률이라고 판단했다면, 1심에서 판결 전에 제청했어야 한다는 반박이 나옵니다. 이 대표는 당선무효형(징역 1년·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고, 2심 재판부는 새 사건을 배당하지 않기로 하는 등, 이 대표 재판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오는 3월쯤 선고가 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자, 제청으로 '시간 끌기'에 나섰다는 분석입니다. 이 시기에 윤석열 씨 탄핵심판도 인용될 가능성이 큰데요. 만약 이 대표가 먼저 2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으면, 피선거권 박탈이 유력한데도 대선에 나서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습니다.
앞서 이 대표는 여러 번 재판 지연 전략을 구사했습니다. 그의 선거법 재판은 1심 선고까지 799일이 걸렸는데요. 그해 선거법 위반 사건 1심의 평균 처리 기간(120일)의 6.7배에 해당하는 기간입니다.
선거법 사건은 1심 6개월, 2·3심은 각각 3개월 이내에 끝내도록 법에 규정했지만, 이도 한참 넘긴 겁니다. 대법원과 법원행정처는 "선거법 6·3·3 원칙을 준수하라"고 권고하기도 했습니다. 이 원칙에 따르면, 이 대표의 대법원 확정판결은 5월까지 나와야 합니다.
그러나 이 대표 측은 항소심에서 1달 넘게 변호인을 선임하지 않는 등, 재판에 협조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법원이 강제로 국선 변호사를 배정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는데요. 1심 재판부가 발송한 항소장 접수통지서는 이 대표 측이 미수령하면서 폐문부재(문이 닫혀 있어 전달하지 못함) 처리됐습니다. 결국 법원은 접수통지를 '공시 송달 방식'으로 처리하면서 송달로 간주했습니다.
이재명 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성남FC 뇌물'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원 청사에 도착한 뒤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식 실용주의'가 민주당 정체성?
조기 대선을 겨냥한 이 대표의 '우클릭'엔 거침이 없습니다. 집토끼를 뒤에 남겨두고 산토끼를 잡으러 가겠다는 전략인데요. 토론·설득은 허울일 뿐, 경제 기조는 어느새 '기본사회'에서 '성장'으로 급선회했습니다.
그의 모든 행보는 '대권'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이 대표는 윤석열표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와 '가상자산 과세 2년 유예'를 받아들였습니다. 당 정책을 손바닥 뒤집듯 엎어버린 건데요. 특정 기업을 위해, 근로기준법에 균열을 내는 '주 52시간 근로 적용 예외'도 수용할 전망입니다.
이를 두고 "윤석열식 '주 69시간 근무제'와 뭐가 다르냐"는 비판이 나옵니다. 앞서 불과 2년 전, 이 대표는 69시간 근무제에 대해 "69시간을 화끈하게 일하고 화끈하게 쉬자는 생각일 수 있으나, 화끈하게 노동하고 화끈하게 망가질 것"이라고 직격했습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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