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내란수괴 혐의로 체포된 윤석열씨가 18일 오후 6시50분 서울서부지법에서 진행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모두 마치고 서울구치소로 돌아갔습니다. 현직 대통령으로서 구속영장심사에 출석한 건 윤씨가 헌정사 최초입니다. 구속영장심사는 총 4시간50분가량 소요됐습니다. 윤씨 변호인단은 비상계엄 재범 가능성을 부인하면서 사실관계와 법리문제를 성실히 답변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윤씨의 구속영장 발부 여부는 이르면 이날 밤, 늦어도 이튿날 새벽 결정될 걸로 보입니다
윤씨는 이날 오후 1시쯤 호송차량을 타고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출발, 2시쯤 서울시 마포구 서부지법에 도착했습니다. 윤씨를 태운 차량은 법원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갔습니다. 윤씨는 법원 정문에서 대기 중인 취재진을 피하고, 포토라인에서 서지 않기 위해 지하주차장으로 간 걸로 보입니다.
윤석열씨를 태운 호송차량이 18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 지하주차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앞서 이날 오전 윤씨의 법률대리인단에 속한 윤갑근 변호사는 서울구치소에서 윤씨를 접견한 뒤 "윤씨가 법정에 직접 출석해 당당하게 대응하는 게 좋다는 변호인들의 건의를 받아들여 (서부지법 구속영장심사에) 출석하기로 결심했다"며 "법정과 헌법재판소에서 비상계엄의 정당성과 내란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을 직접 설명해 명예를 회복시켜야 한다는 마음"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윤씨는 정작 서부지법에 도착해선 언론의 눈을 피하려고 지하주자창으로 간 겁니다.
영장심사는 오후 2시 서부지법 당직 법관인 차은경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됐습니다. 윤씨가 법원에 입정한 후 윤씨 법률대리인단에 속한 석동현 변호사는 기자들에게 "윤씨는 정장 차림으로 법정 중앙에 좌정했다"는 공지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윤씨 법률대리인단 중 영장심사에 출석한 인원은 8명입니다.김홍일·윤갑근·송해은·석동현·차기환·배진한·이동찬·김계리 변호사 등입니다.
윤석열씨가 15일 오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조사를 마치고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날 구속영장심사는 총4시간50분이 소요됐습니다. 석 변호사에 따르면, 우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오후 2시15분부터 3시25분까지 70분 동안 파워포인트(PPT)를 이용해 진술했습니다. 공수처는 전날인 17일 윤씨에 대한 구속수사 필요성을 주장하고자 150쪽 분량에 달하는 구속영장 청구서를 서부지법에 제출한 바 있습니다. 공수처는 구속영장 청구서에 "윤씨는 전형적인 확신범"이라고 명시한 걸로 알려졌습니다.
석 변호사는 "윤씨 법률대리인단에 속한 김홍일·송해은 변호사가 역시 70분간 PPT로 진술했다"며 "뒤이어 윤씨가 오후 4시35분쯤부터 5시15분까지 약 40분 동안 발언했다"고 했습니다.
영장심사는 윤씨 진술 이후 20분 동안 휴정됐다가 오후 5시40분에 재개되고 6시50분에 종료됐습니다. 심사는 재개된 뒤 1시간10분 뒤 종료됐습니다. 석 변호사에 따르면, 윤씨는 심사가 끝나기 전 5분간 최종 발언을 했습니다. 윤씨가 40분 동안의 직접 진술과 5분간의 최종 발언을 통해 무슨 말을 했는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구속영장심사가 종료된 후 법정을 나온 윤갑근 변호사는 기자들을 만나 "윤씨는 사실관계나 증거관계 법리 문제에 대해서 성실하게 설명하고 답변했다"며 "재판부의 결정이 나올 때까지 조용히 기다리겠다. 당연히 우리 입장에서는 좋은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윤 변호사는 '구속영장이 나오면 구속적부심을 신청할 것인가'라는 질문엔 "(여기에 대한 답변은) 가정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며 "그때 가서 말씀드리겠다"고 답했습니다.
아울러 '공수처가 비상계엄 재범 위험성을 이야기한 부분은 어떤 부분이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그거는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제가 (법정에서) 분명히 설명을 했다"며 "재범이라는 게 2차, 3차 계엄을 한다는 것인데, 국회(의 계염령) 해제 의결 요구가 있자마자 바로 군을 철수시켰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2차, 3차 계엄할 것 같으면 군을 철수시킬 리가 없잖느냐"며 "(공수처가) 말이 안되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윤씨가 탄 호송차량이 서부지법을 떠난 건 오후 7시33분이었습니다. 이후 윤씨는 서울구치소로 돌아가 구속영장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18일 오후 윤석열씨가 탑승한 호송차량 행렬이 서울서부지법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앞서 윤씨는 지난해 12월3일 비상계엄을 선포했고, 그달 14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습니다. 이어 새해 15일 내란수괴 혐의로 공수처에 체포됐습니다. 윤씨는 체포 당일 공수처 조사에서 진술거부권을 행사했으며, 이튿날과 다음날 등 2일 연속으로 조사에 불응했습니다.
윤씨의 구속영장 발부 여부는 빠르면 이날 밤, 늦어도 이튿날 새벽 결정될 걸로 보입니다.
18일 오후 '아스팔트 보수' 집회 참석자가 서울서부지법의 담을 넘어 겸찰에 붙잡히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한편, 이날 구속영장심사를 전후로 서부지법 앞에선 '아스팔트 보수'들의 집회로 '아수라장'이었습니다. 아스팔트 보수들은 법정을 에워싸며 "불법영장 중단하라", "구속 무효", "(영장) 기각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습니다. 서부지법 담을 넘어 들어왔다가 경찰에게 붙잡힌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특히 구속영장심사가 종료된 후 서부지법을 빠져나가는 공수처 차량 2대를 가로막고 물리적 충돌을 가하기도 했습니다. 공수처 차량은 타이어가 펑크나고, 공수처 인원들이 위협을 받는 상황까지 몰리기도 했습니다. 이에 공수처는 "정당한 법 집행에 대한 방해 행위에 심히 유감을 표한다"며 "공수처는 이같은 행위에 대한 채증자료를 토대로 경찰에 강력한 처벌을 요청할 방침"이라고 했습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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