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 '최초' 대통령
2025-01-15 17:04:21 2025-01-15 17:04:21
2024년 1월 3일. 지금으로부터 일 년여 전. 윤석열 당시 대통령은 새해 첫 일정으로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2024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 참석했다.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최초'였다. 새해 벽두부터 대통령이 여의도에 방문하면서 여의도가 떠들썩했다고 한다. 대통령이 '자본시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평도 나왔다. 윤씨는 당시 "대한민국에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세계적인 기업이 많지만 주식시장은 매우 저평가돼있다"며 "임기 중에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 자본시장 규제는 과감하게 혁파해 글로벌 증시 수준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같은 달 17일 정부는 민생토론회를 열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해 상장사의 기업 가치 제고를 유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윤씨는 대통령 후보 당시에도 "공정한 시장 제도를 만들어 기업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도록 선진 주식시장을 만들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하지만 정부가 추진하던 주요 정책들은 각계의 반발로 위기를 겪고 있다. 소액주주 권리를 향상시킨 상법 개정은 자본시장법으로 방향이 바뀌었고, 밸류업 기업에 대한 법인세 감면 등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기업공시나 밸류업 펀드 조성, 밸류업 지수 발표 등 본질이 아닌 변죽만 울리고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밸류업의 방향에 대해 이견이 존재한다. 자산 가치 상승을 유도한 일본 아베정권의 유산이라는 비판과 함께 주가를 올린다고 해서, 그것이 바로 국내 경제발전이나 개인의 부 축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다. 밸류업 자체가 한국 자본시장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만능 보완책은 아니라는 것이다. 누군가는 인센티브를 부여해 기업들의 자발적 참여가 필요하다 하고, 또 누군가는 기업의 지배 구조 개선이 그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첫 단추부터 틀렸다는 극단적인 의견도 있다.
 
그럼에도 서툴고 완벽한 형태는 아니지만 정부 기조에 발맞추어 밸류업에 동참하려는 기업들이 나타나고 있다. 또 이에 대한 방법론과 방향에 대한 활발한 토론도 이뤄지고 있다. 밸류업 프로그램으로 인해 한국 기업의 가치를 제대로 올릴 수 있는 방법에 대한 논의의 장이 활짝 열린 것이다. 방법론과 방향에 대해 격렬한 토론이 오가는 가운데 지난해부터 계속되고 있는 탄핵정국에 이같은 밸류업 프로그램 동력이 상실하는 것은 아닌지 각계의 우려가 쏟아진다. 
 
현직 대통령으로는 최초로 한국거래소 증시 개장식에 방문해 자본시장 선진화를 외쳤던 그날 이후 1년의 시간이 흘렀다. 현재 그는 '12 ·3 비상계엄 사태' 주동자로 지목돼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체포된, 헌정 사상 최초로 수사기관에 체포된 현직 대통령이 됐다. 밸류업을 두고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체포된 '누가' 들고나온 정책이라는 꼬리표가 붙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정치적 해석이나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밸류업이 한국 자본시장의 발전과 나아가 한국경제가 글로벌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계기와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 

이보라 증권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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