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지난해 4분기 나란히 '어닝쇼크'를 기록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조속히 실적 부진을 탈피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습니다. 신기술의 각축장인 'CES2025'에서 내놓은 해답은 역시나 '기술'이었습니다. 빠르게 추격하는 중국 업체들을 따돌리고 글로벌 리더 지위를 유지하려면 기술혁신이 필수적이란 시각입니다.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가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올해의 사업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LG전자)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는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전에 없던 시장과 경쟁환경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점을 감안할 때 이제는 전과는 다른 차원의 고민과 치열하고 정교한 실행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금의 상황을 짚었습니다.
LG전자가 중·장기 목표로 2030 미래비전을 제시한 2년 전과 비교하면 글로벌 시장 수요 회복 지연은 장기화되고 있는 데 반해, 트럼프 2기 행정부를 필두로 한 주요국 통상정책 변화 등 지경학적 위협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진단인데요.
특히 중국 업체와의 경쟁 패러다임이 가격에서 기술 경쟁으로 고도화되고 있다고 조 CEO는 말했습니다. "그동안 중국의 위협을 인식하는 단계였다면, 이제는 대응을 실행할 때"라는 설명인데요. 지난해의 CES에서 중국 기업을 "폄훼 대상이 아닌 위협 대상"이라고 평가했던 것에서 진전된 평가를 내린 겁니다.
중국의 약진에 대응할 방법은 앞선 기술 뿐이라는 게 조 CEO의 결론입니다. 그는 "기술 제반 제품 리더십, 가격 경쟁력, 공급망·브랜드 이미지 활용 마케팅 등 구체적인 계획을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간담회에 배석한 류재철 HS사업본부장(사장)도 "지난해 조 CEO가 화두를 던진 뒤 중국을 심층 분석하고 원가 경쟁력 강화 방법을 많이 찾아냈다"며 "연구개발(R&D) 보강을 챙기고 있다"고 거들었습니다.
그러면서 LG전자가 기술력을 뽐낼 분야로 인공지능(AI)과 로봇을 꼽았는데요. "로봇은 확실한 미래"라고 못박은 조 CEO는 "가사 노동해방을 위해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휴머노이드 로봇의 초기 버전인 AI 에이전트 'Q9'을 오는 2~3월 중 베타테스트를 거쳐 연말께 출시한다는 계획입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25 현장에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이는 하루 앞서 미래 사업 방향을 제시한 삼성전자와도 결이 닿아있는데요.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전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첫째도 기술, 둘째도 기술, 셋째도 기술을 강조했다"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메시지를 소개하며 "내부적으로 계속 신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한 부회장은 "미래 준비를 위한 인재와 기술 확보, 새로운 성장을 위한 투자를 빠르고 과감하게 추진해 주력 사업의 초격차를 확보하겠다"면서 그 일환으로 오는 5~6월 중 AI 집사 로봇 볼리를 한국과 미국에 출시하겠다고 전했습니다.
아울러 삼성과 LG는 구독 서비스를 '뉴노멀'로 삼겠다는 전략에도 같은 시각을 공유했습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지난해 구독 서비스 'AI 구독클럽'을 도입한 이후 고객 10명 중 3명이 구독으로 가전을 구매는데요. 한 부회장은 "고가가 예상되는 볼리와 갤럭시 시리즈도 구독을 통해 이용할 수 있게끔 하겠다"며 구독 범위 확장을 예고했습니다.
LG전자는 지난해 2조원에 육박했던 구독 사업 매출을 2030년까지 3배 이상 키워 '스타 사업'으로 육성한다는 목표도 제시했습니다. 조 CEO는 "(삼성과) 경쟁해야 하지만 구독이라는 사업 방식이 한국 시장에서 좀 더 파이가 커질 수 있다 본다"며 "(삼성의 구독 진출은) 시장을 더 키울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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