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유동성 위기 고비 넘긴 롯데케미칼…차입 부담 해결이 '관건'
EOD 위기 넘긴 롯데케미칼…'롯데월드타워' 담보로 회사채 보증 확보
적자 지속에 유동부채 급증…유동부채 규모 3년 새 3배 증가
자산 매각·비용 절감으로 유동성 확보…그룹 차원 재무 안정화 노력
2024-12-26 06:00:00 2024-12-26 06:00:00
이 기사는 2024년 12월 23일 17:10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롯데케미칼(011170)이 당장 2조원에 달하는 회사채를 상환해야 할 위기를 넘겼다. 수익성 악화로 인해 회사채 기한이익상실(EOD) 사유가 발생하며 약 2조원의 회사채를 상환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지만, 사채권자 집회에서 실적 관련 재무특약 조정안이 가결되며 EOD 발생 조건이 삭제됐기 때문이다. 이는 롯데가 그룹의 핵심 자산인 롯데월드타워를 담보로 제공하며 국내 4대 은행이 롯데케미칼 회사채에 보증을 제공한 결과로 풀이된다. 다만 업황 악화로 적자가 지속되며 차입부담이 3년새 3배나 불어난 상태라 롯데케미칼이 이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롯데케미칼)
 
2조원 회사채 당장 안 갚아도 돼…재무특약 삭제안 ‘가결’
 
23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최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사채권자 집회를 열고, 롯데케미칼이 발행한 총 14개 공모 회사채에 대한 재무특약 삭제안을 가결시켰다. 이번 조정으로 인해 2013년 9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발행된 2조450억원 규모의 회사채의 EOD 사유 발생 조건이 소멸됐다.
 
앞서 롯데케미칼은 이들 회사채의 약 90%에서 재무특약 위반으로 인해 상환 요구 가능성이 생겼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3개년 평균 이자비용 대비 상각전영업이익(EBITDA) 5배 이상 유지’라는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롯데케미칼은 지난 2022년부터 3년 연속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며 EBITDA가 급감해 이자비용 5배를 넘기지 못했다. 이에 따라 사채권자들은 회사채 상환을 요구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특히 롯데케미칼 회사채는 교차부도(Cross Default) 조항이 포함돼 있어, 한 회사채에서 디폴트가 발생하면 나머지 회사채에도 연쇄적으로 EOD가 발생할 위험이 컸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상황이 롯데케미칼을 넘어 그룹 전체 유동성 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롯데그룹은 이를 방지하기 위해 롯데월드타워를 담보로 내놓는 초강수를 뒀다. 신한·국민·하나·우리 등 국내 4대 은행은 롯데월드타워 시가를 약 6조원으로 평가하고, 이를 담보로 2조5000억원 규모의 롯데케미칼 회사채 신용보강 계약을 체결했다. 대형 은행들이 원리금을 보증함으로써 롯데케미칼 회사채는 사실상 안전자산으로 재평가됐다는 게 업계 안팎의 중론이다. 롯데케미칼 회사채는 내달 중순 법원 인가를 받은 뒤 보증사채로 전환될 예정이다.
 
이동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롯데케미칼이 이번에 유동성 위기를 일부 완화하면서 향후 재무 안정성이 강화될 전망"이라며 "특별이자를 제공하기로 했지만, 이는 연간 20억원 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적자 지속에 부채 증가세…업계 불황에 '속수무책'
 
하지만 롯데케미칼의 재무 상황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업황 불황에 대규모 적자가 지속되며 부채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 3분기 기준 롯데케미칼의 유동부채는 8조3316억원으로, 2021년 말 2조8677억원 대비 약 3배 증가했다. 특히 단기차입금은 3조4439억원에 달하는 가운데 회사가 가진 현금성자산은 1조9056억원에 불과한 상태다. 다만 1조7050억원 상당의 단기금융상품을 보유하고 있어 단기차입금을 감당하기에는 충분한 자금이지만, 8조원에 이르는 유동부채를 해소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연결 기준으로는 현금성자산이 3조원에 이르는 상황이라 차입금에 비해 현금성자산의 비중이 적은 편은 아니다"라며 "자금조달 방안 등은 여러 측면에서 고려 중이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가운데 롯데케미칼은 자산 효율화를 통한 유동성 확보에 나서고 있다. 지난 10월에는 말레이시아 합성고무 생산 법인인 LUSR을 청산하기로 결정했으며, 미국 루이지애나 에틸렌글리콜(EG) 생산법인 LCLA 지분 40%를 매각해 6500억원을 조달하기도 했다. 회사는 또 인도네시아 법인 LCI 지분 매각을 통해 6500억원을 추가 확보할 계획이다. 이 외에도 공장 가동 최적화와 원가 절감을 위한 프로젝트를 여수공장에서 대산공장으로 확대하며 재무건전성 제고에 나서고 있다.
 
이동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인도네시아 자회사 지분 등을 활용한 에셋라이트(자산경량화) 전략이 현실화하고 있고, 인도네시아 석유화학단지 건설(라인 프로젝트) 완료로 내년 이후 자본적지출(CAPEX) 급감이 예상되는 점도 회사의 재무구조 개선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롯데그룹 또한 유동성 개선을 위해 전방위적으로 나서고 있다. 롯데쇼핑(023530)은 15년 만에 7조6000억원 규모의 토지자산을 재평가하며 재무구조 개선과 함께 신사업 투자 여력 확보를 도모하고 있다. 그룹은 이번 위기를 계기로 사업부문별 재무구조 개선과 유동성 확보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특히 그룹의 중장기 전략에 부합하지 않는 사업을 정리하며 바이오와 인공지능(AI) 등 신사업 투자를 지속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롯데렌탈(089860) 매각으로 확보한 1조6000억원을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의 차입금 상환에 활용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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