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선임기자] SK가스가 석유공사와 합작한 LNG터미널 사업이 수개월 지연됐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윤석열정부의 원전 부활 정책 아래 전력사업수급기본계획상 원전 외 모든 발전원 비중이 축소된 탓이 한몫하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 사업은 ‘대왕고래’프로젝트(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사업)와도 연결되는데, 계엄 사태 후 탄핵정국 속 야당이 대통령의 도박성 탐사라고 비판하며 내년 예산을 삭감한 터라 여러모로 앞날이 어둡습니다.
지난 9일 오전 부산 남외항에 '대왕고래' 프로젝트 시추선 '웨스트 카펠라'호가 입항해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11일 업계에 따르면 SK가스와 석유공사 공동기업인 코리아에너지터미널은 당초 LNG터미널 2기를 올 상반기 내 짓고 상업가동할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6월 막바지로 미뤄졌다가 9월 말까지 지연됐습니다.
결국 이 회사는 LNG터미널에서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 채 기존에 지었던 석유제품 저장탱크만 운영하며 영업적자가 누적됐습니다. 건설 공정률이 연초에 이미 95%를 넘겼기 때문에 시설을 짓는 데 시간이 걸린다기보다 영업환경이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LNG발전 수요는 국내 원전 부활 정책 후 석탄발전소의 LNG발전소 전환을 제한하는 입찰 방식으로 바뀜으로써 성장의 장애가 생겼습니다. 코리아에너지터미널은 2026년까지 LNG터미널 탱크를 추가할 계획으로 시설투자비가 꾸준히 들면서 신규 매출 발생은 지연되는 탓에 올 중순 시설자금과 부채 상환은 모회사들이 부담했습니다. SK가스와 석유공사가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시설자금 238억원과 채무상환자금 777억원을 지원했습니다.
이 가운데 만년 적자인 석유공사는 대왕고래 프로젝트를 주도하는데 계엄 사태, 탄핵 정국 속 야당은 프로젝트 관련 예산을 삭감했습니다. 과거 진행했던 비슷한 성공확률(20% 내외)의 프로젝트가 모두 실패해 매몰비용이 컸기 때문입니다. 예산이 삭감된 석유공사는 자체 자금으로 프로젝트 탐사를 진행할 수밖에 없어 부담입니다. 모회사의 부실은 자회사의 합작사업을 진행하는 데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앞서 LNG터미널 합작사업은 오일허브 정책의 일환이었는데 과거 이 사업에 대한 민간 출자를 독려할 당시에도 SK, GS, HD현대, 에쓰오일 등 정유사들은 소극적이었습니다. 서로 출자를 꺼려하다가 SK가 어영부영 출자하게 된 배경이 있었습니다. 그러다 석유제품 트레이딩을 하겠다던 오일허브 취지와 다르게 LNG발전소 부흥으로 수요 성장이 부각됐던 가스허브로 전환했지만 가스 수요도 예전 같지 않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석유공사가 예산 없이 대왕고래를 진행하다 매몰비용이 클 부담이 있기 때문에 이번에도 민간업체의 출자를 받아 리스크를 나누려 할 수 있다”고 걱정했습니다.
탄핵정국에 원전 부활 정책이 된서리를 맞는 한편, LNG발전 역시 국내 산업의 RE100(신재생에너지100%)를 충족할 수 없다는 점에서 가스 수요 확대에 거는 기대도 업계에선 저조한 형편입니다.
한편, 코리아에너지터미널은 11월 제출한 3분기 보고서에서 LNG터미널이 여전히 건설 중이라 매출이 발생하지 않았음을 공시했습니다. 하지만 SK가스는 "LNG터미널이 9월30일부터 상업운영을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유상증자 건에 대해 "2020년 수립된 시설 건립 자금 조달 계획에 따라 2023년까지 프로젝트파이낸싱, 회사채 발행으로 건립 소요 자금을 충당했으며, 2024년은 주주사가 잔여비용을 지급(EBL)하는 계획에 따른 결과"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대왕고래 프로젝트 관련 "대규모 에너지개발사업은 1개사 단독으로 진행하는 경우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전세계적으로도 민간사와 공동개발하는 방식이 통상적"이라며 "LNG터미널에서 발전수요만 취급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합작사의 성장과는 관계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재영 선임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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