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내란부역 위헌 정당' 논란에 휩싸인 국민의힘이 최대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질서 있는 조기 퇴진'을 앞세워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막고 있지만, 구체적인 해법은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 국민의힘의 윤 대통령 퇴진 논의가 '시간끌기'로 비치면서 상황은 더 악화됐는데요. '내란에 동조하는 위헌정당'이란 꼬리표만 짙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여기에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공동 국정운영 구상을 밝힌 한동훈 대표 역시 윤 대통령의 내란에 동조한 부역자란 비판을 받으면서 벼랑 끝에 내몰렸는데요. 국민의힘이 여론의 거센 역풍에 직면한 분위기입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퇴진 시기에 달린 '한동훈의 운명'
국민의힘은 9일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를 연이어 열었지만, 질서 있는 퇴진론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당장 오는 14일로 예정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 대한 대응책도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최고위에선 정국 안정과 국정 지원, 법령 검토 등 3개 분야로 나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기로 했는데요. 정국 안정화 TF 단장에 3선의 이양수 의원을 내정했습니다. TF에서는 비상계엄 사태 이후 국정 안정화와 윤 대통령의 질서 있는 퇴진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신임 원내대표 선출 작업에도 돌입했습니다. 10일부터 후보 접수를 시작하고, 12일 신임 원내대표를 선출하기로 했습니다. 신임 원내대표는 14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윤 대통령 탄핵안에 대한 당의 중지를 모으는 역할을 맡게 됩니다.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구체적인 퇴진 로드맵이 결정되진 않았지만, 윤 대통령의 임기에 대한 결정을 빨리 국민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또 윤 대통령 주도로 대통령의 임기가 결정되는 것보다는 국민의힘 주도로 대통령의 임기가 결정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14일 예정된 탄핵안 표결과 관련해선 이전과 다르게 다수의 의원들이 일단 표결에 참여해야 한다는 의사를 드러냈다고 합니다.
앞서 한동훈 대표는 '윤 대통령 직무 배제'와 '당정 공동 국정운영' 방안을 대통령 탄핵을 대신할 해법으로 내놨습니다. 하지만 탄핵을 통해 윤 대통령의 직무를 정지하지 않은 상황에서 한덕수 총리와 한 대표의 공동 국정운영은 헌법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는데요. 법조계에선 대통령이 스스로 사임하거나 탄핵이 이뤄지지 않는 한 대통령의 직무를 배제한다는 것은 위헌이란 평가가 우세합니다. 당장 윤 대통령의 군 통수권, 인사권, 법안 재의요구권(거부권) 등이 행사될 때마다 '말만 대통령 직무 배제'란 비판에 휩싸일 것으로 보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회 본회의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뉴시스 사진)
윤석열 향하는 '계엄 수사'…지지율 11%로 '폭락'
특히 최근 검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의 내란 혐의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검찰이 윤 대통령을 내란 혐의 피의자로 입건해 수사 중이고, 법무부는 이날 윤 대통령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린 상황인데요. 현직 대통령이 출국금지 조치된 것은 사상 처음입니다.
계엄 사태 수사의 칼날이 점차 윤 대통령을 향해 가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의힘이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채 그저 퇴진 시기만 기다리고 있는 것은 오히려 윤 대통령의 재임 기간만 늘려줄 뿐이란 지적인데요. 이를 주도하고 있는 한 대표가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방어에 나서며 해결사를 자처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다만 윤 대통령이 대통령의 권한을 적극 행사하며 '직무 배제' '2선 후퇴'라는 기존의 방안과 어긋나는 행보를 보인다면, 한 대표가 오히려 수세에 몰릴 것이란 관측도 제기됩니다.
결국 지난 7일 탄핵안 폐기 이후 윤 대통령에 대한 확실한 퇴진 로드맵을 정하지 못하면서 국민의힘 내부 혼란만 더욱 커지는 양상인데요. 국민의힘이 별다른 출구를 찾지 못한 상황에서 비상계엄 사태 후 민심도 정부여당에 등을 돌리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이날 공표된 <국민일보·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12월6~7일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 포인트·100% 무선 전화인터뷰)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11%로 취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같은 날 <에너지경제·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12월5일~6일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무선 97%·유선 3% ARS 방식)에선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17.3%로, 처음으로 지지율 20% 선이 무너졌습니다. 특히 정당 지지도에서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지난주와 비교해 6.1%포인트 하락하며 26.2%로 조사됐습니다. 비상계엄 사태로 인해 윤 대통령에 분노한 탄핵 민심이 국민의힘으로 옮겨붙는 것으로 풀이됩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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