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예술과 게임)②강유정 "게임은 대중문화예술의 중심"
강유정 민주당 의원 인터뷰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에 '게임' 없어
"게임의 예술성·대중성 반영 못해"
"게임 개발자도 동등한 창작자 지위 가져야"
'게임이용장애'·'중국 e스포츠 표준화' 적극 대응
2024-12-03 06:00:10 2024-12-03 06:00:10
[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요즘 강유정 민주당 의원은 게임 캐릭터처럼 머리 위에 물음표를 달고 다닙니다. '게임이 언제까지 대중문화예술이 아닌 산업에만 머물러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이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지난해부터 문화예술진흥법상 '문화예술'에 게임이 포함됐음에도 그의 물음표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또 다른 현행법이 게임을 '대중문화'로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강 의원은 "게임은 이제 우리 국민의 대표적인 여가 콘텐츠로 자리 잡았고, 문화예술진흥법상 문화예술의 한 분야로도 인정받았다"며 "실제로는 그에 걸맞은 법제도적 뒷받침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 게임이 가진 가치에 비해 적절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강유정 민주당 의원은 "게임은 단순한 오락을 넘어 하나의 예술 장르이자 대중문화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음에도 법이 이런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강유정 의원실)
 
"문체부, 시대착오적 게임 해석"
 
국회 게임정책포럼 회원인 강 의원은, 평소 '리그오브레전드' 경기를 시청하며 e스포츠와 '대중문화로서의 게임' 발전을 고민해왔는데요. 최근 열린 '대한민국 게임대상'과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을 보며 관련 법 개정의 필요성을 절감했습니다.
 
강 의원은 대중문화예술산업법에 게임을 포함시키는 개정안 마련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강 의원은 "현재 문체부는 게임이 대중문화예술산업법의 규율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이는 시대착오적인 해석"이라며 "이미 문화예술진흥법에서 게임을 문화예술로 인정했고, 한국갤럽 조사에서도 게임이 국민들이 가장 즐기는 취미 1위로 나타났다"고 말했습니다.
 
강 의원이 정부의 태도를 '시대착오'로 보는 이유는 정부 주최 시상식에 반영된 게임에 대한 인식 때문입니다.
 
현행 대한민국 게임대상의 목적은 게임산업 육성에 초점을 둔 반면, 대중문화예술상은 대중문화예술인의 사회적 위상을 높이는 데 있습니다. 게임대상은 수상자 대부분이 법인이고, 대중문화예술상은 개인이 받습니다. 특히 문체부는 2010년 첫 대중문화예술상 시상식 때 유명인뿐 아니라 "그간 주목받지 못했지만 한국 대중문화예술에 기여한 사람들이 인정받을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습니다.
 
게임인은 '대한민국 콘텐츠대상'에서도 수상하지만, 이 상의 목적은 '업계 종사자의 자긍심 고취'인 데다, 지난해 대통령 표창의 주된 근거도 게임의 해외 매출이었습니다.
 
강 의원은 "특히 현행 대중문화예술산업법이 규정하는 '대중문화예술제작물'의 범위가 방송영상물, 영화, 공연물 등으로 한정돼 있는 것은 2014년 법 제정 당시의 산업 환경을 반영한 것일 뿐"이라며 "10년이 지난 지금, 게임은 단순한 오락을 넘어 하나의 예술 장르이자 대중문화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음에도 법이 이런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강유정 의원은 "게임 개발자, 디렉터, 기획자들도 영화감독이나 드라마 작가처럼 창작자로서 존중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강유정 의원실)
 
제도·문화 개선해야
 
그렇다면 게임이 대중문화예술로 안착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일까요. 강 의원은 세 가지를 들었습니다.
 
첫째는 제도적 인정입니다. 강 의원은 "현재 게임은 문화예술진흥법상 문화예술로는 인정받고 있지만, 대중문화예술산업법에서는 제외돼 있다"며 "이는 게임이 가진 예술성과 대중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둘째로 창작자에 대한 인정이 필요합니다. 강 의원은 "현재 '대한민국 게임대상'은 작품 중심 시상식이고, '대한민국 콘텐츠대상'은 산업적 성과 중심"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게임 개발자들은 대중문화예술인으로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며 "게임 개발자, 디렉터, 기획자들도 영화감독이나 드라마 작가처럼 창작자로서 존중받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세 번째 방법은 사회적 인식 변화인데요. 강 의원은 "게임을 단순히 산업의 관점이나 규제의 대상으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하나의 문화예술 장르로 인정하는 인식이 필요하다"며 "더불어 게이머 대상으로는 그들을 단순히 '지도의 대상'으로만 바라볼 게 아니라, 다른 이들과 동등한 문화 향유층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강유정 의원은 2025년 게임 관련 의정 최우선 순위로 'WHO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의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9) 등재 문제 적극 대응'을 들었다. (사진=강유정 의원실)
 
"실질적 문제 해결에 최선"
 
이 같은 조건을 만들기 위한 국회의 역할은 역시 법률 개정입니다. 강 의원은 "우선 대중문화예술산업법 개정을 통해 게임을 포함시켜야 한다"며 "특히 현행법 제2조의 '대중문화예술제작물'의 정의에 게임을 명시적으로 포함시켜야 한다"고 했습니다.
 
강 의원은 게임 크리에이터를 대중문화예술인으로 인정하는 법적 근거 마련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강 의원은 "현재 대중문화예술산업법은 연예인·가수·연기자 등을 중심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게임 개발자와 디렉터 등도 창작자로서 동등한 지위를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현재 게임인들은 세계보건기구(WHO) '게임이용장애' 국내 도입 논쟁을 걱정스런 눈으로 지켜보고 있습니다. 게임에 대한 편견이 강화돼 게임 개발·이용에 대한 낙인이 찍힐 거라는 두려움 때문입니다.
 
이에 강 의원은 2025년 게임 관련 의정 최우선 순위로 'WHO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의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9) 등재 문제 적극 대응'을 세웠습니다.
 
강 의원은 "단순히 게임 산업의 문제를 넘어 수많은 국민의 여가 문화를 '질병'으로 낙인찍을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이를 위해 제가 발의한 통계법 개정이 하루 속히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기재위 의원실들과 공조해 추진하는 한편, 보건복지부와 의학계를 대상으로 설득 작업도 병행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어 "게임 과몰입 문제는 질병이 아닌 사회문화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며, 이에 대한 과학적 근거와 대안을 제시하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습니다.
 
강 의원은 "게임 산업이 건전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국회에서 많은 관심을 가지고 의정활동에 임하겠다"고 약속했다. (사진=강유정 의원실)
 
e스포츠 분야에선 중국의 국제 표준화에 대응하는 데 집중할 계획입니다. 강 의원은 "e스포츠 종주국으로서 우리나라의 위상이 흔들릴 수 있는 중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중국이 e스포츠 경기장 설립부터 선수 육성, 대회 운영에 이르기까지 포괄적인 표준화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우리도 국제 표준을 선도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를 위해 강 의원은 국내 e스포츠 표준화 체계 구축을 위한 법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또 정부와 업계가 협력해 국제 e스포츠 생태계에서 한국의 영향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입니다.
 
강 의원은 "이런 현안들은 단순히 게임 산업의 문제를 넘어 우리나라의 문화적 주권과 산업 경쟁력이 걸린 사안"이라며 "야당 의원으로서 정부의 미온적 대응을 견제하면서, 실질적인 해결 방안을 만들어내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또 "규제와 진흥의 균형 잡힌 정책을 통해 게임 산업이 건전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국회에서 많은 관심을 가지고 의정활동에 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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