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상생'의 진정한 의미
2024-12-02 06:00:01 2024-12-02 06:00:01
배달앱 수수료를 둘러싼 잡음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배달 플랫폼 입점 소상공인들의 수수료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배달앱 상생협의체가 구성되고 100일이 넘는 기간 동안 12차례 회의를 통해 극적 상생안을 마련했지만, 여전히 논란만 불거지고 있는 것인데요. 급기야 배달앱 주문 가격을 매장 가격보다 비싸게 받는 이중가격제도입도 현실화하는 상황입니다.
 
상생협의체 공익위원들은 애초 상생이라는 취지로 수수료를 둘러싼 플랫폼과 입점단체 간의 간극을 줄이려고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는데요. 그 결과 기존 9.8%였던 수수료를 매출액 기준으로 구간을 나눠 2~7.8%로 부과하는 차등 수수료 방안(배달비도 1900~3400원으로 차등 적용)의 상생안이 나왔습니다. 상위 매출액 사업자는 혜택이 미미할지라도, 영세 사업자들에게 최대한 부담을 덜 지우자는 취지입니다. 상생협의체에 참여한 입점단체 중 소상공인연합회와 전국상인연합회는 상생안을 수용했는데요. 이에 반해 한국외식산업협회와 전국가맹점주협의회는 수수료 5% 상한을 고수하며 상생안 합의에 반발했습니다.
 
공익위원들은 이들 일부 입점 단체가 고수한 수수료 5% 상한을 플랫폼 업체 상황상 반영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는데요. 그 결과 상생안은 플랫폼, 입점단체, 공익위원 총 12명의 인원 중 이들 단체만 반대한 10인의 찬성으로 결론 내려졌습니다. 일부 입점 단체의 몽니로 대승적 합의에 이르지 못한 셈이 된 것입니다.
 
상생안에 반대한 두 곳은 상대적으로 매출 규모가 큰 프랜차이즈가 많이 속해 있는데요. 특히 한국외식산업협회의 경우는 윤홍근 제네시스BBQ 회장이 상임회장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대형 치킨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중심으로 하는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내년 초부터 이중가격제도입을 추진 중인데요. 상생안의 효과로 추가 부담이 발생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인데, 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배달앱 수수료 합의 반발에 이어지는 무력시위로 볼 여지도 충분합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물가 상승으로 신음하는 애꿎은 소비자에게 피해로 적용될 공산이 큰데요. 애초 취지였던 상생의 정신에 반하는 것으로 자신들의 이익만 고수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이중가격제 도입이 프랜차이즈 본사의 수익률 향상을 위한 목적이 아니냐는 의심도 나옵니다. 그간 프랜차이즈협회에 소속된 주요 치킨업체들은 치킨 가격을 인상하며 그 원인으로 배달비를 주범으로 지목해 왔는데요. 치킨값 3만원 시대를 눈앞에 둔 배경입니다. 배달 플랫폼은 3년간 수수료 인상이 없었다며 억울함을 항변해왔는데요. 이런 상황 속 주요 치킨 프랜차이즈들은 막대한 이익을 챙겨갔습니다. bhc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22%(1203억원)에 달했고, 제너시스BBQ14%(653억원)의 마진을 거뒀습니다.
 
물론 배달 플랫폼들도 지난해 큰 영업이익을 거두는 등 호실적을 기록했습니다. 그럼에도 1위 업체 배달의민족이 전격 수수료 인상 방안을 발표하며 사태를 악화시킨 것은 비판의 소지가 충분한데요. 이어진 12차례의 상생협의체 회의 속 상생을 위해 진전된 안을 가져온 배달 플랫폼과 양보 없이 기존 입장만을 고수한 일부 입점 단체의 사뭇 다른 행보는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고 보여집니다.
 
상생은 둘 이상이 서로 북돋우며 다 같이 잘 살아간다는 뜻입니다. 영세한 소상공인을 배려하고 같이 성장하자는 것이 이번 상생협의체의 진정한 의미였는데요. 일부 단체가 기업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 속 상생은 얼룩이 져버렸습니다. 이는 결국 소비자에 피해로 전가될 가능성이 높은데요.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기업은 결국 외면받고 도태된다는 진리를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배덕훈 테크지식산업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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