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준공 말고 손배·지체상금…건설사 리스크 줄인다
부동산 경기 침체·과도한 우발 채무 부담
2024-11-12 16:32:51 2024-11-12 16:32:51
[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미분양 증가로 ‘책임준공’ 리스크가 커지면서 운전자본부담이 확대되자 건설사들이 책임준공을 줄이고 있습니다.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책임준공 미이행 시 채무인수 약정 대신 지체상금을 지급하거나 손해배상을 하는 방식도 나타나고 있는데요.
 
1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DL이앤씨는 최근 천안 성성호수공원 공동주택 신축사업에 책임준공 확약없이 책임준공 미이행 시 보상금을 지급하겠다는 지체상금 조건으로 시공사 참여를 결정했습니다. 책임준공 기한까지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을 경우 시행사의 채무를 대신 인수하는 채무인수 확약이 일반적인 계약인데, 지체상금 방식을 통해 시공사 부담을 줄이게 된 것이지요. 
 
현대건설도 서울 가산 LG전자 연구소 부지를 지식산업센터로 개발하는 사업에서 책임준공 약정 대신 건설공제조합의 책임준공보증을 발급받았는데요. 시공사인 현대건설은 신용보강에는 나섰지만, 건공의 보증상품을 활용해 책임준공에 따른 벌칙 조항을 채무인수 대신 손해배상으로 대체하며 리스크에 대한 부담은 경감됐습니다. 
 
앞서 GS건설은 부산지사글로벌인반산업단지조성 사업에서 책임준공 기한을 지키지 못해 1312억원의 PF 채무를 인수한 바 있습니다.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로 시장의 불확실성이 심화한 데다 과거 제공한 책준에 따른 과도한 우발채무로 시공사가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채무인수 조건을 빼려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서울 시내 한 아파트 공사 현장. (사진=뉴시스)

책준으로 사업 참여 힘들어…약정 내용 변화 사례 나와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건설 경기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리스크를 줄이는 방안으로 이런 방법들을 고안하고 있다"면서 "협상력이 있고 신용도가 우수한 대형 시공사들을 중심으로 약정의 세부 내용이 변화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김현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공사비 선투입 부담이 상존하는 가운데 분양시장 불확실성으로 미분양이 증가하는 상황에서는 책임준공 약정에 기반한 공기 준수 의무가 운전자본부담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최근 건설업계에서는 대형 시공사들을 중심으로 책임준공 미이행 시 채무인수 약정 대신 손해배상이나 지체상금 등의 의무로 내용이 변경되는 움직임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한기평 신용등급을 보유한 18개 건설사의 PF보증 규모는 79조1000억원 수준입니다. 최근 미분양이 크게 늘면서 건설사들은 사업비 회수가 어려워지며 시공사에서 PF 채무인수 확약을 주저하는 분위기가 강해졌습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부동산 사업 자체가 높은 공사비와 시황 등으로 쉽지 않은 상황에서 책임준공 요구 등에 따라 사업 참여가 어려워지는 구조로 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우방건설은 책임준공확약 채무인수가 부당하다며 대주단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기도 했는데요. 재판부는 책임준공 기한 연장의 '불가항력' 의미는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PF 사업에서 시공사의 책임을 강조한 것으로 향후 유사한 사례에서 중요 선례가 될 전망입니다.   
 
부동산 신탁사도 책임준공형 PF 사업이 부실 위험에 처하며 고전하고 있습니다. 부동산 경기침체로 책임준공 기한을 넘기는 사업장이 증가하면서 대주단이 신탁사에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도 이어지고 있고요.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부동산신탁사 14곳은 2467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4분기 이후 3분기 연속 적자가 계속되고 있죠. 최근 들어서는 책준 토지신탁 수주를 거의 하지 않으면서 신규 프로젝트는 자취를 감추고 있습니다. 
 
한 대형 신탁사 관계자는 "신탁사가 시공사와 함께 책임준공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면 향후에는 오롯이 이 리스크를 시공사에서 떠안아야 한다"면서 "문제는 책준 확약 조항이 없는 경우 중소·중견 건설사들은 수주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리스크를 고려해 손해를 줄이는 지점을 찾는 것이 시공사의 큰 숙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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