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년9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하면서 두 달 연속 1%대 흐름을 이어갔습니다. 가중치가 큰 석유류 가격 하락이 전체 물가를 끌어내렸습니다. 다만 김장철을 앞두고 배추·무 등 채소류 가격은 2년 만에 가장 많이 올라 체감 물가는 가중시켰습니다. 낮아진 물가 상승률을 소비자가 체감 못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뚝' 떨어진 석유류 가격에 물가 둔화
통계청이 5일 발표한 '10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지수는 114.69(2020년=100)로 전년 동월 대비 1.3% 상승하는 데에 그쳤습니다. 2021년 1월(0.9%) 이후 3년9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입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4월(2.9%) 3% 아래로 내려온 뒤 5개월 연속 2%대를 기록하며 안정세를 보였습니다. 이후 9월에는 농축산물과 석유류 물가 안정세로 1.6%를 기록하며 1%대로 둔화했습니다.
10월 물가가 둔화 흐름을 보인 것은 석유류 가격 하락 영향이 큽니다. 석유류는 1년 전보다 10.9%나 떨어지면서 물가 상승률을 0.46%포인트 낮추는 데 기여했는데요. 석유류 하락폭은 15개월 만에 가장 컸습니다. 석유류 가격이 떨어지면서 공업제품 가격 역시 1년 전보다 0.3% 하락, 2021년 2월(-0.8%) 이후 44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습니다.
기재부에 따르면 실제 지난달 국제유가(두바이유 기준)는 1배럴당 74.9달러선을 유지했습니다. 지난해 10월 국제유가(1배럴당 89.8달러) 대비 16.6%가량 낮은 수준인데요. 국제유가가 안정되면서 국내 휘발유 가격(1리터 기준)도 지난달 1591원으로 1년 전보다 10.4% 내렸고, 경유 가격(1리터 기준)도 1421원으로 15.9%나 떨어졌습니다.
황경임 기재부 물가정책과장은 "중동 불안 때문에 석유류 물가를 걱정했는데, 상승폭은 제한적이었다"면서 "지난해 10월 석유 가격이 높았던 게 기저효과로 작용하며 소비자물가 상승률 둔화를 이끌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쑥' 오른 채소류 가격에 체감 물가 가중
하지만 김장철을 앞두고 채소류 가격이 높은 상승세를 보이면서 체감 물가 부담을 가중시켰습니다. 실제 지난달 채소류는 전년 동월 대비 15.6% 오르면서 2022년 10월(22.1%)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김장 채소인 배추와 무는 각각 51.5%, 52.1% 올랐고 상추도 49.3% 상승했습니다.
황 과장은 "채소류의 경우 지난달까지 폭염이 지속돼 생육이 저조한 측면이 있어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도 "10월 말부터 가을배추 출하량이 늘어나서 가격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며 "내달 배추 가격은 평년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지난달 서비스 물가는 2.1% 상승했습니다. 외식을 비롯한 개인 서비스 물가도 2.9% 올랐습니다. 다만 밥상 물가에 직결되는 신선식품 지수는 1.6% 상승률을 기록하며 1%대로 내려앉았다. 생활물가 지수 상승률도 1.2%를 기록해 둔화 흐름을 이어갔습니다.
정부는 연말까지 특별한 외부 충격이 없다면 물가상승률이 2% 이내 안정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김범석 기재부 1차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열고 "11월 물가는 석유류 가격 하락세 둔화 등 상방압력이 있겠지만 특별한 외부 충격이 없다면 2% 이내 물가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은행 역시 물가 안정 기반이 견고해지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물가상황점검회의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대 초중반, 근원물가 상승률이 1%대 후반으로 둔화했는데, 이는 물가 안정의 기반이 견고해지는 과정"이라며 "향후 근원물가가 2% 부근에서 안정된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소비자물가는 연말로 갈수록 2%에 근접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5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가 배추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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