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김장철을 앞두고 고공행진 중인 배추 가격에 올해 김장을 포기하는 이른바 '김포족'이 증가할 전망입니다. 정부가 배추 공급 확대와 가격 할인 지원책을 펼치고 가을배추가 출하되면 가격이 안정세를 찾을 것이라고 거듭 당부하고 있지만, 배추 소매 가격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면서 김장 비용 상승이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 29일 방송매체에 출연해 "9월 중순 (배추) 도매 가격이 9500원까지 가서 국민들이 걱정을 많이 했다"며 "10월 중순부터 서서히 내려가기 시작해 최근 도매 가격이 3000원대에서 왔다갔다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배추는 매일 시세가 달라지고, 판매처가 어디냐에 따라서도 가격 차이가 있다. 조만간 소매 가격도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며 "김장을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송 장관은 지난 27일 충남 아산시 배방읍의 한 배추밭을 찾아 배추 작황을 점검하고 수확을 돕기도 했죠. 한 총리는 농식품부와 농촌진흥청, 지자체 관계자들에게 "배추 가격이 안정을 찾을 때까지 마음을 놓지 말고 출하 전까지 생육 지도와 관리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하는 동시에 "정부도 최대한 지원해 김장 채소 수급에 차질이 없게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지난주에는 여당이 정부와 함께 협의회를 열고 공급 확대와 할인책 등을 골자로 한 '김장재료 수급 안정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정부가 가을배추 출하 시기 가격 내림세를 보일 것이라고 재차 강조하며 대책 추진에 분주한 가운데 정작 배추 소매 가격은 제자리로 돌아오지 않고 있는데요.
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김장 재료 할인 행사가 진행 중이다. (사진=김성은 기자)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수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29일 기준 배추 소매 가격은 포기당 6627원입니다. 1년 전(5103원) 대비 약 30%, 평년(4912원) 대비 35% 높은 수치입니다. 지난달 배추 1포기 가격이 9581원으로 1만원에 육박했던 때와 비교하면 많이 내렸지만 예년보다 높은 가격에 김장 비용 부담에 대한 우려는 여전합니다.
실제 가격조사기관 한국물가협회는 올해 4인 가족 김장 비용이 지난해보다 19.6% 증가한 41만9130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습니다. 17개 시·도 전통시장에서 김장 재료 15개 품목 가격을 살펴본 결과입니다. 전년 대비 60% 이상 오른 배추와 무 가격이 전체 비용 상승을 견인했습니다. 반면 양념에 들어가는 부재료인 대파, 생강, 고춧가루의 소매 가격은 떨어졌습니다.
이에 김장을 포기하는 '김포족'이 늘어날 것으로 파악됩니다. 농협의 농식품 구독 플랫폼 월간농협맛선이 김장철을 앞두고 500여명의 회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 92.1%가 '김포족 현상에 공감한다'고 답했습니다. '올해 김장을 하지 않겠다'고 한 응답자는 72%로 나타났습니다. 가장 큰 이유로 '번거로움(47.2%)'을 꼽았으며, '김장 재료 가격 상승(30.8%)'도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습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가 가구 소비자 550명에게 김장 의향을 물은 바에 의하면, 김치를 직접 담그는 비중은 지난해 63.3%에서 올해 68.1%로 증가했는데요. 하지만 4인 가구 기준 배추 김장 규모는 19.9포기에서 18.5포기로 줄었습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신석식품 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지는 가운데 올해 배추뿐만 아니라 김장 부재료 가격도 덩달아 올랐다"면서 "김치를 사 먹는 비용이 직접 담그는 비용에 비해 크게 비싸거나 차이가 나지 않다 보니 김장을 꺼리는 소비자들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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