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송정은 기자] 국내 주택 시장이 침체하면서 건설사들이 해외 시장 개척에 힘을 쏟고 있는데요. 수주 텃밭인 중동에서 건설 공사와 신규 수주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증권가에서도 내년 수주 기대치를 하향하고 있습니다.
우선 사우디아라비아의 자금난으로 사우디 정부의 '네옴시티' 사업이 일부 지연되거나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사우디 재무부는 2025년 회계연도에 대한 사전 예산보고서에서 내년 예상 회계 지출은 1조2850억리얄(약 462조원)으로, 2024년 예상 지출(수정) 1조3550억리얄에 비해 5.2% 감소할 것으로 제시했습니다. 2025년 예상수입은 1조 1184억리얄로 2024년 예상 수입(수정) 1조 2370억리얄 대비 4.3% 감소했습니다.
네옴시티 프로젝트는 사우디 북서부 홍해 인근 사막에 건설 중인 미래형 신도시 프로젝트로 '비전 2030' 프로젝트의 핵심 사업입니다. 홍해와 인접한 사막과 산악지대에 서울의 44배 넓이인 2만6500㎢ 규모로 친환경 스마트 도시와 바다 위 첨단산업단지, 산악관광단지 등이 핵심 건설 프로젝트죠. 건설비용은 최대 1조5000억달러(약 2064조원) 이상 소요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정부 차원에서 스마트 시티 협력 방안을 논의했으며, 현재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사우디 네옴시티의 더 라인 기초공사를 진행 중입니다. 주요 외신은 사우디 정부의 자금난으로 네옴 프로젝트 규모가 대폭 축소됐다고 보도했는데요. 이에 따라 국내 건설업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지요.
김승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사우디는 비전 2030을 위해 많은 투자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부족한 부분을 외국인 직접투자(FDI)를 통해 해결하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다"며 "다만 글로벌 인플레이션으로 중동에서도 공사비가 상승한 가운데 지출 예산이 소폭 감소했기에 일부 프로젝트들의 발주는 연기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네옴시티 프로젝트는 처음부터 실현성 측면에서는 여러 의문이 제기되었던 사안"이라며 "최근 중동의 저유가 기조, 사우디아라비아 정부 성장 전망치 하향 조정 등으로 인해 네옴시티의 비현실성이 더 돋보이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7월 네옴시티 서울 전시회에서 관람객들이 전시물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전쟁 확산도 악재…건설사, 장기적 리스크 관리 주력
국내 건설업계에서는 이 같은 상황을 어느정도 예상하고 있었으며, 장기적인 리스크 관리에 주력한다는 입장입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사우디에서는 발전소 등 관련 프로젝트 또한 지속적으로 발주되고 있는 등 계속해서 중점국가로 보고 있다"면서 "다만 사우디뿐만 아니라 동남아, 호주 등 다양한 국가에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가져가고 있으며, 다변화된 포트폴리오를 통해 수주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현대건설 관계자 역시 "네옴 프로젝트 관련한 전반적인 사업 규모는 축소되고 있지만 수주 전략은 변화가 없다"면서 "아람코의 독점적 협력사 지위 확보로 비경쟁 수주 계약과 액화천연가스(LNG) 등 고부가가치 사업 진출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네옴시티 프로젝트 수주 축소와 더불어 국영기업 아람코가 자국 내 정유·석유화학 통합 증설 계획을 재검토하며 우리 기업들의 수주에 먹구름이 드리워졌습니다. 이와 함께 사우디가 중국과 긴밀한 관계를 이어가는 것이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올해가 3개월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건설 수주액은 정부의 목표에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는데요. 중동 지역에서 계속되고 있는 전쟁의 확산 가능성도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김승준 연구원은 "중동 내에서 정유와 화학 프로젝트에 대한 발주를 보수적으로 전망하면서 가스 관련한 것 외에는 기대하기 어려워 내년 수주 기대치를 하향한다"고 밝혔습니다.
홍연·송정은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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