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법원이 고려아연의 자사주 취득을 허용하면서 고려아연측이 MBK파트너스(MBK)-영풍측와 경영권 분쟁에서 일단 숨통이 트이게 됐습니다. 고려아연은 공개 매수 방식으로 자기주식을 취득한다는 계획을 밝히고 경영권 사수를 위해 반격에 나선 상황입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이 자기주식 매입을 위해 보유한 실탄은 약 2조원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고려아연은 추가로 회사채 발행 등의 방식으로 1조원대 자금을 추가로 조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를 통해 고려아연이 7% 가량의 자사주를 매집한다면 이번 경영권 분쟁에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유리한 입장에 높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제기됩니다.
현재 고려아연 지분은 최 회장 측이 33.99%, 장형진 영풍 고문 측이 33.13%로 비슷한 수준입니다. MBK-영풍측은 약 2조2000억원을 투입해 고려아연 지분 7∼14.6%를 공개 매수한 뒤 회사의 경영권을 확보한다는 계획입니다.
다만, 이번 법원의 결정으로 최 회장 측이 7%의 자사주 매입에 성공할 경우 MBK-영풍측이 매수할 수 있는 지분은 그만큼 줄어들게 됩니다. 최 회장의 경영권 방어 가능성이 높아지는 겁니다.
고려아연의 공개매수 가격은 MBK-영풍측이 제시한 1주당 공개 매수가(75만원)보다 높은 80만원 선으로 책정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고려아연이 MBK-영풍이 제시한 공개 매수가보다 높은 가격에 자사주를 사들여 MBK-영풍측의 공개 매수 참여율을 떨어뜨리는 전략을 취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2일 서울 종로구 고려아연 본사. 고려아연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공개매수 방식의 자사주 매입을 의결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연합뉴스)
고려아연은 자사주를 취득한 이후 전량 소각해 소액주주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겠다고 설명합니다. 그동안 MBK-영풍측의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은 배임' 입장에 반박입니다.
앞서 MBK·영풍은 "공개 매수 전에 형성된 주식 가격보다 훨씬 높은 가격으로 인수한 이후 가격이 하락하면 고려아연이 손해를 볼 게 뻔하기 때문에 고려아연이 자기주식을 취득하는 행위는 배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고려아연은 "자기주식 취득은 제3자 배정 신주 발행이나 우호 주주에 대한 자기주식 처분 등과는 달리 다른 주주의 이익을 해하지 않는다"며 "본질적으로 회사의 재산을 주주에게 반환하는 것으로서 '배당'과 다르지 않다"고 해명했습니다.
또 고려아연은 자사주 매입이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대한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도 적법하다고 덧붙였습니다. 고려아연은 "한국은 자사주 취득이 경영권 방어를 위한 거의 유일한 수단"이라며 "이를 통해 단기 차익과 수익률 극대화만을 노리는 영풍과 MBK파트너스 측의 목적 달성이 불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고려아연은 이같이 자사주 취득과 함께 외부 사모펀드와 함께 공개 대항 매수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고려아연은 대항 공개 매수를 위한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놓은 상태입니다. 미국계 사모펀드인 베인캐피털이 1차로 자금을 댈 것으로 전해집니다. 향후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등이 대항 공개매수에 참전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러나 영풍이 낸 추가 가처분 신청이 향후 경영권 분쟁에 또 다른 변수입니다. 영풍은 이날 법원에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절차를 중지해달라는 추가 가처분 신청을 냈습니다. 고려아연이 정상 주가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자기주식을 취득하는 것은 배임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MBK-영풍측은 "고려아연의 자기주식 취득 가능 규모는 586억원에 불과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 고려아연은 "회사의 자기주식 취득 가능 규모는 상법에 따라 산정되는 배당 가능 이익 범위 내에서 가능하다"며 "MBK의 주장은 법인이 승인한 고려아연의 자사주 취득을 고의적으로 방해하기 위해 시세에 영향을 미치고 자본 시장을 교란하는 행위"라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IEA 핵심광물 서밋에서 발언하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사진=연합뉴스)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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