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뒤 폭우…금값 된 배추·상추
추석 직후 집중 호우에 농작물 침수 피해 커져
농림수산품 생산자물가 증가 추이…먹거리 물가 불안 지속
2024-09-26 16:45:10 2024-09-26 17:22:45
 
[뉴스토마토 김충범·이지유 기자] 폭염에 이어 전국에 걸친 폭우로 배추·상추 등 가격 폭등세가 지속되며 농산물 물가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이미 고물가 기조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가을 먹거리 물가 불안정성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중장기적인 수급 안정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26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19일 시작된 집중 호우로 침수된 전국 농작물 재배지 면적은 25일 기준 1만5823㏊(헥타르·1㏊는 1만㎡)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축구장(0.714㏊) 2만여개에 해당하는 큰 규모입니다. 이중 벼 재배지가 1만4082㏊로 대부분을 차지했습니다.
 
또 김장철을 앞두고 배추밭 667㏊가 물에 잠긴 것으로 집계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요. 이는 올해 가을배추 재배 면적 예상치인 1만2870ha의 5.2%에 달합니다.
 
지표 물가 흐름도 좋지 못합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8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19.41(2020년=100)을 기록하며 전월 대비 0.1% 하락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국제 유가 하락에 따라 석탄·석유제품 등 공산품 가격이 안정화한 탓이 컸습니다.
 
오히려 농림수산품 품목은 농산물(7%), 축산물(4.2%) 등 상승 여파로 전월 대비 5.3% 오른 것으로 집계됐는데요. 특히 시금치는 전월 대비 124.4% 폭등했고, 배추 가격도 73%나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생산자물가는 생산자가 시장에 공급하는 상품 및 서비스 등 가격 변동을 표시하는 지수입니다. 통상 1~3개월의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되는 특성을 보이는 점을 감안하면, 적어도 연내 농수산물 가격의 불안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폭염과 폭우가 반복될 경우 농작물 생육환경의 전반적 악화는 불가피합니다. 이는 곧 농산물 수급 불균형으로 이어져 가격 폭등으로 직결될 수밖에 없는데요.
 
배추, 상추 등 주요 채소 가격의 급등세도 뚜렷한 모습입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이달 25일 기준 적상추 소매가격은 100g에 2267원으로 1개월 전(2048원)보다 200원 이상 올랐습니다. 또 같은 기간 배추 가격은 1포기 당 7369원에서 9383원으로 무려 2000원 이상 뛰었습니다.
 
현장 가격은 더 비싸…수급 안정 방안 마련 절실
 
현장 상황은 더 심각합니다. 실제 잠실 새마을 전통시장에서 판매되는 배추 1포기 가격은 최소 8000원에서 1만원 수준이며, 이보다 포기가 큰 배추의 경우 1개당 1만8000원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지표 물가와 체감 물가의 차이가 예상보다 더 큰 셈인데요.
 
서울 송파구 잠실 새마을 전통시장 농산물 상점에서 판매되는 배추 (사진= 이지유 기자)
 
잠실 새마을 전통시장 내 한 상인은 "배추가 워낙 귀해 큰 포기 가격은 1개당 1만8000원에 달한다"며 "배추 가격이 비싸니 손님들도 대량 구매를 꺼려 하는 분위기"라고 전했습니다.
 
이날 시장에서 만난 소비자 A씨는 "배추 가격이 너무 올라 근래 들어서는 배추김치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파김치나 오이김치를 담궈 먹고 있다"며 "수입을 통해서라도 배추 가격이 안정됐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소비자 B씨는 "배추김치가 너무 비싸서 도저히 구매할 엄두긴 나지 않는다"며 "상추 가격도 반근에 5000원을 육박해 장을 보기가 겁날 정도"라고 토로했습니다.
 
이마트 수서점 신선식품 매대에서 판매되는 쌈용맛배추 (사진= 이지유 기자)
 
작황 악화로 물량 자체도 부족한 상황입니다. 이마트 수서점에서는 손질배추 한 통의 가격도 7980원에 판매됐는데요. 아울러 마트에서 포기상추 300g은 3980원, 3480원 적상추의 가격은 200g에 3480원에 팔렸습니다.
 
이마트 수서점의 한 직원은 "아침에 배추가 입고되면 물량이 워낙 부족해 빠른 시간 내 모두 소진된다"며 "아쉬운 대로 손님들이 손질 배추라도 구매하지만, 이마저도 오후 시간대에는 1~2개 정도밖에 재고가 남지 않는 실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신선식품은 정부 입장에서 재고 조정이 용이한 품목은 분명 아니다. 물량 폭을 자유자재로 설정하기가 어렵고, 수출입이 신속하게 이뤄지기도 어려운 맹점이 있다"며 "때문에 신선식품은 폭염, 폭우 등 이상 기후에 따른 수급 요인이 발생할 경우 가격 변동성이 커지기 마련"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우 교수는 "다만 최근 추석 직후 폭우 문제와 같이 가을철 호우는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범주에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단편적인 지원책보다는 수입을 위한 할당관세 제도를 고도화한다거나 농작물 재배 면적에 대해 면밀히 분석하는 등 중장기적 측면의 수급 안정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김충범·이지유 기자 acech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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