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여사님께
2024-09-23 06:00:00 2024-09-23 06:00:00
김건희 여사님, 안녕하세요. 2박 4일간 숨 가쁜 '세일즈 외교'는 잘 마무리하셨나요. K-원전의 상징인 체코 두코바니 원전 건설사업 수주전에 함께하신 여사님 고생 많으셨습니다.
 
여사님이 잠시 한국에 없었던 며칠간, 국내에서는 참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로 폐기됐던 일명 '김건희 특검법'(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주가조작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 지난 19일 다시 한번 국회 문턱을 넘었거든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연루 의혹에서 출발했던 특검법 수사 대상은 불과 몇 개월 사이 디올백 수수 의혹, 임성근 전 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 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의혹 등이 추가돼 총 8개로 늘었지요.
 
당초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로 법안 통과를 저지하려 했지만, 본회의를 거부하는 것으로 방향을 선회했습니다. 여야의 합의 없는 본회의 소집이라는 것이 보이콧의 표면적인 이유였지만, '여사님은 잘못이 없다'는 취지의 주장을 몇 시간이나 늘어놓기엔 부담이 컸다는 의견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에 앞서 같은 날 오전 본지가 추가 보도한 여사님의 공천 개입 의혹이 여당 의원들을 난감하게 했다는 이야기도 함께 들리더군요. 
 
여사님, 최근 불거진 의혹들로 인해 적잖이 곤혹스러울 것으로 짐작됩니다. 그런데요 여사님. 지금 여사님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속은 더 답답하고 화가 납니다. '응급실 뺑뺑이'로 대변되는 의료 대란부터 공공요금 인상, 식료품 가격 상승 등 서민들을 한숨짓게 하는 문제들이 한두 개가 아닙니다. 
 
민족대명절이라는 지난 추석에도 여사님은 '핫'했습니다. 추석 연휴를 전후로 하루가 멀다하고 보도됐던 여사님의 활동사진들 때문이었을까요. 모처럼 만난 일가친척들은 여사님을 성토하기 바빴습니다. 대통령님의 성공을 바라 마지않는 사람들도 여사님의 행보는 부적절하다고 평가했습니다. 다소 과격하고 거친 표현들까지 등장하며 여사님의 잘못을 지적했습니다. 
 
여사님은 분명 대통령이 국정에 몰입할 수 있도록 미력하게나마 곁에서 조력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정반대의 길을 걷고 계십니다. 오죽하면 '대통령이 아니라 '영부남'이다', '대통령의 국정운영 최대 걸림돌은 여사'라는 말이 나오겠습니까. 국민의힘 당원들 사이에서도 여사님의 '자중'을 바라는 의견들이 적지 않다고 하니,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생각은 분명히 드실 겁니다. 
 
그런데 이 와중에 공천 개입 의혹까지 불거졌습니다. '결과적으로 공천이 안 됐으니 개입이 아니다'라고 본질을 호도하더니, 민간인 비선의 개입 의혹에는 모르쇠로만 일관하는 모습이 과연 옳다고 보시나요? 조금만 버텨서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히기를 기다리고 계시나요? 안타깝지만 세상에 숨길 수 있는 진실은 없습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순 없습니다. 
 
김진양 정치팀장 jinyang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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