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불발 CNH, 상폐위기 속 대주주 지분 현금화
의견거절·반대매매 앞두고 지분 매각
미공개정보 이용 의혹도
2024-09-23 06:00:00 2024-09-23 08:04:27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CNH(023460)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무상감자와 주식분할 등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최대주주가 보유 지분 대부분을 현금화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경영권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CNH는 반기보고서 ‘의견거절’과 최대주주의 반대매매 등으로 향후 상장폐지 우려까지 커지고 있습니다. 의견거절로 주가가 급락하면서 CNH의 인수합병(M&A)도 무산됐는데요. 최대주주가 지분 양도 대신 유상증자를 통한 경영권 이전을 계획하면서 지분 대부분을 현금화한 것이 아니냔 지적도 나옵니다. 
 
유증 통한 경영권 이전 빌드업? 
 
(그래픽=뉴스토마토)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CNH는 지난 13일 보통주 20주를 동일한 액면주식 1주로 무상병합하는 95% 무상감자와 함께, 액면가 2500원의 보통주 1주를 액면가 500원의 주식 5주로 분할하는 액면분할을 공시했습니다. 
 
무상감자와 액면분할의 목적은 각각 재무구조개선 및 유통주식수 확대입니다. 감자와 분할이 모두 완료되면 CNH의 발행주식총수는 기존 3720만주에서 930만주로 줄어듭니다. 1주당 액면가 역시 2500원에서 500원으로 낮아지게 됩니다.
 
감자 및 분할 결정은 CNH의 M&A가 무산과 함께 이뤄졌습니다. 같은날 CNH는 최대주주인 그래닛홀딩스와 더스타일리시 외 3인의 주식 양수도 계약이 해제됐다고 공시했으며, 경영권 매각 목적으로 선임한 경영지배인을 해임했다고 공시했습니다. 
 
시장 일각에선 CNH의 감자와 분할 등이 3자배정 유증을 통한 경영권 이전을 염두에 둔 결정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CNH의 지분 양수도 계약 무산과 의견거절 등 악재가 겹치면서 경영권 매각의 방향을 틀었다는 설명입니다. 
 
실제 CNH의 지분 양수도 계약 및 철회 과정을 보면 석연찮은 점들이 많습니다. 앞서 CNH는 지난 8월1일 △더스타일리시 △코리아에프티신성장동력3호조합 △제이에스파트너스 △그로우트리 등과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 양수도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매각 대상주식은 그래닛홀딩스가 보유한 지분(49.12%) 전량입니다. 주당 1203원에 1827만3399주를 220억원에 매각할 계획이었습니다. 더스타일리시 등은 계약금 100억원을 그래닛홀딩스에 넘기면서 지분 일부를 양도받았습니다.
 
그러나 지난 14일부터 그래닛홀딩스가 보유하고 있던 주식들이 반대매매되면서 경영권 매각도 무산됐습니다. 14일은 당초 예정됐던 CNH의 경영권 매각 잔금 지급일이기도 합니다. 경영권 매각이 무산됐지만, 그래닛홀딩스는 주식담보대출을 모두 해소했고, 지분매각 계약금 100억원까지 손에 넣었습니다. 
 
반대매매로 주가가 급락한 상황에서 감자로 발행주식수까지 급격히 줄면서 3자배정을 통한 최대주주 변경은 더욱 수월해졌습니다.
 
미공개정보 이용여부 가려야 
 
그래닛홀딩스가 지난 6월부터 지분매각을 통해 현금화한 금액은 180억원에 달합니다. 앞서 지난 6월 △블루문홀딩스 △지담투자조합 △익스체인지 등과 보유지분 전량(66.98%)을 300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는데요. 지난 7월 계약이 해지됐습니다. 당시 CNH는 “양수인의 계약금 확인 불가 및 경영지배인의 인사권 남용”을 계약해지 이유로 들었습니다. 계약이 해지됐지만 그래닛홀딩스는 계약금 80억원을 받았고 블루문홀딩스 등에 지분 17.86%를 넘겼습니다.
 
M&A가 2차례나 무산되면서 그래닛홀딩스의 지분율은 급격히 줄었습니다. M&A 시도 전 66.98%에 달했던 지분율은 현재 7.20%에 불과합니다. 경영권 매각 계약금에 대한 대가로 각각 17.86%(664만4904주, 80억원), 22.33%(830만6091주, 100억원)을 넘겼으며, 주식담보대출 반대매매로 18.82%(700만주)가 시장에 풀렸습니다.
 
이 때문에 시장 일각에선 CNH가 반기 의견거절에 대한 정보를 미리 접한 그래닛홀딩스가 애초에 지분 현금화 구조를 계획한 것이 아니냔 의혹도 제기됩니다. 
 
실제 그래닛홀딩스는 M&A 무산의 원인이 된 주담대 상환에도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래닛홀딩스가 반대매매된 700만주는 앞서 상상인저축은행 등에 빌린 74억원이 담보로 제공된 것입니다. 그래닛홀딩스는 지난 6월과 8월 지분양수도 계약금으로만 180억원을 받았지만 해당 자금은 반대매매가 이뤄질 때까지 상환되지 않았습니다. 
 
최대주주는 반대매매로 74억원의 채무를 상환하고 지분양수도 계약금으로 180억원을 챙겼지만, CNH의 주가는 급락했습니다. 최대주주 지분 반대매매를 앞둔 지난달 12일부터 4거래일 연속 하한가를 기록했으며, 8월초 2560원에 거래되던 주가는 397원까지 빠지며 한달여 만에 84.49% 급락했습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최대주주는 회사 내부사정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이들”이라면서 “최대주주가 의견거절이나 반대매매 등의 악재를 미리 파악하고 지분을 매도한 사례는 자본시장에서 자주 목격되는 행태이기도 하다”고 밝혔습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거래소에서 이상 거래 적출이되고 심리를 거쳐 금감원에 통보하면 조사가 이뤄진다”면서도 “혐의 여부 등 개별적인 사안은 구체적으로 들여다봐야 알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조사결과 (악재성 미공개정보 이용)혐의 사실이 확인되면 증선위를 거쳐 검찰고발이 된다”고 덧붙습니다.
 
CNH 관계자는 “감자 완료 이후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조달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당장 유증을 통한 경영권 이전 등에 대해선 계획하고 있는 바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최대주주의 미공개정보 이용 등 의혹에 대해선 “아는 바가 없다”고 답변했습니다.
 
(사진=CNH 홈페이지 캡처)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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