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의 실적 한파가 이어지는 가운데 연내 반등은 어렵다는 관측이 많습니다. 배터리업계는 중국의 배터리 LFP(리튬인산철)가 가성비를 무기로 글로벌 시장에서 장악력을 높이고 있고, 배터리 산업의 성장이 둔화되면서 치킨게임도 본격화되는 양상입니다. 이에 국내 배터리 3사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 외에 에너지저장시스템(ESS)용 배터리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내는 등 사업 다각화로 활로를 모색합니다.
2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의 2분기 합산 영업이익은 154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지난해 2분기 7793억원보다 급감한 수치입니다.
구체적으로 LG에너지솔루션은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 1953억원을 기록했는데요. 이는 지난해 같은기간 보다 57.6% 감소한 수치입니다. 삼성SDI의 영업이익은 2802억원을 기록해 동기대비 38% 감소했습니다. SK온은 40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11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올해 전기차, 배터리 시장 성장세가 전년보다 둔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업계의 주요 수익원인 전기차의 경쟁 초점이 가격에 맞춰지면서 업계 수익률 악화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습니다.
저렴한 중국산 공세·배터리 산업 치킨경쟁 '첩첩산중'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부진)에도 중국산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가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공세를 펼치고 있습니다. 중국의 저가형 배터리 LFP가 기술혁신으로 싼 가격에 품질을 높여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시장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1분기 전기차용 배터리 점유율(그래픽=뉴스토마토)
시장조사기관 에너지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 1분기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점유율은 CATL이 29.8%로 1위를 기록했습니다. 이어 LG엔솔이 16.0%로 뒤이었습니다. 3위는 BYD(11.1%), 4위 삼성SDI(9.3%), 5위 SK온(5.0%) 순입니다.
중국 배터리 기업 중에서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는 CATL(1위)과 BYD(3위)의 점유율만 합쳐도 40%에 달하는 수치인데요. 최근 전기차 수요 둔화로 업계가 부진한 실적을 거두는 사이 중국 자동차와 배터리 기업들이 우월한 가격 경쟁력을 내세워 시장 입지를 확대 중입니다.
실제로 중국의 저가 전기차 모델 가격은 1000만원대까지 낮아졌습니다. 중국 BYD는 지난해 보급형 차량 '시걸'을 1400만원에 내놨는데요. 올해 초 가격을 5% 낮춘 1200만원대 후반의 가격으로 조정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저가 모델과 가격 차가 커지면서 주요 자동차 제조사들도 잇따라 전기차 가격 인하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테슬라는 중국 시장에서 모델3와 모델Y 구매자에게 최대 약 640만원 상당의 인센티브를 지급했습니다. 또한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에서도 모델 Y가격을 최대 9% 내린다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이외에도 미국 자동차 기업 포드와 폭스바겐 등도 전기차 가격을 인하했습니다.
경쟁 초점이 가격에 맞춰지면서 배터리 업계의 수익률은 계속 악화될 전망입니다. 김호섭 한국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연구위원은 "(이차전지 산업의) 중장기 성장 방향성은 유효하나 고가 내구재 소비심리 위축과 여전히 높은 전기차 가격, 부족한 충전 인프라로 일시적인 수요 정체 현상인 캐즘 구간에 진입했다"며 "업체의 주요 재무지표는 중단기적으로 과거 대비 약화된 수준에서 유지될 전망이며, 신용도 긍정적 모멘텀이 약화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캐즘 극복 국내 배터리 '3사 3색' 전략
국내 배터리 업계에서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회복세가 예상보다 더뎌지고 있어, 회복세를 기다리기 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생존 전략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전기차 수요 둔화로 인해 생긴 기존 공장의 유휴 라인을 ESS 등 다른 종류의 배터리 생산 공장을 전환해 가동률을 최적화 하고 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애리조나주의 ESS용 LFP 배터리 공장 건설을 최근 중단하고, 미시간주 공장 등 일부 생산라인을 ESS용으로 전환키로 했습니다. 중국이 장악한 글로벌 ESS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고 전기차 수요 위축으로 떨어진 수익성을 방어하겠다는 전략입니다.
삼성SDI는 신시장 발굴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눈여겨 보고 있는 곳은 동남아시아 시장입니다. 삼성 SDI는 2분기에 싱가포르에 판매법인을 세웠습니다. 마이크로 모빌리티 수요가 급속하게 성장하는 동남아 시장을 적극 공략하겠다는 방침입니다.
또한 예정된 투자를 지속하며 북미 진출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삼성SDI는 최근 GM과 미국 내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 설립을 확정했습니다.
확정된 계획은 삼성SDI와 GM은 2027년 양산을 목표로 약 35억달러를 투자해 초기 연산 27GWh(기가와트시) 규모의 공장을 설립합니다. 연산 규모는 향후 36GWh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합작법인에서는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기반 고성능 하이니켈 각형 배터리를 생산해 향후 출시될 GM 전기차에 탑재됩니다.
SK온은 경영 효율화를 통한 수익성 개선에 힘쓰며 중국외 글로벌 시장에서 수요가 늘고 있는 하이브리드용 배터리 공급을 이어나갈 예정입니다.
특히 순수 전기차(BEV)에 밀려났던 하이브리드(HEV, PHEV)는 전기차의 친환경적 요소는 흡수하고 주행거리와 충전 속도 등의 단점들을 극복하며 급성장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710만대 판매되며 전년대비 30% 증가한 시장입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현재 전기차 대중화 전 일시적인 수요 정체가 나타나는 캐즘을 겪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시장이 지속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전기차 배터리 시장도 지속 투자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ESS센터 내 배터리실에서 충·방전 상태를 점검하는 모습.(사진=뉴시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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