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국내 조선사들이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 난항에 빠지자 노동조합들이 공동파업에 들어갑니다. 이들은 이번 파업 이후에도 각 사별 제시안을 내지 않는다면 다음달 4일과 9일 각각 울산과 거제 지역에서 또 다시 파업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27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민주노총 금속노조 조선업종노조연대(조선노연)는 오는 28일 공동 경고파업을 벌이고 사업장별로 조합원 결의대회를 연다고 밝혔습니다. 조선노연은 국내 대형 조선사인 △HD현대중공업·HD현대미포·HD현대삼호 △삼성중공업 △한화오션을 포함해 케이조선과 HJ중공업 등 중형 조선사 노동자들이 속해 있는 노조입니다.
앞서 조선노연은 지난달 13일 대표자 회의를 갖고 이달 28일까지 사측에서 조선소 노동자들이 수용할 수 있는 제시안이 제출되지 않는다면 1차 경고 파업을 진행하기로 발표한 바 있습니다.
국내 주요 조선업체 노사가 여름휴가를 각각 마친 뒤 9일부터 임단협 타결을 위해 협상을 계속했지만, 원만하게 진행되지 않은 모습입니다. 조선노연 관계자는 "사측은 조선소 노동자들이 수용할 수 있는 제시안을 제출하지 않았다"며 "이같은 사측의 행태에 조선노연은 분노를 금할 길이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각 사별 파업을 전개하는 시간은 △현대중공업 3시간(오후 2시~5시) △현대삼호 3시간 30분(오후 1시30분~5시) △한화오션 4시간 △케이조선 5시간(오전 11시~ 오후 5시) 등 입니다. 삼성중공업과 현대미포 노조의 경우 파업을 진행하지 않을 예정입니다. 삼성중공업은 천막농성을 통해 현장 투쟁을 진행할 방침이며, 현대미포는 오는 30일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신청 결과에 따라 쟁의행위 계획을 세울 전망입니다.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모습. (사진=HD현대중공업)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달 22일부터 24일까지 쟁의행위 찬반 투표(찬성률 65.1%)를 통해 합법적인 파업권을 확보했습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현재 기본급 15만9800원 인상과 성과금 산출기준 변경, 정년 연장 등 내용을 담은 임단협 요구안을 회사에 전달했으나, 사측은 아직 제시안을 내지 않은 모습입니다. 삼성중공업도 지난달 22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거친 결과 97.1% 파업 찬성으로 나타났습니다.
한화오션 노조 역시 지난달 15일 조합원 임시총회에서 86% 찬성으로 쟁의행위를 가결시켰습니다. 특히 한화오션 노조는 파업권 획득과 동시에 7시간 총파업을 진행을 하면서 이번 파업이 두 번째입니다. 한화오션 노사는 RSU(양도제한조건부 주식) 지급 문제를 두고 갈등을 벌이고 있는 상태입니다.
대형 조선3사 중 이번 파업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곳은 대형 조선소인 HD한국조선해양 계열사들과 한화오션이 될 것으로 관측됩니다. 이들은 현재 3년치 이상의 일감을 쌓아놓아 선박을 적기에 건조하기 위해 계획을 세운 조업 체제에 차질이 있을 예정입니다.
각 사 별 수주잔고는 한국조선해양이 743만8600만달러, 한화오션은 318억달러로 생산할 물량이 대기 중입니다. 쌓인 물량 대비 인력난이 있는 상황에서 이번 파업 리스크까지 발생해 생산관리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입니다. 만약 선주사와 맺은 계약 내용과 달리 납기일이 지연될 경우 조선사에 신뢰도가 하락할 수 있고, 지체보상금까지 지불해야 합니다.
업계 관계자는 "장기간 불황을 버티고 오랜만에 온 조선 업황 회복 기회를 살리기 위해 생산성 향상에 노사가 힘을 합쳐야 하는 순간 파업이 결정돼 유감"이라며 "파업이 끝난 뒤 성실히 교섭을 이어 추석 전까지 타협점을 찾는데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조선노연은 "추석 전까지 교섭에 진전이 없을 경우 내달 4일 대표자 회의를 통해 추석 이후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투쟁을 전개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할 것"이라며 "이 모든 책임은 사측에 있음을 다시 한번 강력하게 말한다"고 경고했습니다.
HD현대중공업 노조가 지난해 8월 교섭 난항으로 부분 파업을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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