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정부가 티몬·위메프 사태로 피해를 입은 판매자들에 대한 지원책을 내놨지만 반쪽짜리라는 평이 나옵니다. 특히 코로나19·한한령에 이어 엎친 데 덮친 여행사들은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한다며 하소연했습니다.
정부는 지난 29일 김범석 기획재정부 1차관 주재로 '위메프·티몬의 판매대금 미정산 문제 관련 관계부처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티몬·위메프 입점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금융지원을 한다고 밝혔습니다. 긴급경영안정자금 공급 등 최소 5600억원 규모의 유동성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2000억원 규모의 긴급경영안정자금을 지원하고 정산 지연액 또는 긴급경영안정자금 대출한도 내에서 저금리로 유동성을 공급하게 됩니다. 대출 한도는 중진공 10억원, 소진공은 1억5000만원입니다. 대출 금리는 올해 3분기 변동금리 기준 소진공 연 3.51%, 중진공 연 3.4%입니다.
주요 여행사, 정부 지원 대상서 제외
지난 29일 서울 강남구 티몬 본사 건물.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주요 여행사들은 정부 지원 대상에서 빠집니다. 소형 여행사보다 매출 규모가 크기 때문입니다. 주요 여행사의 경우 티몬·위메프 매출 비중이 전체의 3%~5% 수준으로 파악됩니다. 그렇더라도 매출 규모가 크기 때문에 피해액도 크다는 게 업체들 입장입니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지금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실효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저리 대출 형태인데 현금이 부족한 중소형 업체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주요 여행사는 지원 대상에서 빠진다"고 토로했습니다.
여행사들은 티몬과 위메프가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밀린 대금을 받기가 더 어려워질까봐 우려하고 있습니다. 또 여행사들은 취소 고객들에 한해 재결제를 안내하고 있지만 재결제율이 생각보다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여름휴가 특수를 기대했던 여행사들에게 이번 사태가 치명적인 이유입니다. 한창 프로모션을 진행해야 할 여행사들은 티몬·위메프 관련 업무를 처리하느라 제대로 홍보도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코로나19·한한령 상흔 여전
피해는 누적돼 왔습니다. 전 세계가 셧다운됐던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여행사들은 냉가슴을 앓아야 했습니다. 패키지 상품이 여행사의 주요 수입원인데 사실상 패키지 상품 판매가 불가능했기 때문입니다. 아직도 여행사들의 회복률은 코로나19 이전 대비 70~80% 수준입니다.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기 전에 대목을 앞두고 이런 사태가 벌어진 것이 뼈아픕니다.
여행사의 주요 고객인 중국인 수요도 아직 회복되지 못했습니다. 한한령이 여전하기 때문입니다. 현 정부들어 미중 갈등 사이에서 미국에 편들고 중국과는 벌어지는 양상도 보입니다. 이에 중국도 굳게 닫힌 문을 열지 않고 있습니다. 중국인들의 발길이 끊겼다가 지난해 단체 여행이 재개됐지만 아직도 예년 규모에 비해 부족합니다. 올해 초만해도 전체 패키지 여행에서 중국인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한 자릿수에 불과했습니다. A여행사의 경우 올 초 패키지 여행 전체 지역에서 중국인이 차지한 비중은 3~4% 수준에 그쳤습니다.
항공사 티메프 사태 관련 취소수수료 면제…소급은 없어
3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위메프 본사에 피해자들의 항의문이 부착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나마 희소식은 항공사들이 여행사들의 피해를 고려해 고통을 분담하기로 한 것입니다. 일각에선 정부의 압박이 작용했을 것으로 추정하기도 합니다. 어쨌든 대형 항공사부터 시작해서 대다수 저비용항공사까지 티몬·위메프 사태로 인한 여행사들 거래 취소 건의 경우 취소수수료를 면제해주고 있습니다. 항공사별로 면제 시작 날짜가 다르지만 7월23일~30일부터 출발하는 항공편에 취소수수료를 제외시켜 주기로 했습니다.
이번 사태 발생 직후 여행사들은 항공권 취소수수료에 대한 고심이 컸습니다. 여행사 관계자는 "항공권 얼리버드로 구매한 경우에는 항공료보다 취소수수료가 더 커서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고 전했습니다. 당장 대금 정산도 이뤄지지 않은 데다 여행 거래를 취소해야 하는데 덤으로 항공 취소수수료까지 내야해 피해가 점점 커지는 구조였습니다. 사태가 발생하자 일부 여행사 관계자는 취소수수료 면제나 감면 등이 필요했지만 항공사의 눈치를 살펴야 했습니다.
다만 사태 발생 이후 이미 취소수수료를 지급한 경우 이에 대한 소급적용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항공사가 취소수수료 면제를 결정하고 여행사에 공지한 시기 이후 출발 건에 한해서만 취소수수료 면제가 진행되는 것입니다. 항공사별로 취소수수료 면제 종료 날짜도 달라 이에 대한 계산도 여행사의 몫입니다.
한 중소여행사 관계자는 "티몬을 통해 저렴한 항공권을 많이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저비용항공사의 취소수수료 면제가 중요했는데 한 군데 빼고 면제가 확정돼서 한시름 덜었다"면서 "대신 취소수수료 면제를 받기 위해서는 고객이 티몬 측에 취소 접수를 해야 하고 이를 여행사가 항공사 측에 증빙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이번 사태가 일어난 뒤 10일 동안 모든 취소수수료를 다 물었으나 항공사가 늦게라도 결정을 해줘서 이후 출발 분에 대해서는 취소수수료 면제를 받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소급 적용에 대해서는 말을 꺼내긴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여행사의 경우 외항사의 항공권도 판매했는데 외항사의 경우에는 취소수수료를 고스란히 내야 하는 처지입니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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