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선임기자] 납품대금연동제에 에너지비용 상승분을 반영하자는 법 개정안이 발의됐습니다. 재계는 시행 된 지 1년도 안됐고 현실성도 부족해 확산이 어려운 형편에서 추가적인 규제 강화는 시기상조란 반응입니다.
26일 국회 및 재계에 따르면 전날 더불어민주당 김정호 의원 대표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발의됐습니다. 납품대금연동제에 에너지 및 용수 요금이 납품대금 100분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경우 납품대금에 요금 변동분을 연동하도록 조정하자는 내용입니다.
납품대금연동제는 2022년에 도입됐으며 올해부터 의무화가 이뤄졌습니다. 여기에 나아가 에너지비용을 반영함으로써 수탁기업 부담을 줄여주자는 게 법안 취지입니다. 지난해 의무화를 앞두고 에너지비용에 대한 논의도 국회에서 이뤄졌었는데 이번에 실제 법안까지 발의됐습니다. 지난 4월 총선을 거쳐 거대야당 지위가 공고해진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터라 국회 논의에 탄력이 붙을 전망입니다.
그러나 재계는 부정적 반응을 보입니다. 관련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수위탁관계에서 도급업자를 두텁게 보호하자는 취지엔 공감하지만 전세계 유례 없이 글로벌 상식에 맞지 않고 병폐도 많을 것 같아서 작년 논의 과정에서도 재계 내 입장이 갈렸다”면서 “정치적인 의도도 있었던 것같고 막상 의무화는 됐지만 제대로 시행되는지도 의문인 상태에서 추가 개정은 시기상조”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연동제 자체는 1차, 2차 벤더하고 이미 기업 내 내재화된 제도가 잘 운영되고 있었고, 오히려 중소기업 도급업자와 수급업자 사이에 제도 시행에 따른 문제들이 나타나고 있다”며 “제도가 시행된 이후 발전적으로 가야하는 게 맞지만 아직 시행 1년도 안지났는데 이런 식이면 결국 주문을 아웃소싱, 외국으로 돌리지 않겠냐는 부정적 의견도 정부 안팎에서 제기되는 중”이라고 전했습니다.
실질적으로 제도는 의무화됐지만 도입한 사례는 많지 않습니다. 그게 재계 고심의 방증이고, 시장 생리에 맞지 않다보니 도입도 활발하지 않다는 지적입니다. 주요 대기업 중에선 그나마 현대차가 부분적으로 도입한 것이 확인됩니다. 현대차는 “철판, 귀금속은 회사가 국제가격 기준으로 직접 구매해 업체에 공급하는 사급제를 운영 중”이라며 “알루미늄, 플라스틱 등은 국제가격에 따라 협력사에게 지급해야 할 대금을 조정하는 연동제도로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현대차는 납품대금 연동제 도입 지원 펀드를 운영해 2차, 3차 협력사간 연동제 도입도 지원하고 있습니다.
재계에선 또 한화솔루션이 의무화 이전부터 선행 도입해 오랜 관계를 이어온 협력사들부터 챙겼습니다. 그밖에 발전 공기업과 코레일, KT, 한미약품 등이 도입했고 중견기업 중에서 해성디에스가 모범 사례로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건설업이나 레미콘 등 중소기업 사이에선 위탁기업이 미연동 계약 체결을 강요하는 등 도입을 피하기 위한 편법사례가 알려져 불만도 보입니다. 제도는 의무화됐지만 여러 예외 규정을 두고 있어 회피하는 경우가 다수란 지적입니다. 중소기업기본법이 정한 소기업이 위탁기업일 경우 의무면제됩니다. 수위탁거래 기간이 짧거나(90일 이내), 납품대금이 1억원 이하이거나, 기업간 납품대금 연동을 하지 않도록 합의한 경우에도 면제됩니다. 이에 의무 도입 사례가 눈에 띄게 늘지 않자 경기도의 경우 9월까지 실태조사에 들어갔습니다.
이재영 선임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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