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친환경이 차세대 기술 개발 수요를 높이고 있습니다. 중국이 대세화 된 범용시장 틀을 깰 게임체인저도 친환경 분야 기술로 모아집니다. 생분해 소재, 전고체 전지, 에너지저장장치, 탄소포집 등 기술이 대표적입니다. 이들 분야 역시 중국의 자본공세가 이어지고 있어 한국이 먼저 선행 기술로 진입장벽을 쌓을지 주목됩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친환경 분야는 미국과 유럽 등 선진시장을 뚫고 중국과의 격차를 벌릴 수 있는 영역이지만 국내 개발 속도는 더딥니다. 환경부 조사 결과, 국내 제조업 중 환경산업 업종에 속한 사업체 수는 2021년 2만2038개에서 1만9744개로 줄었습니다. 제조업의 환경산업분류 매출도 2022년 51조5318억원으로 전년보다 7.4% 감소했습니다. 이 분야의 투자액도 1조3733억원으로 31.3%나 위축됐습니다. 환경 분야는 기술 난이도가 높은 부가가치 영역이지만 기업들의 적극성이 떨어지는 결과입니다.
이 한가지 원인 탓으로 풀이하긴 어렵지만 실제 제조업 내 기술수준이 하향했습니다. 한국은행 조사 결과, 2022년 제조업 내 고위 기술 비중은 25.6%로, 2018년 29.3%에서 5년내 하락했습니다. 중고위 비중도 39%서 38.9%로 발전이 멈췄습니다. 중국 등 후발주자들의 점유율이 높은 중저위 비중은 18.5%서 23.7%로 늘어나 경쟁이 심화된 것으로 분석됩니다. 저위 비중은 13.1%서 11.8%로 줄었지만 공급과잉에서 벗어나라면 고위 비중을 늘려야 하는 상황입니다.
생분해·전고체로 기술 초격차
기존 시장의 판을 바꿀 정도로 전도유망한 친환경 기술로는 생분해 플라스틱이 꼽힙니다. 유럽 바이오플라스틱협회는 바이오 기반 플라스틱 시장이 2027년까지 2022년 대비 연평균 23% 성장할 것으로 내다봅니다.
플라스틱 폐기물은 소비자 영역의 포장재에서 주로 발생하기 때문에 B2C 업종이 적극성을 보입니다. CJ제일제당의 경우 식품용 포장재 용도로 생분해 소재를 개발해왔습니다. 2022년 5월 이미 소재 생산을 시작해 컴파운딩 업체 HDC현대EP와 합작회사를 만들고 컴파운드 제품을 양산 중입니다. 2022년 12월에는 국내 최초로 생분해 소재 화장품 용기를 개발하고 상업화에 성공했습니다. 인도네시아에도 공장을 만들어 증산을 추진 중입니다.
SKC는 2021년 대상과 함께 생분해 소재 전문업체인 에코밴스(현 SK리비오) 합작회사를 만들었습니다. 이후 생분해 플라스틱을 개발해 생산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플라스틱과 석회석을 혼합해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고 생분해 소재를 결합한 신소재를 개발할 계획입니다. SK리비오는 베트남에 제조시설을 두고 있습니다.
또다른 게임체인저는 단연 전고체 배터리가 지목됩니다. 이 기술은 일본 토요타와 국내 삼성SDI가 경쟁적으로 개발에 뛰어들어 양산 시점을 다투고 있습니다. 양사 모두 2027년쯤으로 잡고 있습니다. 배터리업계는 높은 비용 문제로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에 여전히 회의적인 반응을 보입니다. 하지만 실제 상용화 시기가 당겨질 경우 기존 리튬이온배터리 업체들이 타격을 입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중국이 선두권을 점령한 구도도 바꿀 수 있습니다.
전고체 배터리는 제조사뿐만 아니라 관련 양극재 등 소재 업체들 역시 전문화된 기술이 필요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합니다. 삼성SDI는 이미 생산라인을 준공해 시제품 생산에 들어갔습니다. 전고체 전지 사업화 추진팀을 신설해 영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다만 중국 역시 전고체 배터리 분야에서 기술 개발 성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중국 연구계의 전고체 전지 개발 성과 관련, “원가는 대폭 낮추고 성능은 기존 배터리와 동등하다는데 실제 상용화 되기 전에는 믿을 수 없는 얘기”라고 말했습니다.
그럼에도 경계심은 늦추지 못합니다. 일본 또한 토요타 외에도 닛산이 2028년 전고체 배터리 탑재 전기차 출시를 예고하는 등 경쟁국가들이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ESS·CCUS로 현실적인 탄소중립
한국은 제조업 위주 산업 구성이라 유럽보다 탄소중립이 어려운 것으로 파악됩니다. 더욱이 신재생에너지를 설치할 부지마저 협소합니다. 에너지저장장치(ESS)는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에 획기적인 기술로 여겨집니다.
최근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초안에서도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늘리고자 ESS를 조기 보강한다는 방침을 세웠습니다. 재생에너지 확대에 필요한 안정적인 계통운영을 위해 2038년까지 21.5GW의 장주기 ESS가 필요할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해외는 물론 내수 시장도 열리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ESS는 주민 민원으로 인한 송전선로 건설 문제 해결에도 도움을 줍니다. 이에 ESS는 정부가 적극 지원하고 있습니다. 2023년 10월31일에 세운 ESS 산업 발전전략에 지원 근거를 마련했습니다.
하지만 ESS는 고용량 전기를 제어하기 위해 배터리를 층층이 쌓아서 동시 작동하는데 발열 문제가 발생합니다. 이 문제가 지속되면 배터리 수명이 크게 줄고 화재나 폭발 위험도 생깁니다. 그래서 국내 ESS산업은 2018~2019년 잦은 화재 이후 2020년부터 급격히 위축됐습니다. 즉, 화재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삼성SDI는 ESS 제품에 들어가는 배터리에 리튬인산철(LFP)를 적용함으로써 기존 삼원계보다 안정성을 높일 방안을 구상 중입니다.
탄소포집활용(CCUS)도 ESS와 마찬가지로 국내 제조업의 대안으로 제시됩니다. 기존 화석연료 기반 시설을 유지하면서도 탄소중립을 실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국내 탄소배출량이 많은 철강업종에서 CCUS 기술에도 관심이 높은 편입니다.
포스코는 직접 CCUS 기술 개발에 뛰어들었습니다. 다만, 포스코 그룹 차원에선 연내 상용화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으나 실무선에선 연내가 어렵단 얘기도 들립니다. 더욱이 활용 없이 저장만하는 CCS와 달리 CCUS 범주에 속하는 사업모델은 아직 확정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CCUS 기술은 전기차의 전고체 배터리나 신재생에너지의 ESS처럼 직결된 시장이 있는 게 아니라서 각국의 탄소규제 정책에 따라 차이날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드라이브를 걸지 않는 한 기업은 부가가치를 얻을 수 있을지도 확신하기 어렵다”고 전했습니다.
그럼에도 갈수록 수출경쟁이 심화되는 구도에서 친환경 기술은 해법이 될 수 있습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전체 기술에서 중국이 따라온 기술이 이미 90~95% 정도”라며 “어떤 품목에선 한국보다 앞서고 있어 친환경이나 부가가치가 높은 기술 분야에 집중해야만 중국을 따돌리고 현지 수출도 계속할 수 있다. 우리가 잘 하는 분야의 기술에 집중해 고도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